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2 (목)

[르포] '맥주병' 기자의 해상 생환훈련 체험기…"살려주세요"가 절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해상 낙하산 분리훈련·헬기 구조절차 습득훈련 등 체험

연합뉴스

낙하산 견인 훈련 체험하는 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남해=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살면서 수영과는 인연이 없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바다 한가운데 빠지기 직전이었다.

훈련용 배 후미에 대롱대롱 매달리자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라는 후회가 절로 들었지만, '시키는 대로만 하자'고 마음먹고 "착수 준비"를 호기롭게 외쳤다.

살면서 한 번도 수영을 배워본 적 없는 기자는 그대로 4m 높이에서 바다로 추락했다.

공군은 14일 경남 남해의 해상생환훈련장에서 국방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조종사 해상생환훈련 체험행사를 열었다.

해상생환훈련은 조종사가 항공작전 수행 중 비상탈출해 바다에 떨어졌을 때 무사히 귀환하도록 일련의 행동 절차를 익히는 훈련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기에 비상탈출 시 해상에 착지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연합뉴스

낙하산 견인 훈련 체험 직전 배 후미에 매달린 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자가 물에 빠진 것은 낙하산 견인 훈련(DRAG)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조종사가 해상으로 비상탈출 했을 때 미처 떼어내지 못한 낙하산이 몸을 이리저리 끌고 다녀 위험할 수 있기에 이에 대처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낙하산이 몸을 끌고 가는 상황을 재현하고자 바다에 빠진 기자와 훈련용 배는 줄로 연결돼 있었고, 배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으면 몸이 둥둥 떠 숨쉬기 어렵지 않지만 끌려다니면 물살이 입과 코로 밀려들어 호흡이 어려워진다.

배운 대로 수면 위에 엎드린 자세에서 배에 연결된 줄을 아래로 누르며 상체를 일으키고, 중심을 잡기 위해 다리를 양옆으로 벌리려고 했지만 의도치 않게 누운 자세로 금방 뒤집혔다.

누운 자세로 끌려갈 때 호흡법을 떠올렸다. 목에 낀 구명대를 끌어당기며 몸을 세우면 수면 위로 입과 코가 나와 호흡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론은 이론이고 실제는 달랐다. 몸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물살이 덮쳐온 탓에 머리는 계속 수면 아래에 있었고 나도 모르게 "살려주세요"라는 비명이 나왔다.

애석하게도 안전요원은 오지 않았다. 다행히 배가 차츰 속도를 줄였고, 물살이 사라지자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날 훈련용 배는 취재진을 매달고 약 4노트(시속 7.41㎞) 속도로 움직였다고 한다. 실제 조종사 훈련 시에는 8노트(시속 14.82㎞)로 움직이는데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몸을 가누기 힘들고 더 높은 물살이 몸을 덮친다. 훈련용 배와 달리 낙하산은 조종사가 위험하다고 멈추지 않는다.

연합뉴스

탐색구조훈련
[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곧바로 탐색구조훈련이 이어졌다. 바다에 둥둥 떠서 표류하다가 헬기를 만나 구조될 때의 절차를 익히는 훈련이다.

취재진 5명이 한 조가 돼 바다에 옹기종기 모여 떠다니니 곧 헬기가 다가왔다.

분명 구조하러 온 헬기인데 힘차게 도는 프로펠러가 바닷물을 튀겨 숨 쉬는 것을 방해했다. '혹시 날 해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칠 정도였다. 고개를 돌리고 입과 코로 밀려드는 물방울을 손으로 막아 호흡을 이어갔다.

헬기는 '호이스트'라는 인양 장치를 내렸는데, 시간 관계상 조마다 1명만 올라 볼 수 있었다.

훈련 뒤 호이스트에 오른 기자에게 후기를 들어보니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물이 계속 튀는 탓에 정신이 없었고, 옆에서 교관이 도와준 덕에 무사히 장비를 타고 올라갔다 다시 내려왔단다. 구조헬기의 바람을 견디는 것도 탐색구조훈련의 목적 중 하나로 보였다.

연합뉴스

낙하산 부양 강하훈련 시범을 보이는 교관
[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바람이 불지 않았던 탓에, 주행하는 배에 매달려 바람을 받고 최대 70m 높이까지 올라갔다 낙하산을 타고 바다에 빠지는 '낙하산 부양 강하훈련'(PARA-SAIL)을 체험하진 못했다.

기진맥진하던 차에 들려온 낭보였다. 분명 생존을 위한 훈련이었는데 훈련 중에는 "살려주세요"가 절로 나오고 훈련이 끝날 때쯤엔 '이러다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훈련을 받는 학생조종사는 이 같은 해상생환훈련 1주에 산속에서의 생존법을 익히는 육상생환훈련 1주를 더해 총 2주간 훈련한다고 한다. 조종사들 또한 4년 6개월마다 1주간의 생환훈련을 받는다.

이날 훈련을 담당한 공군 생환교육대의 로고에는 '살아서 돌아오라'는 문구가 있었다. '반드시 살리겠다' 대신 적힌 명령조의 문구는 조난에도 무사히 살아남으려면 구조대원만 믿지 말고 스스로 훈련 또 훈련해야 한다는 당부가 아닐까 싶었다.

readines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