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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사설] 영수회담보다 당 대표 간 민생 회담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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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연이어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후에 봐야 한다고 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영수회담은 너무 좋은 일"이라며 격식보다 민생이 중요하다고 했다. 22대 국회가 출범 두 달이 지났는데 아직 개원식도 열지 못한 채 정치싸움이 계속되는 터라 어떤 형태든 민생과 협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이 가지만 영수회담(윤-이 회담)이 정치적 쇼로 이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 전 대표는 최근 SBS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 막힌 정국을 어떻게 타개할지 얘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사실상의 회담 제안이다. 윤 대통령과 이 후보는 지난 4월 회담하고 소통을 이어가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특검과 청문회 정국을 만들며 방송4법, 노란봉투법 등 정부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로 맞대응하며 여야 간 소통과 협치는 완전히 실종된 상태다. 박 원내대표는 8일에도 조속한 윤-이 회담을 촉구했다.

대통령실의 반응도 부정적이지는 않다. 지금은 민주당이 당 대표 선출 과정이라 전당대회 후에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한 대표는 "민생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과 마음을 모으고 정책에 관해 협의하는 건 너무 좋은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대표는 '영수회담이 여당 대표를 패싱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격식보다 민생을 더 중시하는 실용주의 정당이다"라고 했는데 회담이 중요하지, 격식과 형식은 나중의 일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마침 국민의힘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8월 임시국회에서 일명 '구하라법'과 '간호법' 등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기로 8일 합의했는데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게 바로 이런 모습이다. 갑자기 대통령을 만나 막힌 정국이 펑 뚫리기를 바라는 것보다 당의 책임자와 지도자가 먼저 만나 솔직하게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해 내야 한다. 합의점도 없이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만나면 사진 찍고, 생색내기에 머물 수 있기 때문에 하는 충고다.

민생과 경제를 챙기며 막힌 정국을 풀어가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회담이 성과를 내려면 여야 간 극에 달한 불신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 민주당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의회 폭거를 중단하고, 국민의힘은 의석이 적어도 여당으로 국정 운영 그림을 크게 그려야 한다. 민주당이 한쪽에선 대통령 여름휴가를 비아냥대고 한쪽에선 회담을 제안하는데 이런 태도로는 상대의 마음을 열기 어렵다. 여야는 윤-이 회담에 앞서 양당 한-이 대표가 먼저 만나 윤-이 회담의 다리를 놓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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