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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美대선 앞 4번째 안보실장, 아리송한 '돌려막기'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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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핵심 외교·안보라인 돌연 인사 두고 '뒷말' 여전

안보실장 이례적인 잦은 교체…美 대선 앞두고 의문

장호진 '경질' 가능성도…북러 군사협력이 배경? 해석 분분

김태효의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 그립 더욱 강해질 듯

대통령실 "장 특보 '외교 해결사' 역할, 특정인 위한 인사 아냐"

노컷뉴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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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핵심 외교·안보라인의 돌연 인사 배경을 두고 뒷말이 여전하다. 특히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잦은 교체와 함께, 미국 대선을 앞둔 시기인 점을 감안해 외교 정책 안정성과 연속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국가안보실장으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이동한 것을 두고도 대통령실은 '안보 강화' 이유를 들었지만 배경에 대한 의구심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임 안보실장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고, 신임 국방부 장관에는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명했다. 장호진 안보실장의 경우 신설된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임명됐다. 장 신임 특보는 안보실장 임명 7개월 만에, 신 실장은 국방부 장관 임명 10개월 만에 자리를 옮기는 '깜짝 인사'였다.

돌연 인사 배경을 두고 대통령실은 최근 여름휴가를 보낸 윤 대통령의 정국 구상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참석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응해 군 출신을 전면 배치해 안보를 강화하는 취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잦은 안보실장 교체에 따른 외교 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안보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며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신 실장은 임기 2년을 조금 넘긴 윤석열 정부의 네 번째 안보실장이다. 군 출신 안보실장이 임명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며, 2014년 6월 박근혜 정부 당시 김관진 실장 이후 10년여 만이다. 김성한-조태용-장호진 전 실장은 모두 외교부 출신 '외교통'이었다.

이번 인선은 과거 전례를 보더라도 '이례적'이다. 국가안보실을 신설한 박근혜 정부에선 군 출신인 김장수-김관진 두 명의 안보실장이 거쳐갔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정의용-서훈이 차례로 안보실장을 역임했으며 각각 '대미외교통', '대북전략통'으로 불렸다. 박근혜 정부 안보실장은 당시 북한의 4·5차 핵실험, 개성공단 폐쇄 등 긴장된 남북 관계를 감안해 안보에 방점을 찍은 인선을 유지했고, 외교안보수석실을 두며 외교 라인을 관리했다. 당시 외교안보수석 역시 '외교통'인 주철기-김규현 두 사람이 거쳐갔다. 외교안보수석은 문재인 정부 출범 때 폐지되고 기능은 안보실 산하로 통합됐다.

게다가 지금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으로 외교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우리 외교 핵심 카운터파트(counterpart·상대방)인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일본의 아키바 다케오 국가안보국장은 4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 비춰봐도 인선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외교 정책의 가장 기본이 연속성과 지속성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데, 잦은 교체는 허점을 노출시키고 상대국으로부터 공신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주변국에 충분히 설득력 있는 근거와 배경을 갖고 인사를 해야하는데 국내 정치적으로 필요에 의해, '돌려막기' 한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라고 밝혔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역시 "국제 정치의 변화에 따른 유연성과 창의성이 더욱 요구되는 지금 이 시기에 오히려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문화에 익숙한 인물을 내세운 것은 우려되는 인사"라며 "미중 전략경쟁 시대와 기존의 국제질서가 다 무너지는 가운데, 아주 작은 오판이나 실수도 국가에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장 특보의 경우 '경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인사는 윤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지난 9일 금요일에 복귀한 뒤 주말쯤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특보는 주말까지도 인사 대상인 것을 몰랐다가, 인사 당일인 월요일 오전 통보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질 배경으로 지난 6월 북러 군사협력 국면에서 안보실 대응을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북러 군사협력 이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안보실이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북러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었는데, 러시아 쪽부터 해서 제대로 역할을 못했고 전혀 눈치를 못 챈 측면이 있다"며 "어떤 역량에 대한 평가가 아닌가 싶다"라고 밝혔다.

김태효 그립 쎄질 듯…용산 "장 특보 '외교 해결사' 역할, 특정인 위한 인사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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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문한 장호진 외교안보특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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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통령실은 장 특보를 문책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정형화된 자리에서 벗어나 정부의 외교 지평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인사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 특보의 외교적 네트워크는 굉장한 자산"이라며 "원전·방산 등 당면한 과제와 현안들을 통솔하는 '해결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보좌했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같은 전방위 막후 외교 현안을 집중력 있게 다루는 임무를 맡겼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용산 청사 내 업무 공간을 만들고, 별도의 특보팀을 구성하는 등의 예우도 했다.

또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는 "본인은 인사에 있어 섭섭할 수 있겠지만 이번 인선은 안보 전문가가 실장을 맡고, 외교 전문 특사가 한 명 더 늘어나면서 '보강' 측면이라고 본다"며 "북러 군사협력에 따른 경질설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이번 인선으로 안보실 원년멤버인 김태효 1차장의 입지가 한층 강해졌다는 분석도 많다. 장 특보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외교부 북미국장과 청와대 외교비서관을 역임했고, 김 차장은 비슷한 시기 외교안보수석실 대외전략비서관과 수석급인 대외전략기획관을 연이어 지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선 안보실장과 '2인자'인 1차장으로 재회하며 지위가 역전된 격이라 두 사람의 관계가 미묘할 것이란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장 특보가 실장에서 물러나고 신 실장이 군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김 차장의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 그립이 더욱 강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doctrine·국가의 외교 방향 선언)도 김 차장의 손을 거쳤다.

이번 인사를 두고 윤 대통령의 측근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기 위해 연쇄 이동을 감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대선 캠프부터 외교·안보 정책을 자문해 왔으며, 정부 출범부터 경호처장을 맡았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외교·안보 라인 인사는 외교와 국방의 최강팀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정인을 앉히기 위해 인사가 있었다는 보도는 터무니없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국가정보원장도 정통 외교관 출신"이라며 "이번 인사는 외교 라인을 좀 더 효율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구상이지, 일각에서 주장하는 외교 라인 배제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장 특보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새로 맡은 임무와 관련 "안보실장을 하는 동안 현안이나 조직 관리, 여러 회의나 보고가 많았는데 그런 루틴한 일에서 벗어나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일을 할 수 있다고 새 임무를 부여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안보라인 연쇄 이동이 특정 인사를 임명하기 위한 것이란 의혹에 대해선 "서울(대통령실)에서 이미 다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거기에 대해서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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