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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말하기 싫어요" 마약에 동반한 성범죄, 대응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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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최근 마약류 사범이 연 2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마약 투약으로 휘말린 성폭력이 공론화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인찍힐 거라는 두려움에 피해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빠른 신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모르고 마약을 투약했을 경우 처벌받지 않을 뿐더러, 자수하면 감경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연도별 마약류 사범 단속 건수는 2020년 1만8050명 → 2021년 1만6153명 → 2022년 1만8395명 → 2023년 2만7611명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마약류사범 수는 역대 최대다.

마약범죄가 늘면서 이와 동반된 교통사고, 살인, 성범죄 등도 일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성범죄는 수사 기관이 적발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피해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공론화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생 A씨는 "피해자들은 신원을 밝히고 증거를 내밀면 2차 가해가 있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걸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뉴스핌

[자료=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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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마약과 동반된 성범죄에서는 피해자들이 숨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성범죄 피해를 말하기 위해서는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을 밝혀야 하다 보니, 지레 겁을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부담도 느낀다.

박진실 변호사는 "여자들의 경우, 남자들이 몰래 탄 마약을 먹으면서 성범죄 피해가 시작된다"라면서 "이들은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본인도 처벌받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압력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 여자의 경우 마약을 구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서 남자들의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다 보니 폭로가 어렵고, 남자의 경우는 성 정체성을 밝히겠다는 등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범죄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는 피해 사실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변호사나 센터에서 사건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마저도 본인이 신고를 미룬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진다고 우려했다. 당사자가 신고를 주저할 경우 계속해서 시간이 흘러 증거 확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성범죄에 노출된 후, 마약에 중독돼 지속적으로 약물을 투약한 경우에도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기 어려워진다. 박 변호사는 "피고인 측에서는 같이 마약을 하지 않았냐, 내가 성폭행을 저질렀는데 왜 같이 만났냐는 논리를 펼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마약임을 모르고 투약했을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또한 마약을 경험했더라도, 성범죄 피해를 털어놓기 위해서 자수를 하면 감경 사유가 될 수 있다.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마약을 한 상태에서 판단 능력이 떨어지면 성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약물을 투약했을 경우 가급적 빨리 의뢰해야 증거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hell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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