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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배드민턴 협회도 맡아줘요”…정의선 회장, ‘양궁 신화’ 이렇게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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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덕분에”, 배드민턴 “…때문에”


매일경제

지난 3일(현지시간) 파리대회 양궁 여자개인 시상식 직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이 남수현, 전훈영, 임시현(사진 왼쪽부터) 선수들을 축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대한양궁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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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전 종목을 석권하며 양궁 신화를 썼다. 여자 대표팀(임시현·전훈영·남수현)은 1988년 서울대회 이후 파리대회까지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세계 양궁 역사에 새로운 금자탑을 쌓았다. 김우진은 남자 선수 최초로 2024 파리올림픽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까지 휩쓸며 3관왕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신화의 주인공들인 대한 궁사들은 좋은 성적을 낸 비결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대한양궁협회장·아시아양궁연맹회장)을 꼽았다.

임시현은 “한국 양궁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분은 정의선 회장님”이라며 “회장님의 격려와 지원 덕분에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딴 김우진은 “공정한 협회가 있었기에 항상 모두가 공정한 위치에서 함께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고 전했고, 대회장에서 정의선 회장과 포옹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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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1일 파리 앵발리드에 있는 연습장을 찾아 양궁 3개 종목(여자개인·여자단체·혼성단체) 금메달리스트 임시현(사진 왼쪽 넷째)과 장영술(오른쪽 첫째) 대한양궁협회 부회장, 양창훈(오른쪽 셋째)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출처=대한양궁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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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새로운 역사를 쓴 선수는 배드민턴 종목에도 있었다. 다만, 금메달을 딴 직후의 행보가 양궁 선수들과는 사뭇 달랐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경기에서 28년 만에 대한민국에 금메달을 안겨준 안세영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겨냥해 “협회가 상식선에서 운영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 대표팀과 함께 가기가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안세영이 울음처럼 터뜨린 말들은 ‘협회의 부상 관리 미흡·소홀’, ‘단식 선수에게 복식을 강제하는 훈련 방식에 대한 불만’, ‘협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올림픽 출전 제한’, ‘7년간 막내로서 담당해야 했던 청소·빨래 등 관습’, ‘불합리한 트레이너 고용 방식’ 등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배드민턴협회는 선수 선발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2018년 세계 선수권 대회 출장 시에는 선수와 감독은 이코노미석, 임원진은 전원 비즈니스석에 탑승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배드민턴협회는 10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안세영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범국민적인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배드민턴협회도 맡으면 안 되느냐는 지적 섞인 요청도 다수 제기됐다. 정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파리올림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만난 취재진에 “우리 선수들 예상보다 더 잘했다”면서 이례적으로 “배드민턴도 잘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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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사진 오른쪽)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파리 대회 남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김우진(오른쪽 둘째) 선수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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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협회와 배드민턴협회의 운영을 비교하는 여론이 확산되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양궁 후원은 올해로 40년째다. 국내 기업이 단일 종목 스포츠협회를 후원한 사례 중 최장기간이다.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정의선 회장은 2005년 양궁협회장을 이어받은 뒤 물심양면 선수들을 지원해왔다.

대한양궁협회장 정의선 회장은 기업 경영을 양궁에 접목한 결과인 ▲오랜 기간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 달성 ▲비인기 종목임에도 대중적 신뢰와 폭넓은 지지 획득 ▲양궁협회를 국내 스포츠 단체 중 가장 안정적이고 투명한 운영 등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은 공정한 선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 원칙을 계승, 발전시켰다. 모두가 인정하는 대한양궁협회의 공정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확립했다. 단기적인 성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오랜 기간 강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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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궁사들이 양궁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유소년에서 국가대표에 이르는 체계적인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강화했다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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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우수 선수 육성 체계도 강화했다. 가능성 있는 인재들을 미리 찾기 위해 2013년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 훈련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상비군(U21)-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이번 파리올림픽 3관왕 김우진은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에 대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공정하고 깨끗한 양궁협회,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걸 지원해 주는 정의선 회장”이라고 답했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실업팀까지 모든 선수가 운동 계속하며 나아갈 수 있는 체계가 확실히 잡혀 있고, 공정한 협회가 있어 항상 모든 선수는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경기를 치를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협회장님께서 한국 양궁이 어떻게 하면 세계적인 위상을 굳건히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속 지원해 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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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달 29일 파리 대회에서 홈팀 프랑스와의 결승전을 앞둔 남자 양궁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의선 회장, 김우진 선수, 이우석 선수, 김제덕 선수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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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양궁협회에는 지연·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는 게 특징이다. 국가대표는 이전의 성적은 배제되고 철저하게 현재의 경쟁을 통해서만 선정된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3차에 걸친 선발전과 2번의 평가전을 거친다. 과녁에 최종적으로 꽂힌 점수만이 기준이 된다. 전 국가대표들은 국제대회보다 더 피말리는 경쟁이라고 입을 모은다.

