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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캐즘·화재 후폭풍에도 … 車업계 신기술 전기차로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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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포비아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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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 업계는 전동화 전환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전동화 속도를 늦출 경우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업계에 한순간에 경쟁력을 뺏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전성을 더욱 높이는 데 주력하면서도 전동화 경쟁력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 목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화재 후폭풍 속에서도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내에서 차량을 판매하는 완성차 업체·수입차 업체 중 예정됐던 전기차 신차 출시 일정을 미룬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차 캐즘(성장 정체)에 화재가 겹쳤지만, 장기적인 방향에서의 전동화 전환에 대한 변동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로 예정한 프리미엄 전기차들의 출시 일정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에서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9을 공개하고 바로 출시 준비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최근 수립했다. 아이오닉9은 99.8㎾h의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용량이 큰 만큼 화재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자체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주자 중 배터리셀 감시 기능 등 최첨단 화재 방지 시스템으로 전기차 포비아를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중 제네시스 G80 전기차의 연식변경 모델 출시도 앞두고 있다. 지난달 공개한 캐스퍼 일렉트릭의 출고 일정에도 변화가 없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2025년까지 최소 4개 차종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기아 역시 "출시 일정에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기아는 올해 하반기 중 보급형 전기차 EV3, 2025년 EV4와 EV5, 중형급 PBV(목적기반차량) 등 4종의 대량 판매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아는 특히 이번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통해 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을 활용하는 EV 시리즈 전 모델이 국산 배터리를 장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국내 고객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전동화 전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현재의 시기가 '패러다임 전환'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태봉 iM증권 본부장은 "중국은 이미 전기차가 지난 7월 신차 판매의 절반을 넘어가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전기차 업체들이 해외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기업이지만, '본진'에 해당하는 국내 시장 판매량이 여전히 20% 가까이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면 자칫 추후 전동화 전환 단계에서 기술 개발, 생산 차질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전기차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인 BMS를 공개해 소비자 불안을 잠재우기도 했다. BMS는 배터리를 관리·보호하는 '두뇌'에 해당한다. 배터리의 작은 이상 징후라도 탐지하면 즉각 위험도를 판정하고 차량을 안전하게 제어한다. 이상 징후 데이터는 원격 지원센터로 전송되고, 이어 고객에게 입고 점검과 긴급 출동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가 자동 발송된다.

수입차 국내 판매 1·2위를 다투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전기차 화재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수입차 업계는 전기차 국내 출시 일정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BMW코리아는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소형 SUV iX2와 i4 부분변경 출시를 그대로 추진한다.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볼보 EX 30 역시 당초 계획대로 올해 하반기 중 국내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화재 방지 시스템 구축에도 더욱 힘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모듈에 방화 소재를 적용한다고 최근 밝혔다. 특히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원통형 '46시리즈'는 셀 단계에서 배터리 내부에서 폭발이 발생해도 연쇄 발화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디렉셔널 벤팅'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셀, 모듈, 팩 간의 열전파 방지 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온은 분리막을 지그재그 형태로 쌓는 'Z 폴딩' 공법으로 양극과 음극 접촉 가능성을 차단해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추는 기술을 최근 도입했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전기차 캐즘에 화재까지 겹치면서 소비자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지만 전동화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추세"라면서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는 안전성과 투명성을 앞세워 기술력을 높이면서도 전동화 전환을 지체 없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박제완 기자 /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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