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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중국서 ‘과태료 폭탄’ 은행들 방 빼고 인도 간다 [Hello 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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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中 진출 비중 10년만에 반토막

과도한 규제에 탈중국...인도지점 늘어

헤럴드경제

정상혁(오른쪽) 신한은행장과 아리지트 사냘(ARIJIT SANYAL) 크레딜라 대표가 지난 3일 인도 뭄바이 더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지분투자 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중국의 영업환경은 대미 갈등으로 너무 불안정하다. 자국 내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예민해 해외 사업자들은 과태료가 늘 걱정이다.” (은행권 관계자)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금융사들이 철수하고 있다. 대신 선택하는 시장이 바로 인도다. 세계 1위 인구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의 스마트폰 사용자 비중은 66.2%, 중국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성장률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 대출 침투율은 등은 더 낮다. 모바일금융서비스 시장을 개척하겠다며 은행들이 중국에서 방을 빼고, 인도에 진입하는 이유다.

▶중국 과태료 때려맞는 韓 은행들=19일 금융감독원의 ‘금융사 해외진출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금융사가 가진 중국 내 지점 수는 47개로 그 비중이 9.9%에 해당한다. 10년 전인 2014년, 68개의 지점이 전체에서 17.4%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은행만 떼어놓고 봐도 중국 진출의 비중은 줄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2014년 말 세운 중국 내 지점 수는 15개로 비중이 9.26%에 해당했다. 하지만 10년 후 지점 수는 16개로 1개 늘었지만 비중은 7.88%로 오히려 감소했다. 늘어나는 해외진출 속 중국에서는 힘을 빼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들이 애써 진출한 중국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과도한 규제환경 때문이다. 중국은 타국에 금융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단순 영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큰 한계를 느낀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감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2022년 중국 하나은행과 중국 우리은행, 중국 IBK기업은행에 총 1743만위안(약 3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그해 9월 외화지급보증취급 소홀로 1576만위안(28억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는데, 이는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통합한 2015년 이후 해외 금융감독 당국이 하나은행에 매긴 과태료 중 단일 건 기준 최대 규모다.

중국 국과외환관리국은 그해 4월 중국 우리은행에도 국제수지 보고 및 통계 보고 오류를 이유로 과태료 20만 위안(3600만원)을 통보했다. 6월에는 베이징 은행보험감독국이 중국 우리은행에 개인 경영성 대출 자금 용도 확인 미흡과 외화지급보증(내보외대) 취급 소홀 등으로 과태료 90만위안(1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중국 기업은행 쑤저우 분행도 지난해 12월 쑤저우 외환관리국으로부터 대외 보고 누락과 송금자료 확인 미비 등으로 57만위안(1억200만원)의 과태료 고지서를 받았다.

문제는 중국 당국의 규제가 더욱 강화 추세라는 데 있다. 2021년도에도 중국은 중국 하나은행에 350만위안(6억2000만원), 중국 우리은행에 198만위안(3억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더욱 커진 셈이다.

▶중국 점포 비중 줄고, 인도는 늘고...“일시적 현상 아닌 영구적 변화”=이같은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중국의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인도다. 금융사의 인도 내 해외점포 수는 2014년 14개에서 2024년 25개로 훌쩍 성장했다. 그 비중도 3.6%에서 6.14%로 두 배 정도 뛰었다.

특히 은행이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인도에 있는 국내 은행 지점 수는 2014년 10개에서 2024년 20개로 늘었다. 비중도 6.17%에서 9.85%로 증가했다.

국제금융센터의 황원정 책임연구원과 이상원 글로벌은행부장은 보고서를 통해 “인도의 높은 성장성 외에 중국-서방 간 갈등에 따른 수혜 등을 고려할 때, 글로벌 은행들은 ‘중국→인도’로의 입지 재조정을 통한 수익성 제고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단연 인도 금융의 성장성이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인도 금융기관의 대출 서비스 침투율은 39.6%로 절반에 못미친다. 가계 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기준 37.2% 수준에 불과하다. 인도가 102%에 달하는 한국, 62%에 해당하는 중국 대비 성장성이 높은 시장으로 지목받는 이유다.

정 연구원은 “인도 금융 서비스 시장을 대표하는 대출 및 보험 서비스 시장은 과거 10년간 연평균 10% 초반대 성장을 보여주며 인도 경제 발전 및 소비 시장 성장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인도 소비자들의 강한 수요와 금융 포용성 확대로 인도 금융서비스 시장의 파이는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은행들의 인도 사업 강화가 중국사업 둔화 등에 따른 일시적인 조정 전략이 아닌 근본적이며 영구적 변화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금융사의 인도 진출이 ‘잠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앞으로의 필수 전략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인도시장 투자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처음으로 지점이나 법인 형태가 아닌, 지분투자 방식으로 인도의 학자금대출 기업 크레딜라에 투자했다. 인도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는 국내 시중은행 중 최초 사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14억 인구의 거대한 시장규모와 그에 따른 성장 잠재력,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수혜 기대감 및 지정학적 안정성 등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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