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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 (수)

[단독] 관저 공사 불법 의혹...김건희 유관 업체 ‘7일 만에 14평 증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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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통령 관저와 김건희. 한겨레 자료 사진.


“대통령 관저 공사 하셨죠? 착공신고 언제 하셨나요?”



“초상권이 있는데! 이거 불법 촬영이에요.”



서울 용산 대통령 관저 증축공사를 진행했다고 신고된 제주도 A건설 대표는 제작진의 질문에 적대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청와대 대신 서울 용산구 외교부장관 공관을 새 관저로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그해 11월 입주했습니다. 당시 관저 공사를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로 이름이 올랐던 ‘21그램’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저 공사에 김 여사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는 최근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은 법적으로 증축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관련기사: 명품백에 가려진 스모킹건, 김건희 여사와 관저 공사) 전문건설업 면허만 가진 21그램은 인테리어 공사만 가능합니다. 한겨레는 후속 취재에 나서 증축공사를 했다고 신고된 A 업체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이 다큐는 관저 공사의 불법 의혹을 좇는 이야기입니다.







관저 리모델링 공사에는 수십억원 세금이 투입됐지만, ‘국가보안’이라는 이유로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어느 업체가 공사를 진행했는지 조달청 자료에도, 행정안전부 자료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다만, 등기부등본을 통해 주거동 2층에 약 45㎡(14평)가 증축된 사실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 용산구청 누리집 건축과 자료실에는 ‘건축, 착공, 사용승인 현황(2022년 8월).xlsx’이라는 엑셀 파일 자료가 올려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관저 증축공사를 ‘A종합건설’이 진행한 것으로 나옵니다. 종합건축공사업면허를 가진 A건설은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확보한 ‘대통령실 및 관저 공사 비공개 업체 리스트’(국토부 자료)를 보면 A건설은 대통령 집무실 공사에도 참여했습니다.



건설전문 전홍규 변호사(법무법인 해랑)는 “(본사와) 거리가 멀면 그만큼 비용이 더 발생하는데, 왜 굳이 관저 공사업체를 멀리 제주도에 있는 업체로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착공처리일, 즉 구청에서 공사시작 시점으로 허가해준 날짜는 2022년 8월29일인데,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사용승인일은 9월5일이라는 점입니다. 약 14평, 소형 아파트 한 채 크기의 증축 공사가 일주일도 안 돼 이뤄졌다는 얘기입니다. 윤 대통령 부부가 2022년 5월 취임 때부터 관저 공사를 이유로 서초동 사저에서 6개월가량 출퇴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허위 신고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겨레

용산구청 누리집에 게시된 엑셀파일과 관저 등기부등본을 통해 산출한 한남동 관저 ‘증축 공사 기간’.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관저 리모델링을 이유로 6개월 가량 서울 서초동 사저에서 용산구 대통령실까지 출퇴근했는데, 관청에 신고된 공사기간은 약 일주일에 불과하다.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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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경력 30년 ㄱ건축사의 도움을 받아 증축추정 공간을 찾아냈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공개된 2009년 관저(당시 외교부장관 공관) 위성사진과 구글어스로 본 2024년 관저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니, 증축추정 공간이 명확히 보였습니다.



한겨레

2022년 당시 증축공사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위성사진 재구성).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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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건축사는 “위성사진을 통해 파악된 증축 공간을 보면 철거 및 바닥공사 외벽공사 등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공사를 일주일 안에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전 변호사 또한 “일주일 만에 할 수 없는 공사다. 뭔가 불법적인 일들이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물음에 김아무개 21그램 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취재 내용을 들은 국회 국토교통위 한준호 의원과 행정안전위 이광희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은 “(공사 수행) 자격이 없는 21그램이 전체 공사를 하기 위해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ㄱ건축사는 “명의도용 및 대여는 부끄럽지만 우리 업계의 관행이다. 비일비재하다. 인테리어 업자가 증축을 포함해 갖가지 공사를 다 하고 명의를 대여해서 신고한다”고 말했습니다.



가급 보안시설인 관저 공사를 불법으로 진행했다니, 쉽사리 믿을 수 없었던 한겨레는 A건설 본사가 있는 제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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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기간에 대한 제작진의 질문에 답변을 피하는 A건설 대표.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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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으로 계약했고 정상적으로 공사했어요.”



“그럼 착공처리일이 언제인가요?”



“제가 굳이 말해야 하나요? 보안사항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A건설 대표 ㅎ씨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제작진은 취재 내용을 토대로 다시 질문했습니다.



“서류를 보니 공사기간이 일주일이던데, 전문가들은 일주일에 14평 증축은 불가능하다고 하던데요?”



“아…. 긴급공사여서 우리가 착공처리일보다 조금 일찍 가서 한 것도 있어요.” 그제야 ㅎ씨는 입을 열었지만, 정확히 언제 공사를 시작해 마무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착공처리일보다 먼저 공사를 시작했다면 이는 불법”(ㄱ건축사)입니다.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여 대통령실에 질의했지만 관련 답변을 받지 못했다.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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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2022년 10월12일 감사원에 대통령실 및 관저 공사 불법 의혹 국민감사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은 1년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사 심의를 6차례 연장하며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접촉한 관저 설계업체들은 “감사원의 조사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감사는 이뤄졌는데, 왜 결과가 지금껏 나오지 않는 걸까요? 감사원이 참여연대에 보낸 6차 감사연장 통지서를 보면, 이번 감사는 8월10일까지입니다.



대통령실과 행안부에 이에 대해 입장을 묻는 질문을 보냈지만 모두 답하지 않았습니다.



관저 불법공사 의혹의 진실은 언제 밝혀질까요?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취재/연출 조성욱 피디 ch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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