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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물건은 안 왔는데 ‘배송완료’… 판매자는 또 ‘미정산 악몽’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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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렛츠, 돌연 폐업 고지… ‘제2 티메프 사태’ 우려

피해고객 “소비자 기만 행위” 비판

중간 정산일에 ‘여정은 여기까지’

업체들 “더 이상 이커머스 못 믿어”

알렛츠 대표 잠적… “美에 있을 듯”

티메프 사태 112건 고소·고발 접수

法 ‘인터파크’ 자산·채권 보전처분

온라인 쇼핑몰 ‘알렛츠’가 16일 돌연 폐업을 고지하면서 소비자와 판매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에 이어 또다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가 서비스 중단을 일방 통보하면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연쇄적인 미정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일보

급한 마음에 달려갔지만… ‘텅 빈 사무실’ 19일 한 피해자가 서울 성동구에 있는 인테리어 오픈마켓 알렛츠의 텅 빈 사무실 안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알렛츠는 입점업체에게 대금을 중간 정산해야 하는 16일 갑자기 서비스 종료를 공지해 ‘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가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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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알렛츠 구매 피해자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는 800여명이 피해 상황을 호소했다. 이들 중 일부는 티메프에서 구매한 상품도 아직 환불받지 못했다며 “이게 웬 난리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모(30)씨는 지난 15일 알렛츠에서 200만원 상당의 패딩을 구매했지만, 상품은 여전히 배송되지 않은 상태다. 17일 조회했을 땐 배송되지도 않은 상품에 ‘배송완료’ 표시가 떠 있었다. 당황한 이씨가 곧바로 택배사에 확인한 결과 ‘배송 중 알렛츠 측에서 반품을 요청해 물류센터로 회수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씨는 “입점 판매자들에겐 16일 영업 중단을 알렸다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소비자 기만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판매자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600여명이 모인 판매자 피해 오픈채팅방에는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피해 액수가 언급되고 있다. 알렛츠 내 명품 매출 2위를 기록했던 A씨의 회사는 이번 사태로 2억4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A씨는 16일 오후 4시쯤 상품기획자(MD)를 통해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듣자마자 알렛츠 본사가 있는 서울 성수동으로 달려갔지만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 그는 “알렛츠 측은 정산금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이 ‘여정은 여기서 마쳐야 될 것 같다’, ‘15일에 최종적으로 투자를 받기로 한 게 결렬됐다’는 식의 메일만 보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계일보

19일 서울 성동구 소재 알렛츠 운영사 인터스텔라에 알렛츠 제품 포장용 박스가 놓여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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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렛츠가 폐업을 고지한 16일은 중간정산일로, 정산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알렛츠의 정산 기일은 최대 60일로, 6월 판매대금조차 받지 못한 판매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티메프에 이어 알렛츠 미정산금까지 이중고를 겪은 판매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절망감을 호소하고 있다.

알렛츠는 2015년 설립된 광고 대행업체 인터스텔라가 2016년 론칭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2023년 기준 자산총계 113억원, 매출액 15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업계 내 매출액 기준 136위에 위치했다. 그러나 지난해 10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정산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알렛츠 사태는 티메프 사태와 닮은 꼴이지만, 알렛츠는 티몬·위메프와 달리 전자지급결제대행(PG)을 겸업하고 있는 사업자는 아니다. 선불충전금이나 자체 페이 서비스도 하지 않아 금융당국의 재무 건전성 관리대상 밖에 있다.

티메프 사태 때 구영배 큐텐 대표가 한때 잠적했던 것처럼 현재 박성혜 알렛츠 대표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현재 미국에 있을 가능성도 크다”며 “박 대표는 미국 영주권자이고 아들은 미국 시민권자”라고 전했다.

심준섭 법무법인 심 변호사는 “알렛츠의 약관 위반은 단순 계약 불이행을 넘어 전자상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규 위반 소지가 있어 행정적, 형사적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티메프 때처럼 소비자들은 PG사를 통해 환불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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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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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티몬·위메프에서 상품권·기프티콘을 사고 환불받지 못한 소비자와 ‘해피머니’ 상품권 피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집단분쟁 조정 참가 신청 접수를 시작한 결과 오후 4시까지 872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티몬·위메프에서 판매한 상품권 환급 요구건이 245건이고, 해피머니 상품권 사용 불가에 따른 환급 요구건은 627건이다.

경찰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총 112건의 고소·고발을 접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중 61건은 해피머니 상품권 관련 피해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배당됐다. 나머지 51건은 서울 강남경찰서가 집중관서로 지정돼 수사를 맡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북 군산, 대구, 부산 등 지방에도 피해 사례가 일부 있다”며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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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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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회생법원은 인터파크커머스가 신청한 기업회생 사건을 회생2부(재판장 안병욱 법원장)에 배당했다. 재판부는 인터파크커머스의 자산 및 채권을 묶어두는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는 채무자(회사)와 채권자가 자산을 처분하거나 채권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법원은 또 23일 인터파크커머스 대표자를 불러 심문하기로 했다. 티메프 때와 마찬가지로 김동식 대표가 직접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예림·백준무·이종민·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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