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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시론]케이블TV의 공적역할과 방송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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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국내 방송시장이 급격한 변화와 함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부상과 스마트 가전 기기의 발전으로 인해 전통적인 유료방송시장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방송 시장의 붕괴를 막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논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수십년간 케이블TV는 국내 방송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지상파 방송이 직접 수신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케이블TV는 고품질의 방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 왔다. 2012년 말, 지상파 방송은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중단하고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고 선언했다. 당시 아날로그TV 수상기를 보유한 가정에 큰 혼란이 일어났어야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유는 케이블TV가 아날로그 수상가구를 대상으로 지상파의 디지털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해 보여줬기 때문이다. 디지털수상기를 보유한 가구 중에서도 디지털상품의 가입을 꺼리는 가구를 대상으로 아날로그 가격 그대로 고화질의 지상파 신호를 그대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케이블이 담당해 지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당시 케이블TV가 지원한 아날로그 가입자가 970만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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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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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이 바로 '8VSB'라는 상품이다. 상품명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기술방식에서 이름을 빌려 정책적으로는 8VSB 상품이라고 부르고 있다. 당시 지상파는 케이블TV등 유료방송 덕분에 자신들의 로드맵대로 아날로그 송출을 중단하고 그에 들어가는 비용을 콘텐츠 투자 등에 활용할 여유를 갖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케이블TV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지상파방송의 HD 디지털 송출을 지원하며, 시청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OTT 서비스의 부상과 불합리한 재송신료 책정 문제로 인해 케이블TV의 지속 가능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케이블TV의 8VSB 상품은 정부와 사업자가 합작해 디지털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저가의 보편적 방송 서비스로 자리 잡아 왔다. 한 때 부산고등법원과 대법원은 8VSB 가입자들이 재송신료 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는 8VSB 가입자들이 정부 복지 정책의 수혜자이며, 아날로그와 같은 수준의 이용료를 지불하고 양방향 서비스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이 근거로 인정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지상파 재송신료는 각종 송사에 얽히고 케이블TV 산업의 인수합병(M&A) 과정 속에서 8VSB 상품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떠밀리듯 유료로 지급돼 왔던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제라도 8VSB 서비스를 보편적 방송서비스로 지정하고, 지상파 재송신료에서 제외함으로써 시청자 복지를 증진하고, 케이블TV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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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송신료 추이와 지상파 시청률 비교 (자료: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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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상파 방송은 주파수를 무료로 이용하는 특혜 입은 사업자임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재송신료 책정에 적극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상파의 무리한 재송신료 인상 요구로 인해 유료방송사는 지난 10년간 지상파에 연평균 14%, 누적 분으로 보면 약 226% 증가한 재송신료를 지급해 왔다. 그러나 동기간 지상파방송의 프로그램 제작비는 연평균 약 0.6% 증가에 그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소한 수준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시청률 또한 이 기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상파 콘텐츠의 영향력은 크게 감소했다.

케이블TV는 실시간 방송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케이블TV를 통해 시청자들은 다양한 실시간 방송 채널을 접할 수 있었고, 이는 국내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견인해 왔다. 특히 케이블TV는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 왔다. 실시간 방송 생태계 활성화에 중요한 위치에 놓인 케이블에 대한 배려가 적극 검토돼야 한다. 미디어 복지의 일환으로 시작한 8VSB 상품만이라도 재전송료에서 제외하는 정책적 배려가 시급하다. 이를 통해, 국내 방송 산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하고, 시청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케이블TV의 공적 역할을 재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케이블TV는 단순히 방송을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지역 사회와 연계된 다양한 공익적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이를 통해 지역 사회의 문화와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공적 역할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도 변함없이 지속되어 왔으며, 이는 케이블TV가 단순한 상업적 방송 플랫폼을 넘어서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나아가 케이블TV와 OTT 서비스 간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OTT 서비스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며,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운영이 가능하다. 반면, 케이블TV는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어 동일한 방송 콘텐츠를 제공함에도 불리한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OTT 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케이블TV에 대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케이블TV는 국내 방송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방송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는 케이블TV의 공적 역할을 인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또, 케이블TV와 OTT 서비스 간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 시청자들에게 더 나은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방송 산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하고, 시청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필자〉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MBC 기자로 입사해 LA특파원, 정치부장, 해설위원, 8시 뉴스의 광장 앵커, 보도본부장, 울산 MBC 사장, MBC C&I 사장, MBC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 MBC C&I 대표 시절엔 세계 최초 모바일 전용 채널인 '손바닥TV'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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