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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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 바이든을 사랑합니다!(We love Jo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에 등장하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약 5000명의 당 대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그를 맞으며 “We love Joe!”를 연호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첫째날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하이라이트 장면이었다.
딸 애슐리 바이든의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애슐리와 포옹하며 잠시 눈물을 훔쳤다.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낸 뒤 연단 앞에 선 바이든 대통령은 청중의 박수에 수차례 “땡큐”를 연발하며 “아이 러브 유”라고 화답했다. 청중들의 박수갈채 속에 바이든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은 지 3분쯤이 지나서야 연설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3년 전 1월 어느 날 국회의사당 계단에서 오른손을 들어 헌법을 수호하고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선서를 했다. 바로 2주 전 폭력적 폭도들이 지배했던 곳”이라며 “미국에는 정치적 폭력을 위한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추종자들이 일으킨 2021년 1ㆍ6 의사당 난입 사태를 거론하며 트럼프에 의한 민주주의 위협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됐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첫날 무대에 올라 딸 애슐리와 포옹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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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따라 향후 수십 년 국가와 세계의 운명이 결정되는 역사적 변곡점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는 미국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산층 재건 ▶코로나 팬데믹 극복 ▶일자리 1600만개 창출 ▶중소기업 성장 ▶인종간 빈부 격차 완화 ▶노인 처방 약값 인하와 의료보험 확대 ▶반도체 공급망 및 제조업 회복 등 성과를 열거하며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실패한 국가’라고 부르지만 그는 패배자다. 완전히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대 가장 놀라운 4년을 보냈다. 여러분 덕분이며, 우리 그러니까 저와 카멀라 해리스(부통령) 덕분”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저는 미국에 최선을 다했다”며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저는 50년 동안 우리나라에 제 마음과 영혼을 바쳤고, 그 보답으로 미국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백만 번이나 축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내 일을 사랑하지만 내 나라를 더 사랑한다”며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기 때문에 (후보직에서) 기꺼이 물러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트럼프를 꺾어 달라”고 당부하며 약 47분간 이어진 연설을 마쳤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은 그의 52년 정치 인생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연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1972년 29세의 나이에 최연소 상원의원이 된 바이든은 이후 내리 6선을 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8년간 부통령이라는 2인자로 지냈다. 그러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꺾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고령 리스크 논란 끝에 지난달 21일 재선 도전을 포기하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이 때문에 이날 전당대회장에 등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주요 연사들은 바이든 대통령에 경의와 감사를 표하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질 바이든 영부인이 찬조 연사로 나와 “조와 저는 50년 가까이 함께 해왔지만 여전히 그와 다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며 “성경에 손을 얹고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는 모습, 그리고 몇 주 전 더는 재선에 도전하지 않고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기로 결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조와 저는 카멀라의 용기와 결단력, 리더십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며 “해리스 팀은 새로운 세대에 영감을 주고 있고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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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찬조 연설에 나섰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석패했던 클린턴 전 장관이 등장하자 대의원들이 기립 박수로 그를 반겼다. 클린턴 전 장관은 “무엇보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 평생을 바친 공직 봉사와 리더십에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청중들은 “땡큐 조”를 연호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어 “해리스는 독재자들에게 러브레터를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는 국내외 적들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고 우리의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 재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주고받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권위주의 국가 정상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말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카멀라가 우리를 위해 싸울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카멀라를 위해 싸워야 한다”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기쁨으로 해리스와 팀 월즈(부통령 후보)를 백악관으로 보내자”고 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첫날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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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8시 10분쯤 민주당 전당대회장에 해리스 부통령이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청중들의 환호 속에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해리스는 연단 중앙에 서서 마이크를 잡고 2분여 짧은 연설을 했다. 해리스는 “오늘 밤 저는 위대한 조국의 아름다움을 본다. 오는 11월 우리는 한목소리로 한 국민으로서 전진할 것을 선언한다”며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When we fight, we win)”고 외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당대회가 열리는 나흘 내내 행사장에 자리할 계획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전당대회 첫날인 이날은 바이든 대통령이 행사장에 나타나는 만큼 그에 대한 경의와 감사를 표하는 의미에서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오랜 기간 국가를 위해 봉사해 온 바이든의 리더십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 착륙장에 신형 마린원(대통령 전용 헬기)인 VH-92A 패트리엇이 착륙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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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시카고 국제공항에서 민주당 전당대회장인 유나이티드 센터로 이동할 때 신형 마린원(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에 탑승했다. 새 마린원 VH-92A는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시코르스키 S-92를 기반으로 한 것이며 기존의 마린원 VH-3D나 VH-60N보다 더 크고 항속 거리가 더 길다고 한다.
마린원을 운용하는 미 해병대 제1헬리콥터 편대는 이달 초까지 테스트용 2대를 포함해 23대의 VH-92A를 인도받았으며, 이 프로그램에는 모두 50억 달러(약 6조6750억 원)가 소요됐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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