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콜센터 노동자들 모여 부조리 고발
중앙행정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콜센터 직원들마저 민원 업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콜센터 입사 전 교육·연수 명분으로 교육생들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등 부조리도 제기됐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부조리한 업계 관행을 고발하고 있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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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와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는 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대한항공·스타벅스·마켓컬리·국민은행·중기부를 원청으로 둔 전·현직 콜센터 노동자들의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교육 기간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관행을 포함한 업계 부조리를 고발했다.
◆“정부 대책 발표 뒤 쏟아지는 민원”
김 지회장은 공무원 신분이 아닌 콜센터 직원들이 정부 정책과 관련해 민원인들을 상대해야 하는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상담사들이 공무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건 민원인들이 상담사를 무시하는 발언들은 한다”고 했다. 중소기업 통합콜센터는 2015년 중기부가 산하기관을 포함해 중소기업 관련 지원 문의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콜센터 직원들은 중기부가 민간 위탁한 KTCS 소속이다.
김 지회장은 지난달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을 때 1357로 문의 시 원스톱으로 안내받을 수 있게 홍보한 점도 비판했다. 당장 시행되지 않는 정책도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종합대책이라고 내놓기만 하면 일이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중소기업 통합콜센터는 중기부뿐 아니라 중기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창업진흥원 등 산하기관 사업 문의를 포괄해 처리한다. 김 지회장은 “소진공 지원 사업이 워낙 많아 콜의 80% 정도는 소진공 문의 내용”이라며 “어느 시점부터 중소기업통합콜센터가 아니고 소진공 콜센터처럼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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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도 근로…최저임금 보장해야”
김 지회장을 포함해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교육 기간 최소한 최저임금은 보장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김 지회장은 “일 3만원을 교육비로 지급하는데 이 기간 중기부에서 진행하는 수많은 사업을 숙지해야 한다”며 “입사를 해도 최저임금밖에 못 받는데 교육비마저 꼼수를 부려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11일 콜센터 교육생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첫 판단이 나오면서 20년 넘게 굳어진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당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콜센터 업체 콜포유에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을 시정하라고 지시했다. 진정을 제기한 허모씨는 10일간 교육을 받았는데, 이 교육이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직무교육 성격이라는 이유로 업체가 일당을 3만원만 준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본 것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00년 ‘교육의 성격이 채용을 전제하지 않은 업무 적격성 평가일 경우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행정해석을 내놓았다. 많은 콜센터가 24년간 이 해석을 토대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소위 ‘교육생’들에게 지급했다.
허씨는 “콜센터 업체는 학원이 아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라며 “그렇기에 교육은 회사의 필요에 따라 하는 것으로 근로에 준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 콜센터 상담원이 아무리 오래 일했어도 원청이 국민은행으로 바뀌면 신입과 다름없다”며 “하청업체에 감사하며 받아야 하는 교육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허씨 사건을 담당한 하은성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소속 노무사는 “교육비로 일일 2∼4만원을 받는데, 그마저도 노동환경이 너무 열악하니까 버티지 못하고 근속 일이 짧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하 노무사는 “그만두는 것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려서는 안 될 일”이라며 “근로감독관들은 행정해석을 오남용하고, 이를 콜센터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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