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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윤 대통령, 전국민 25만원법 거부 이유는···“정부가 이미 25조원 자영업자 대책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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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만세 삼창하고 있다. 이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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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이유로 정부가 이미 총 2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세웠고, 물가 관리 대응 예산을 11조원 가까이 편성했다는 이유를 제시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25만원의 일률적인 지급은 효과가 크지 않다며 “정부가 민생의 안정과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다각적인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지난 19일 접수된 민생회복지원금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서를 입수했다. 앞서 국회는 야당 주도로 이들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두 법안에 대해 각각 20번째, 21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서에서 민생회복지원금법의 문제점을 6가지로 지적했다. 그는 “민생회복지원금의 지급은 민생 안정의 근본적 대책이 아닌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2020년 분석을 인용해 “현금성 지원과 같은 정부 이전지출은 약 30%만이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이어져 정부 소비와 정부 투자에 비해 그 효과가 3분의 1로 반감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지급된 지원금의 효과에 대해서도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소비하는 금액 비율)이 낮은 중산층 이상은 지원금 지급이 추가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는 취약계층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강화하고,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총 2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농산물 할인 지원, 에너지 바우처 등 물가 관리 대응 예산을 11조원 가까이 편성했다”며 “민생의 안정과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다각적인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물가안정과 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올해 11조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이번에 2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민생회복지원금법에서 정부가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고 지급시점을 못박은 점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강제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서에서 “법률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정부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해 법률안이 정하는 대로 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국회가 예산의 편성 기능을 행사하므로 헌법이 정부에 부여한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 시기와 다른 현재의 경제 상황에서 대규모의 현금성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되어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지역사랑상품권의 유효기간인 4개월 이내 기간 동안 13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이 남김없이 소비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할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민생회복지원금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총선 공약으로, 민주당의 22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이다. 정부가 25만원 이상 35만원 이하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전 국민(주민등록법상 주민)에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이를 “불황에 빠진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지난해 거부권을 행사한 같은 법안에서 추가로 개정된 점을 지적하며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와 산업평화를 무너뜨리고, 빈번한 쟁의행위 등으로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의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정안과 같이 노동쟁의의 범위가 확대되면 사법적·준사법적 판단이 아닌 파업 등 실력행사로 근로조건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조법 2·3조에 대한 동의 정도’ 설문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는 직장인 84.3%가 원청회사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노조법 2조 개정안에 대해 동의했다. 고용 형태(정규직 84.3%, 비정규직 84.3%)나 노동조합 유무(조합원 84%, 비조합원 86.6%)에 관계없이 동의 의견이 높았다. 노조법 3조 개정안에 대한 동의 의견도 73.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법 3조는 파업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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