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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 (수)

서울시 침수방지시설 설치율 100%는 정말 100%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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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기자]

# 2022년 큰비로 반지하 주택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까지 나왔다.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을 모두 없애고, 단기적으론 차수판 등을 설치해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올해 6월, 서울시는 "목표치 대비 100%의 달성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가 주장한 100%는 정말 100%일까.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서울시 통계 속 함정' 첫번째 이야기, 평균의 왜곡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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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에 내린 집중호우로 반지하주택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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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속 숫자는 객관적이지만,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통계의 기준을 봐야 '사실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기준에 따라 통계의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주택 거래량이 전달보다는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달보다는 떨어졌다면 부동산 거래는 활발해진 걸까 쪼그라든 걸까." 언뜻 봐도 답은 기준에 따라 다르다.

기준에 따라 바뀌는 모양 때문에 통계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문재인 정부에선 소득과 집값 통계를 조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나는 소득주도성장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하나는 집값 안정화를 보여주기 위해 '통계'에 손을 댔다는 거다.

통계 조작 논란까진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2023년 7월 전자정부법 개정으로 '데이터 경유 방식'이 바뀌면서 정비사업 코드가 일시적으로 빠졌는데, 이를 근거로 집 관련 통계를 발표했던 국토부는 이를 수작업으로 수정하는 촌극이 발생했다. 국토부가 잘못된 통계로 집이 모자란다는 결론을 내렸고 여기에 맞춰서 "집을 더 늘리겠다"는 내용의 공급 정책을 발표했던 거다.

이처럼 통계의 기준과 틀은 수많은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기준을 어디에 잡느냐, 어떤 코드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세심하게 다뤄야 한다. 때론 평균치가 통계의 오류로 작용할 때도 있다. "침수방지시설을 100% 설치했다"는 통계를 발표한 서울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계추를 2022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여름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던 사람은 목숨까지 잃었다. 물폭탄이 취약계층의 삶을 위협하자 서울시는 "(서울 소재) 반지하 주택 10만호를 모두 없애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방향은 크게 장ㆍ단기 두가지였다. 단기 전략은 반지하에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장기적으로는 반지하를 매입하거나 신축을 불허해 물리적으로 완전히 없애겠단 방침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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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획에 따라 서울시는 2024년까지 역지변(물이 넘치지 못하도록 바닥에서 볼록하게 올라온 구조물)과 물막이판(물이 차올라도 창문이나 문으로 넘치지 않도록 막는 시설)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그로부터 2년 후가 흐른 지금, 서울시는 "(설치에 동의한) 반지하 주택 100%에 침수방지시설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거다. 과연 그럴까. 하나씩 살펴보자.

2022년 당시 침수됐던 총주택 수는 1만9705호. 이중 서울시가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했다고 밝힌 주택 수는 1만7950호다. 단순 계산으로 91.9%로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2022년 가장 많은 집이 잠겼던 서울 내 자치구는 관악구ㆍ영등포구ㆍ동작구의 침수방지시설 설치율은 50%를 밑돈다. 2022년 4813호의 주택이 잠겼던 관악구의 설치율은 44.4%(2139호)에 불과하다.

영등포구와 동작구의 설치율은 각각 54.3%(침수피해주택 4145호 중 침수방지시설 설치 주택 2252호), 27.0%(침수피해주택 3939호 중 1064호)에 머물렀다. 그다음으로 침수주택이 많았던 구로구(2007호ㆍ53.3%), 금천구(1187호ㆍ100.8%), 강남구(1133호ㆍ42.8%)도 금천구를 제외하면 설치율은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2022년 침수피해가 적었던 지역에 훨씬 더 많은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강북구의 경우 2022년 침수피해주택은 191호였지만 침수방지시설은 이보다 4.3배나 많은 831호에 설치했다. 용산구도 침수피해주택은 11호에 불과했지만 229호에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했다. 몇몇 자치구가 침수피해주택 수보다 더 많은 주택에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면서 설치율이 90%대로 올라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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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뭘까. 서울시는 "신청하지 않은 반지하 주택이나 사람이 사는지 확인할 수 없었던 반지하 주택까지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는 건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침수피해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신청 건수가 통계의 함의를 바꿔놨다는 거다. 반대로 말하면, 침수피해주택 수가 많았던 영등포구ㆍ관악구ㆍ동작구의 집주인 중엔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원한 이들이 극히 적었다는 거다.

이 때문에 침수피해시설의 평균 설치율은 100%에 육박했지만, 정말 필요한 곳에 설치했는지는 의문이다. 집주인이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피해가 심한 지역의 설치율은 '허수'로 전락한다. 서울시가 말한 100%는 정말 100%일까. 이 질문의 답은 視리즈 '침수방지시설 통계의 함정' 두번째 이야기 신대방동에서 찾은 진실 편에서 알아보자.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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