양궁에 혁신을 접목한 것도 정 회장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이 끝난 직후 정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선수들 훈련과 장비 등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기에 나섰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즉시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센터를 주축으로 양궁협회와 함께 기술 지원방안을 협의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2016년 리우올림픽을 위해 기술 지원을 쏟았고, 전 종목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후 대회 때마다 그룹의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새로운 훈련 장비를 도입했다. 이번 파리대회를 위해서는 개인 훈련을 도와주는 로봇을 비롯 기존 기술은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혁신 장비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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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파리대회 양궁 여자 단체전 경기를 찾아 김재열 IOC 위원,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과 관람석에서 응원하고 있는 모습. 아래에서 네 번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 정의선 회장, 다섯 번째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김재열 IOC위원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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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은 정 회장의 행보 역시 주목받는다. 현장을 중시하는 그는 주요 국제 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고 격려한다. 실제로 그는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이후 주요 국제대회에 모두 참석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선 남자 단체전 결승 상대가 개최국 프랑스로 정해지자 긴장한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결승전을 위해 이동 중인 남자 국대대표 선수들과 마주친 정의선 회장은 “홈팀이 결승전 상대인데 상대팀 응원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겠냐”며 “주눅들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고 당부했다.

양궁의 저변 확대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정 회장은 전국의 양궁 유관기관, 양궁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국 양궁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 전반의 신뢰를 구축했다. 투명성, 공정성 같은 기본적인 운영 원칙과 방향성은 제시하지만 협회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대한양궁협회가 원활하게 현장과 소통하고 내·외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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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회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치르고 있는 양궁 선수들. 정의선 회장은 공정한 선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 원칙을 계승, 발전시켰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치열한 3차례의 선발전과 2차례의 평가전을 거쳐야 한다 [사진출처=대한양궁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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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도자들이 우수한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선수들이 국내 대회 입상 시 지도자들에게도 경기력 향상 연구비를 수여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양궁협회는 경기, 지도, 행정, 양궁저변확대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기여를 한 인사들을 찾아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기부금도 남다르다. 양궁협회의 기부금은 협회장인 정의선 회장이 기부한 83억원을 포함해 총 87억원에 달한다. 배드민턴 협회 기부금인 ‘0원’과 비교되는 숫자다. 협회의 역량 차이는 성적으로 이어졌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정식으로 채택된 배드민턴 종목에서 우리 대표팀이 금메달 2개, 은메달과 동메달 각각 1개씩 따내는 쾌거를 이뤘지만, 현재까지 한국팀이 올림픽 배드민턴에서 따낸 금메달은 7개에 그치고 있다. 양궁이 이룬 성적(32개)과는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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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이 2021년 아시아양궁연맹 총회에서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으로 다섯번 연속 선임된 후 아시아 각국의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국제 스포츠 외교도 주도하며 세계 양궁 선진화 및 한국 양궁의 영향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양궁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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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한국 양궁의 발전이라는 협회장의 명확한 비전에 대한 공감대와 현장과 협회간 역할의 균형을 통해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파리대회 전 종목 석권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며 “협회도 정의선 회장의 진심, 철학, 원칙들이 왜곡없이 온전히 현장에 전달될 수 있도록 ‘혈액이 모세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흐르듯이’ 시간이 아무리 걸리더라도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양궁협회는 ‘모두가 즐겁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양궁 문화 구축’을 지향점으로 잡았다. 정 회장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혁신에 앞장서며, 양궁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하고 실천하자”고 강조한다. 양궁협회의 슬로건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한마음으로 쏘는 화살(Aim Higher, Shoot Togeth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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