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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내년 의료대란 닥쳐…한국전쟁때도 없던 일 벌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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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16일 '의대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 개최

"내년 의사·전문의 배출 없어 교수도 안생겨"

"의대2년 3분의2 필수과목…200명 강의불가"

뉴시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지난 6월 12일 충북대 의대에서 배장환 당시 충대병원 비대위원장이 의대임시총회가 끝난 뒤 발언하고 있다. 2024.06.12. juye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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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배장환 전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충북대 의대 전 심장내과 교수)이 "내년에 닥칠 의료대란에 대해 정말 나이브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내년에는 한국전쟁 중에도 벌어지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고 밝혔다.

배 전 충북대병원·의대 비대위원장은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의학교육소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강행하고 있다"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국내 심장내과 명의로 15년 간 충북권역심혈관센터장으로 근무해온 배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6월 정부의 급격한 의대 증원에 반대해 충북대 의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현재 부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 중이다.

배 전 비대위원장은 "내년에는 의사와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 해가 되고 이후에는 연쇄적으로 전임의가 없어지기 때문에 교수 요원이 생기지 않는다"면서 "이 상태가 계속 누적될텐데 '희망을 갖고 (의대생과 전공의를)설득 하겠다' 정도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0명 증원에 관한 의지의 3분의 1만 (사태를)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뭔가 될 것 같은데 2000명이란 숫자가 의료개혁을 완전히 잡아먹은 상태"라고 말했다.

배 전 비대위원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증원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느냐"는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는 "모든 과정이 잘못됐다"고 답했다.

배 전 비대위원장은 급격한 의대 증원으로 해부학 실습 등 의학교육에 파행이 빚어져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카데바(해부용 시신) 한구당 실습 인원 6~8명이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한 두 명만 늘어도 뒤에 있는 학생들은 가령 카데바의 인대가 전혀 보이지 않고 간을 싸고 있는 조직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해부학 실습을 마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와 총장께서는 학생이 200명 들어와도 의대 1, 2년은 예과 과정이니까 늘릴 수 있다고 하지만 3분의 2 정도가 필수과목에 해당된다"면서 "200명을 한꺼번에 강의실에 넣고 필수과목 강의를 하는 것을 보신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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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주호(가운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의학교육소위원회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오석환 교육부 차관, 이 사회부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2차관. 2024.08.16. suncho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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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 의대 정원은 125명으로, 기존 49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난다. 내년에는 정부의 자율 증원안에 따라 기존 증원분의 50%만 반영해 의대 정원이 기존의 2.5배인 125명으로 늘어나고, 후년부터는 기존의 4배로 늘어난다.

배 전 비대위원장은 "200명의 학생을 제대로 교육 시키려면 최소 강의실을 60석짜리 4개의 반으로 나눠야 되고, 교수 4명을 한꺼번에 투입해서 강의를 따로따로 해야 한다"면서 "200명을 모아놓고 필수과목 강의를 하는 것은 인문대학에도 없는 일로, 시민 대상 강의나 가능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국립대 의대 교수 확보를 위해 향후 3년간 총 1000여 명을 모집해 교육 현장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배 전 비대위원장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배 전 비대위원장은 "불가능하다"면서 "계획안만 나와있고 1000명을 늘리겠다고 한 것도 새로운 교수 1000명을 증원해야 늘어나는 것인데, 기존 총장이 발령냈던 기금 교수가 전임 교수로 가는 것으로 숫자는 똑같고 직급만 변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총장께서 충북대의 경우 전임교수 2명만 사직했다고 하지만, 심장내과 교수 10명 중 2명은 은퇴가 가까우신 상태이고 실제 근무하는 교수 7명 중 저까지 포함해 3명이 사직했다"면서 "사직한 3명 중 2명은 임상교수로, 있던 사람도 나가는 판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배 전 비대위원장은 현재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의대 증원을 늘리는 것은 물론 줄이는 것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쉽게 말해서 인구 1만명당 소아과 전문의는 우리나라가 OECD 평균의 2.5배 이상 많다"면서 "그런데 왜 전문의들이 소아과를 계속하지 않고 있느냐는 문제를 놔두고 의사를 늘리자고 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체계를 바꾸지 않고 사람을 넣는다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 금연율을 높이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인 담뱃값을 올렸지만 결국 금연율 상승에 실패한 것을 의료계에서 반복하는 것"이라면서 "필수·지방의료 확충은 제 평생의 명제였고 모든 의사는 찬성하지만 이런 식의 추진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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