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는 결국 세금 더 받는 것…상속세도 폐지해야"
"고환율은 불가피한 선택…저소득층·자영업자에 죄송"
2008년 장관 재직 시절 추진한 고환율 정책에 대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고개를 숙였다.
강 전 장관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 북콘서트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종부세는 세금이라는 이름을 빌린 정치 폭력"이라면서 "인류사에 없었던 세금이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세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주택자가 (은퇴 후) 종부세를 내려면 집을 팔아야 하는데 이것은 집을 몰수하는 것"이라면서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상속세는 '불행세'로 비유했다.
그는 "변호사나 세무사를 고용할 정도로 재산은 안되는 사람이거나 불의의 사고로 준비를 못 하고 죽는 사람이 내는 게 상속세"라면서 "폐지가 옳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재무장관은 눈 뜨면 세금 잘 걷는 거 연구하는 사람이지, 세금 깎아주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감세를 추진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걷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제실장 출신인 강 전 장관은 재직 시절 대규모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자 감세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그는 "부자나 재벌을 위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면서 "우리 경제의 힘을 키우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재직시절 추진했던 고환율 정책과 관련해선 "위기보다 미국 경제와 싸우는 게 더 어렵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다.
달러를 마음대로 찍는 기축통화국 미국과 1달러를 벌려 해도 땀을 흘려야 하는 우리 경제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주변국은 달러가 모자라면 국가 부도"라면서 "재정과 보유고는 주변국 입장에선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강 전 장관은 고환율 정책에 대해 "야전군 사령관은 야전 병원에 가지 않는다"면서 "병원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을 보면 전쟁을 해낼 수가 없다. 당시엔 신음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저소득 근로자나 자영업자에게는 정말로 죄송하다. 이제는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당시 고환율이 추동한 고물가는 강 전 장관이 물러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외환시장이 출렁일 때는 강 전 장관도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환율이 오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하루에 두 번씩 전화해 '문제 없겠냐'고 묻기도 했다"면서 "솔직히 두려웠지만 용기를 잃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제가 잘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답변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은 강 전 장관이 1970년 공직에 첫발을 디딘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약 40년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강 전 장관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부 차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위기 극복에 앞장선 바 있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 신제윤·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전직 관료들이 참석했다.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 |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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