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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반도체 '슈퍼 사이클' 확인…"과거 같은 공급과잉 우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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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하반기 HBM 투자 등 첨단 패키징 중심 증설 나서

SK하이닉스, HBM 생산설비 확충에 14.7조원 투입

고객 선주문 방식 생산 시스템…"철저한 수요 기반 투자"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 산업 개화에 따른 '슈퍼사이클(대호황)' 초입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비해 AI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와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AI 거품론'을 제기하며 증설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AI 시대에 접어들며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스템이 기존 범용 제품의 대량 양산에서 고객 선주문 방식의 주문형 방식으로 변모하면서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과거의 공급 과잉 사태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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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지난 5일 SK하이닉스 주요 경영진과 함께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HBM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SK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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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인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필수품으로 꼽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는 현재 시장의 주력 제품인 4세대 HBM3 제품에 이어 5세대 HBM3E 제품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 물량을 지난해보다 4배가량 늘릴 계획이다. 고객사와 공급하기로 확정된 물량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모든 AI 가속기 업체에 HBM3를 공급하는 중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2분기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 중반대로 상승했다"며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3.5배를 상회하는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생산능력(CAPA) 목표치를 올해보다 2배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전 세계 AI 가속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HBM 시장의 '큰 손' 엔비디아에 HBM3E 제품의 공급을 앞둔 상황이다. 올해 3분기 HBM3E 8단 제품 양산에 이어 4분기 HBM3E 12단 제품 공급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해 기존 D램 레거시 생산 라인을 첨단 공정으로 빠르게 전환하며 HBM 투자는 첨단 패키징 중심 증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고객사가 요청하는 내년 HBM 물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추가적인 증산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도 내년 HBM 출하량을 올해 대비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 26일에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팹(반도체 공장)과 업무 시설을 건설하는 데 약 9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05년 3월 착공에 들어가 2027년 5월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용인 클러스터 1기 팹은 HBM 등 차세대 D램 양산에 최적화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 4월에도 5조3000억원을 들여 청주에 M15X팹을 짓기로 했다. 2025년 11월 준공이 목표로, M15X팹은 HBM 양산에 최적화했다. SK하이닉스는 신규 팹을 모두 HBM 양산에 최적화함으로써 HBM 등 AI 메모리가 이끄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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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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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와 증설이 과거와 같은 메모리 공급 과잉 사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HBM 등 AI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급증에 기반한다. AI 투자에 대한 속도가 시장의 기대치보다 더딜 경우, 현재 공급자 우위의 시장 분위기가 뒤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는 제조사가 특정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공급하는 형태로, 생산한 제품을 최대한 많이 팔아 수익을 남기는 구조였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침체기에 빠졌던 가장 큰 배경으로 시장의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누적이 꼽힌다.

시장의 수요가 많을 것에 대비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대거 생산설비 투자 이후 반도체 생산량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이후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줄자 쌓인 재고 물량으로 메모리 가격은 하락하고, 반도체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지난해부터 메모리 반도체 감산 체제를 유지하며 재고 소진에 주력한 바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초기 AI 투자기에 경쟁적으로 가속기 반도체를 확보 중인 미국, 중국 빅테크 업체들이 비용 증가, AI 매출 저조, 재고 증가, 경기 둔화 등의 이유로 내년부터 투자 강도를 완화한다면 HBM 수요도 현재 시장의 높은 기대치를 하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는 과하다는 반응이다. HBM은 일반 D램보다 다이사이즈가 2배 크고, 수율(양품 비율)이 낮아 생산에 제약이 큰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고객사의 주문에 맞춰 생산하는 선주문 방식으로 현재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생산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AI 시장에선 저전력, 고성능, 대용량, 특화 기능 등 고객사마다 각자의 시스템에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메모리 생산 방식이 기존 범용 제품의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의 주문형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고객 맞춤형'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AI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위한 GPU에 탑재되는 HBM뿐만 아니라 각종 데이터 센터용 서버, PC로 적용 영역을 확산하며 첨단 D램, 낸드플래시 등 다양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HBM은 1년 이상 고객 계약 물량을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투자 증가는 곧 제품 주문량의 증가를 의미한다"며 "향후 다양한 응용처에서 AI 기술이 적용되면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산업은 과거 소품종 대량 생산구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제품 다양하게 늘어나며 고객 원하는 제품을 장기 공급하는 주문형 산업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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