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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파리시장, 올림픽 비난에 "엿 먹어라" 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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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드래그퀸 논란에 반발

교황청도 개막식 비판 "개탄스러워"

센강 수질 정화사업도 비난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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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개회식에서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공연 모습.[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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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지난달 파리올림픽 개막식 공연 이후 제기된 종교 문제에 대해 극우세력들의 음모라고 반발하며 욕설로 대응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공연에 대한 비판은 기독교계 전체로 퍼지고 있고 특히 그동안 공식언급을 자제하던 교황청까지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개막식 공연과 함께 이달고 시장이 강행한 센강 수질 개선사업도 실효성이 없었다는 비판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달고 시장 "파리는 LGBT 사람들의 피난처 …극우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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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이달고 파리시장.[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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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고 시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르몽드지와의 인터뷰에서 파리올림픽 개막식 공연에 쏟아진 비판에 대해 욕설로 맞섰다. 그는 "개막식에 대한 비판은 극우의 메시지"라며 "극우세력들, 반동분자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자들은 모두 엿 먹어야한다"며 노골적인 욕설을 남겼다. 개막식 공연에 대한 비판 자체를 극우세력들이 프랑스 정부와 중도좌파를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음모처럼 묘사한 것이다.

이달고 시장은 "파리는 모든 자유의 도시이며, LGBT 사람들의 피난처"라며 "개막식을 포함해 올림픽은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이었고 프랑스와 유럽에서 극우세력이 급증하는 상황에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파리올림픽에 대한 비난 속에는 파리라는 도시에 대한 존경심과 증오심이 함께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개막식 공연은 지난달 26일 파리 센강에서 열렸던 '축제(Festival)'라는 이름의 공연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 속 예수와 12사도의 모습을 패러디한 공연이다. 해당 공연에서 드래그퀸(여장남자) 공연자들이 12사도 역할로 나왔고, 예수 대신 왕관을 쓴 여성이 등장해 프랑스 안팎의 기독교계 및 보수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논란이 커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안 데스캄프 IOC 대변인은 개막식 직후 성명을 통해 "어떠한 종교 집단에도 무례함을 보이려는 의도는 절대 없었다. 반대로 우리는 관용과 공동체 정신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만약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개막식 공연 드래그퀸 논란은 지속…교황청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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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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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공연에 대한 비판을 극우세력들의 음모로 평가절하했던 이달고 시장의 주장과 달리 해당 논란은 점차 확산되며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동안 해당 논란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자제하던 교황청도 불쾌감을 표시했다.

교황청 관영매체인 바티칸 뉴스는 지난 4일 "교황청은 파리 올림픽 개막식 중 특정 장면에 슬픔을 느꼈다"며 "최근 며칠 동안 많은 기독교인과 다른 종교의 신자들에게 가해진 불쾌감을 개탄하는 목소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가 함께 모여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권위 있는 행사에서 많은 사람의 종교적 신념을 조롱하는 암시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교황청이 직접 비판 목소리에 동참한 것은 앞서 프랑스 안팎에서 가톨릭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개막식 공연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프랑스 가톨릭 주교회는 성명을 통해 "불행하게도 기독교에 대한 조롱과 조소의 장면들이 포함돼 있었다"며 "특정 장면의 지나침과 도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대륙의 기독교인들에 대해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독일 주교회도 파리올림픽 개회식에 대해 "인상적인 개회식"이었다면서도 "'퀴어(성소수자) 성찬식'은 최악의 장면이었으며 완전히 불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유명한 종교인으로 미네소타주 위노나·로체스터 가톨릭 교구장인 로버트 배런 주교도 "최후의 만찬에 대한 이 역겨운 조롱 외에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냐"며 "우리 기독교인과 가톨릭 신자들은 저항해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센강 수질 정화사업도 비판 쏟아져…"내년엔 민간 수영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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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현지시간)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센강의 수질이 수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며 직접 센강에 들어간 모습.[이미지출처=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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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고 시장이 강행한 센강 수질개선 사업에 대한 비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질을 개선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수영에 적합치 않은 수질로 수중훈련이 대거 취소되고 건강이 악화된 선수들까지 나오면서 무리한 사업 강행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센강 수질이 수영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날 예정된 오픈워터스위밍(수영 마라톤)의 센강 훈련을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올림픽 개막 이후 센강에서의 훈련 일정이 취소된 건 이번이 벌써 다섯번째다. 조직위는 "센강 4곳에서 채취한 샘플 중 한 곳에서 배설물 지표인 장구균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전날 오전 일찍 채취한 샘플들에서 대장균 수치는 '좋음'에서 '매우 좋음'으로 나타났지만, 장구균은 배양에 시간이 걸려 주말인 4일 채취한 샘플을 기준으로 훈련 여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센강 수질은 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센강은 앞서 100년 전인 1923년부터 오염이 심화돼 수영이 금지됐다. 오·폐수 처리장 건설 등 여러 노력이 있었지만 개선되지 못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파리시에서 15억유로(약 2조2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초대형 빗물 저수조 건설 등 수질개선 사업을 벌였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논란이 커지자 이달고 시장이 직접 지난달 17일 센강 물에 뛰어들어 안전하다고 주장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질논란 속에서 트라이애슬론 남녀부 개인전과 전날 혼성 릴레이까지 3경기 모두 센강에서 치렀지만, 수질로 인해 훈련을 제대로 못받은 선수들의 불만은 계속 제기됐다. 전날 트라이애슬론 혼성 경기에 나선 선수들은 당일 오전 센강 수질 샘플 4개 중 하나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세균이 검출됐다는 조직위의 통보를 받고도 그대로 경기를 치뤄 더욱 논란이 커졌다.

벨기에 혼성 릴레이팀은 수질 문제에 따른 건강상 이유로 기권했고, 경기 후 이상 증상을 호소한 선수들도 일부 나왔다. 트라이애슬론 남자부 은메달을 딴 뉴질랜드의 헤이든 와일드 선수는 뉴질랜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48시간 후 팀 내에 약간의 질병이 있었다"며 "나도 대장균 감염 증상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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