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항공기 관련 사건 후 갈등 심화…"매우 위험" vs "불법 공역 침입"
필리핀 항공기 앞에 섬광탄을 뿌리는 중국 전투기 |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중국 전투기의 필리핀 항공기 순찰 방해 사건이 불거지면서 필리핀 정부가 중국과 맺은 남중국해 관련 잠정 합의를 향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테리사 라자로 필리핀 외교부 차관은 전날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의 잠정 합의가 필리핀의 기존 남중국해 관련 입장에서 타협한 것은 아니며 필요하면 재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은 필리핀이 잠정 합의를 지킬 것이라면서 중국도 똑같이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하순 필리핀과 중국은 협상 끝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상주하는 필리핀 병력에 대한 물자 보급과 관련해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필리핀의 물자 보급이 중국 측 협조하에 원활히 진행되면서 양국 간 긴장은 다소 소강상태를 보여왔다.
하지만 필리핀 군에 따르면 지난 8일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상공에서 일상적인 해상 순찰을 수행하던 필리핀 공군의 NC-212i 소형 수송기를 중국 공군 전투기 2대가 방해했다.
필리핀 공군기가 비행하는 경로에서 중국 전투기가 위험한 기동을 수행하고 플레어(미사일 회피용 섬광탄)를 발사했다는 것이다.
필리핀 해군 대변인인 로이 빈센트 트리니다드 준장은 중국 측 항공기가 필리핀 측 항공기에 이번처럼 근접해 기동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이는 국제무대에서 있을 수 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로미오 브라우너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섬광탄이 우리 항공기에 닿았으면 프로펠러나 엔진 공기흡입구로 빨려 들어가거나 우리 항공기를 태울 수 있었다"면서 "매우 위험했다"고 말했다.
전날 필리핀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중국 정부에 외교적 항의를 제기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반면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필리핀 항공기가 거듭된 경고를 받고서도 불법적으로 중국 측 공역에 침입했다면서 "영역 침해, 도발, 왜곡 선전을 즉각 중단하도록 필리핀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전날 필리핀이 중국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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