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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남성 혐오” 논란 ‘집게손’이 뭐길래… 검찰, 경찰에 재수사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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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 신상 털기… 다시 논란

검찰·경찰이 한국 남성을 비하한다는 논란을 부른 손동작인 ‘집게손’ 표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9일 넥슨이 제작한 게임 ‘메이플스토리’에 이른바 ‘집게손’을 그린 것으로 허위 지목된 여성 작가의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하고 모욕한 혐의를 받는 네티즌들을 재수사하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가, 여성계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7일 번복했다. “수사가 미흡했다”며 다시 수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철원


집게손은 무언가를 집으려고 엄지와 검지를 모으는 손동작을 가리킨다. 2030 남성들은 극단적인 여성주의 진영에서 ‘한국 남성의 성기(性器)가 작다’고 조롱하는 표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집게손 동작을 한 캐릭터를 본 남성들은 이를 ‘남성 혐오’라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은 영상 제작에 참여한 여성 A씨가 과거 여성주의 성향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집게손을 그린 주동자로 지목하고 그의 신상 정보를 유포하고 모욕성 글을 올렸다. 하지만 집게손을 그린 사람은 40대 남성으로 밝혀졌다. A씨는 지난 6월 서울 서초서에 명예훼손 등 혐의로 네티즌 35명을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과거 여성주의에 동조하는 듯한 소셜미디어 글을 게시했었던 사실을 파악하고, 피의자들이 A씨 관련 글과 댓글을 올린 행위를 처벌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여성계는 “여성주의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서 혐오 대상이 됐는데도 경찰이 직무를 유기했다” “피해자가 비판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불송치한 것은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를 탓하는 전형적인 논리”라며 반발했다. 경찰청 홈페이지 등에도 항의가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불송치 번복 결정과 검찰의 사실상 재수사 지휘는 이례적으로 해석됐다. 검찰은 “피의자들이 모욕적이고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글을 게시하거나 전송한 점을 고려할 때 계속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집게손은 성별 대결의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표현인데 경찰의 수사와 입장 표명에 미흡한 측면이 있지 않았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집게손은 2021년 GS25 편의점 행사 포스터에서 소시지를 이 동작으로 집는 모양이 묘사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경찰청의 도로교통법 개정 안내 포스터, 르노코리아 사내 홍보 채널 등에서 집게손이 등장했다며 남녀가 갈등했다. 이후 GS리테일 계열사 홍보물에서만 집게손 관련 논란이 15건이 넘었고, SK하이닉스·LG전자·현대건설·농심·무신사·이마트 등 민간 업체 홍보물 20여 건, 국방부·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와 지자체 홍보물 20여 건 등에서 집게손이 문제가 됐다. 외신도 이 논란에 주목, “한국에선 남녀의 전쟁이 격렬하게 벌어진다”고 했다.

일부 남성은 ‘집게손’을 “묵과할 수 없는 남성 혐오 표현으로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생 임모(20)씨는 “일베의 ㅇㅂ 손동작이나 나치의 철십자 같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직장인 박지연(27)씨는 “어쩌다가 쓸 수 있는 표현을 모조리 남혐으로 몰아가는 건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했다. 취업 준비생 민승진(28)씨는 “이런 식의 남녀 대결이 소모적이고 피로하다”며 “생각이 다른 타인을 비난하고 파멸시키는 데 전심전력을 쏟는 사회가 된 듯하다”고 했다.

[구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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