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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 (수)

전문의 아닌 PA 중심 병원?…의사는 반발, 간호사는 제도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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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문인력 중심 병원' 한다지만 전문의 구인난에 병원 고심

간호계 "근거·보상 없이 업무 떠넘겨…법 제정해 지위 보장해야"

의사단체 "PA 제도화는 불법 무면허 의료 허용…국민건강 위협"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정부가 '전문인력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선포했지만 전문의 구인난을 겪는 병원들에선 'PA(Physician Assistant·진료지원) 간호사 중심 병원'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반발이 나온다.

간호사들은 병원과 정부가 법적 근거·보상 없이 업무를 떠넘겼다며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고, 의사들은 PA 제도화가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고 반발한다. 환자들은 환자들대로 급격한 제도 도입에 따른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PA 간호사 합법화 추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병원들 "'PA 중심 병원' 될 듯…제대로 된 의료개혁 맞나"

1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수련병원 전공의 의존도를 낮춰 전문인력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전문의와 진료지원간호사 등 숙련된 전문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병원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전공의가 담당했던 업무를 이들이 담당하도록 병원 자체 훈련을 도입하고 업무 효율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문의와 PA 간호사가 '원팀'으로 일하는 구조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상급종합병원들의 만성적인 전문의 구인난과 인건비를 고려하면 결국 PA 간호사가 대거 투입돼 전공의 업무의 상당수를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A 간호사는 수술 보조 등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하는 간호사를 일컫는 말로, 간호계에서는 '전담간호사'라는 말을 사용한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장 A씨는 "있던 전문의도 빠져나가는 추세인데 어디서 누구를 뽑아오나"라며 "말만 교수지 일은 훨씬 힘들고 페이는 바깥(개원가)의 반 이하다. '빅5' 병원 일부나 지방 전문의들을 좀 데리고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방 수련병원장 B씨는 "현재 일부 병원에서 (의사 대신) 당직으로 들어가는 PA 간호사들이 있다고 들었고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지금 당장 전공의 없이 뭘 하겠다고 하는 건 'PA를 대폭 늘려 (의사 업무하는 것을) 합법화시켜주겠다'는 말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다른 병원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전문의를 어디서 구하나. 전공의들이 안 돌아오면 전문간호사나 PA 간호사를 점점 확충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수련병원 관계자도 "전문의 인건비 등 문제로 지금 상황을 보면 병원들이 '전문의 중심' 병원이 아니라 'PA 중심' 병원으로 가는 것 같다"며 "제대로 된 의료개혁이 맞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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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간호사들 "근거·보상 없이 업무 떠넘겨…간호법 제정해야"

간호사들은 병원과 정부가 법적 근거나 보상 없이 의사 부족으로 인한 업무를 PA 간호사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간호법을 제정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간호사들이 숙련도에 따라 응급환자 약물 투여, 수술 보조 등 일부 의사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수도권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C씨는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점점 투입되는 간호사도, 하는 업무도 늘어나고 있다"며 "일부 병원에서 신규 일반 간호사를 설득, 압박해 PA로 보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범사업에선 3년 이상의 임상 경력 보유자에 한해서 일반 간호사를 PA로 전환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은 또 코로나19 때와 달리 위험 부담이 있는 근무나 추가 근무에 대한 보상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의 작년 조사에 따르면 전담간호사 역할을 하는 간호사들의 45%가량은 '보상이 전무하다'고 답했다.

C씨는 "PA들이 필요할 때만 활용되고 나중에 업무 등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간호법 제정도 중요하고, PA의 지위를 보장하는 시행령을 세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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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회장, 국민의힘 보건복지위 간사 김미애 의원 면담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의사들 "PA 법제화 국민건강 위협"…환자단체도 급격한 도입 우려

여야가 각각 PA 법제화 내용을 담은 간호법안을 발의해 조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의사들은 "의사 고유 업무 침해이자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종용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의 지침에 대해 "검체 채취 등 인체 침습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어 국민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료기록·진단서 초안 작성 등을 허용한 데 대해서도 "당연히 의사의 업무이고 아직 이와 반대되는 판례가 없다"며 "간호인력의 업무 범위에 이를 넣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고 반발했다.

의협은 "전문의 없는 '전문인력 중심 병원'은 헛소리"라며 "예비 전문의인 전공의 비율을 줄여 마치 비전문 인력인 것으로 호도하고, 간호사를 숙련된 전문 인력이라며 포장해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규탄했다.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추진되는 PA 법제화에 환자단체의 우려도 크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병원이 결국 의사보다 싼 인건비를 주고 전공의 대신 PA를 부려먹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일단 정부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안은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너무 급하게 만들어졌다"며 "전공의가 수술실서 해왔던 업무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PA가 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논의한 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체계를 만들고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해 투입해야 하는데 PA로 들어오는 간호사들 경력은 들쭉날쭉하고 교육과정도 마련돼 있지 않아 환자 안전에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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