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0 (화)

소방차 못가는 지하3층 충전 허용…전기차 화재대책 구멍 컸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8일 경기도 안양시 한 아파트 단지 지상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해당 아파트는 작년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기에 앞서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해 충전시설을 지상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전기차 화재 대책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아파트 등 대규모 건물의 주차장이 대부분 지하에 설치되는 상황에서 열폭주 등 폭발적인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전기차 화재를 막기 위한 면밀한 검토가 없었다는 것이다.



8일 정부가 2023년 6월에 내놓은 ‘전기차 충전 기반 시설 확충과 안전강화방안’을 확인한 결과, 정부의 전기차 화재 사전 차단 방안의 골격은 “충전기가 설치된 지하주차장은 시시티브이(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지하주차장 3층까지만 충전 설비를 설치 가능하도록 하겠다”데 맞춰져 있었다. 배터리 안전성이 우수한 전기차 구매 때 보조금을 추가 지원하는 안은 2025년에 적용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지하 3층 주차장까지만 전기차 충전 설비를 넣을 수 있게 한 것은 이전에 없었던 규정이지만, 정부의 대책은 전기차 활용 행태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등 속수무책에 가깝다. 이번 인천 전기차 화재에 보듯 불이 난 전기차는 지하 1층에 주차되어 있었고, 충전 중도 아니어서 정부 대책 방향이 실효가 없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하 3층 주차장까지 충전시설 설치를 허용한 것은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는 충전 중일 때 화재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하 3층까지 내려가면 소방차 진입 역시 더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인천 전기차 화재의 경우에도 지하 1층에서 발생했는데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어 100여대의 차가 피해를 입는 것을 그대로 두고봐야 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전공)는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허용한 것 자체가 부실한 정책의 결과”라면서 “소방대책을 갖추지 않은 충전 설비는 지상으로 이전해야 하고 만약 아파트 주민 간 합의가 어렵다면 정부가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뒤늦게 “소방청에서는 가급적 충전 설비를 지상에 설치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그동안 안전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에 맞춰져 있었다. 2030년까지 충전기 123만기, 전기차 420만대를 보급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존 건물의 지하주차장 활용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목표도 있지만 국내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처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을 보면, 100가구 이상 신축 공동 주택은 주차 대수 5% 이상을 친환경차 전용으로 배정해야 한다. 2025년 이후엔 10%로 상향돼 전기차 주차구역은 더 지하 깊숙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환경부는 12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를 모아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의를 토대로 다음 달 초께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국토부는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배터리 제조사를 차량 제원 안내 등에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소비자들이 배터리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조처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사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고 미국 일부 주도 배터리 정보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에 힘을 더해주세요 [한겨레 후원]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