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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누가 CJ의 '年 3조 문화사업'을 무너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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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이재현 회장의 숙명사업 CJ라이브시티 좌초

"경기도, 하자 있는 토지 제공…계약 해제 사유"

"CJ 사업 의지 없다?…단순 공정률로만 판단 안돼"

"영종도 인스파이어는 되고"…경기도 소극행정도 논란

김동연 지사 "의지 분명하다면 CJ와 얼마든지 소통·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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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고양 K-컬처밸리 사업 시행사인 CJ라이브시티와 협약을 해제하면서 그 후폭풍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CJ 측은 경기도가 사업부지로 제공한 토지에서 불법 폐기물이 발견된 점, 경기도가 정부의 중재안을 거부한 '소극 행정' 등을 문제 삼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하자 있는 토지 제공…계약 해제 사유"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숙명사업이기도 한 CJ라이브시티는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약 10만평 부지에 실내 2만석, 야외 4만명 수용 규모의 아레나를 비롯해 스튜디오, 숙박 및 상업시설 등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 약 2조원에 육박하는 경기북부 최대 개발사업으로, 조성이 완료되면 10년간 약 30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 약 20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 등이 기대됐다.

그러나 경기도 공모사업으로 2016년 사업을 착수한 이후 국정농단 사태, 코로나19, 행정기관의 각종 인허가 행정 절차 등으로 약 50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여기에 한국전력공사가 이 일대에 대용량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은 최대 위기에 직면한다. 이에 한국전력은 신고양 변전소 설치를 추진하며 대안 마련에 나섰지만 완공한다하더라도 실제 전력 수급이 가능한 시점은 2029년 이후다. 사업 단지를 가로지르는 한류천 수질개선 공공사업도 8년 내내 지지부진했던 점도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은 요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레나 건축 허가를 받고 착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22년 5월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던 도중 아레나 서측 구간에서 대량의 건설·산업 폐기물이 발견됐다. 폐기물은 아레나 공사장 인근 7만평에 달하는 구간에 걸쳐 지표면으로부터 약 3미터 깊이까지 불법 매립돼 있었다. 폐기물 처리 차량 기준 9600여대 규모에 이르는 폐기물이 매립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CJ라이브시티 측은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 기본협약상 경기도가 토지를 공급하기 전 다양한 시설들을 건축하기에 적합한 상태, 즉 하자가 없는 정상적인 토지를 조성해 공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매년 대부료를 납부하는 상황에서 토지 소유자인 경기도가 애초에 이 같은 땅을 임대한 것은 계약 해제 사유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와 폐기물 처리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우선 시공사와 함께 2022년 5월부터 3개월가량 폐기물 처리를 진행했다. 이미 아레나 공사가 시작된 만큼 차질 없는 공사 진행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한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아레나 공사를 멈추게 할 수 없었기에 불법 폐기물 매립을 확인한 즉시 일단 빠르게 직접 처리에 나선 것"이라며 "경기도에 수차례 폐기물 처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으나, 처리 비용의 산정 방식을 문제 삼으며 1년 넘게 시간만 끌어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통상 개발 과정에서 불법 매립된 폐기물이 발견되면 본래 부지를 소유·인도했던 임대인에 하자담보책임이 발생한다"면서 "CJ라이브시티가 사업 추진 의지로 공사기간을 늦추지 않고자 공사와 협의를 병행해 왔던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CJ 사업 의지 없다?…단순 공정률로만 판단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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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라이브시티는 대외 여건 악화를 타개할 방법으로 결국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 민관 합동 PF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고, 지체상금 감면과 공사 기한 재조정을 골자로 한 조정안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조정위는 공사 지연으로 과거 누적된 지체상금은 CJ에 부과하되 불가항력적이었던 전력 공급 불가 통보 이후의 지체상금은 삭감할 것을 권고했으나 경기도는 이에 대해 검토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의 지난 8년간 전체 사업 공정률이 3%(아레나는 17%)에 불과하다면서 사업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향후 사업은 경기도가 GH(경기주택도시공사)와 협력해서 건설을 책임지고, 그 뒤 운영은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사가 참여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공공개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CJ 측에만 지체상금을 면제해주면 특혜·배임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고 거듭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앞서 서술했듯 지난 8년 사이 있었던 코로나19, 대용량 전력 공급 불가, 한류천 수질 개선 공공사업 지연 등을 고려했을 때 현재 공정률이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단순 공정률 숫자만으로 사업 추진 의사를 판단한 것은 CJ라이브시티가 공들여 준비한 노력과 절차를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결정"이라며 "문화 인프라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철저한 사업 기획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로, 핵심 시설로 시작해 순차 오픈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서울 아레나 역시 2015년 2월 건립계획을 발표한 후 9년 만에 착공했다.

"영종도 인스파이어는 되고"…경기도 소극행정도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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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스스로가 정부 중재안에 대해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을 의뢰하고도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CJ 측에 사업 해지를 통보한 부분도 논란거리다. 이 역시 CJ 측 입장만 들어줬다가는 향후 특혜·배임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기도가 판단한 데 따른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완공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 대해 인천공항공사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부지를 제공하고 정부가 39개월의 기한 연장을 해준 것과는 극명하게 엇갈리는 조치였다. 정부의 소극행정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가 해당 사업을 공공개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아레나를 가장 잘 아는 민간기업을 배제해놓고 경험이 전무한 공공기관이 나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문화 인프라 사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영은 물론 개발 단계부터 전문 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공공이 개발을 주도했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 런던의 O2아레나가 있다. O2아레나는 영국 정부가 1997년 당시 한화 기준 1조4천억원을 투입해 개발했지만, 개관 후 방문객 수가 예상 대비 15% 이하에 머무는 등 심각한 운영난으로 결국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에 영국 정부는 엔터테인먼트 전문기업인 AEG에 부지를 매각했다. AEG는 아레나 일대를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지구로 재개발해 오늘날 연간 방문객 850만명의 글로벌 대표 아레나를 만들어냈다.

CJ 측은 지난 14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당사는 이미 경기도의 일방적인 사업협약 해제 통보에 재고를 요청하는 공문을 두 차례 발송했지만 경기도는 당사의 책임으로 협약을 해제했다고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해제 사유를 문의하는 당사의 공문에는 한 달 넘게 대답하지 않고 있다"면서 "경기도의 해제 통보 이후에도 아레나 공사 재개를 위해 경기도와 직간접 접촉을 통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양시민 등 도민 반발까지 거센 가운데 김동연 지사가 최근 사업 추진 입장을 밝힘에 따라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가 새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지사는 지난 12일 도민 청원 답변을 통해 △독립적인 책임 자본 확보 △'건공운민(개발은 공공, 운영은 민간)' 방식 추진 등 향후 사업 방향성을 다시 한번 제시하면서도 "사업 추진 의지가 분명하다면 CJ 측과도 얼마든지 소통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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