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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TSMC의 최대 ‘적’은 삼성도 중국도 아니었네…'지진리스크'에 복잡해진 투자 셈법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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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카이 대지진 가능성에 내부시스템 점검·재정비

대만 첨단 공정-일본 레거시 공정 전략은 계속 유지

일본·대만 지진에 일부 고객 'TSMC발 공급망 리스크' 우려도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셈법이 갑자기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대만 본토와 일본에서 연달아 발생한 지진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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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로서는 대형 지진에 따른 각종 차질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그렇다고 지진으로 인한 손실을 의식해 수요가 늘어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소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 8일 일본 규슈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 이후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정보'(거대 지진 주의) 발표에 따라 내부 규정 재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TSMC에 정통한 현지 관계자는 "최근 규슈에서 발생한 지진은 외부 대피 기준을 충족할 정도는 아니어서 TSMC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를 (난카이) 대지진과 관련해서는 바로 대피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난카이 해곡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는 대형 지진이다.

지난 15일 임시정보가 해제되긴 했지만, 발생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TSMC 입장에선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TSMC의 일본 1공장이 규슈 지역 한가운데인 구마모토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TSMC가 이 같은 '지진 리스크'를 의식해 일본 공급망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만을 첨단 공정 기반의 생산기지로 두고, 일본 등에 레거시(구형) 공장을 배치하겠다는 게 TSMC의 구상이다.

여기에 인력 확보,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캐파(생산능력) 증설, 주요 고객사의 거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와의 협력, 보조금 지원 등도 TSMC가 일본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꼽힌다.

TSMC는 자사가 86.5%의 지분을 갖고 일본 기업인 소니, 덴소, 도요타가 나머지 지분을 갖는 JASM을 통해 규슈 구마모토현에 1공장을 지었다. 지난 2월 말 개소식을 열고 연내 제품을 양산한다는 목표다.

1공장은 12∼28나노(㎚·10억분의 1m)급의 반도체 칩을 생산하며 카메라 센서, 가전제품, 자동차용 로직 칩 등을 출하한다.

같은 지역에 지어질 2공장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6∼12나노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곳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자율주행차용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며, 도요타와 도요타 부품사인 덴소가 주요 수요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나노 이상의 최첨단 공정은 대만 생산기지에서 이뤄진다는 것과 비교하면 일본 공장은 레거시 공정이 주력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TSMC 1공장에 투자비 절반에 달하는 4760억엔(약 4조3433억원)을 지원했다. 2공장에도 7320억엔(약 6조6792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전망이다.

3공장 역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라 다카시 구마모토현 지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이달 25일부터 TSMC 경영진을 만나 3공장 유치를 요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3공장에서 몇 나노 공정을 활용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또 TSMC는 구마모토 공장을 중심으로 일본 내 주요 고객사 및 소부장 업체들과의 생태계 강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TSMC 구마모토 공장 인근에는 소니, 도요타, 덴소, 도쿄일렉트론(TEL), 후지필름 등 주요 고객과 소부장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고객들 사이에서는 수주 사업인 파운드리 특성상 지진으로 인해 TSMC에 맡긴 물량을 적기에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공급망 리스크' 불안감도 존재한다.

앞서 TSMC는 지난 4월 대만 화롄시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2 강진으로 실제 생산 차질을 겪은 바 있다. 당시 TSMC는 팹(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일부 웨이퍼 손상도 발생했다. 웨이퍼 팹 복구까지 10시간 이상이 소요됐으며, 피해 규모만 올 2분기에 30억 대만달러(약 1261억원)로 추정된다.

지난 16일에도 대만 동부에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TSMC는 뚜렷한 피해가 없어 공장을 정상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연재해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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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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