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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목성 보냈더니 지구로 돌아온 탐사선…‘반송’ 이유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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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쏜 목성 위성 탐사선, 20일 지구 스쳐

태양계 천체 활용한 ‘중력 보조’ 비행술 실시

추진제 없이 속도 높여…거대 탐사선에 제격

2031년부터 ‘바다 존재’ 유로파 등 집중 관찰

경향신문

유럽우주국(ESA)의 목성 위성 탐사선 ‘주스’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지구를 스치며 추진력을 얻는 ‘중력 보조’ 비행을 실시한 뒤 우주 저 멀리로 날아가는 상상도. ESA 제공



경향신문

유럽우주국(ESA)의 목성 위성 탐사선 ‘주스’가 중력 보조 비행 도중인 지난 19일(현지시간) 촬영한 달 표면 모습. 운석 충돌구가 선명히 보인다. E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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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사돼 한창 우주를 비행하던 유럽의 목성 위성 탐사선 ‘주스(JUICE)’가 돌연 20일(현지시간) 지구로 돌아왔다. 하지만 주스는 지구에 착륙하지 않고 스치기만 한 채 우주 저 멀리로 다시 날아갔다. 이런 이상한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다. 천체의 중력을 흡수해 비행 속도를 높이는 ‘중력 보조(플라이바이)’를 실행한 것이다. 주스는 앞으로 수차례 더 중력 보조를 실시해 2031년 목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유럽우주국(ESA)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스가 이날 지구에서 6840㎞까지 접근했다가 먼 우주로 날아갔다고 밝혔다. 주스는 지난해 4월 ESA가 발사한 목성 위성 탐사선이다.

주스가 지구에 다가온 거리(6840㎞)는 광활한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습자지 두께다. 정지궤도 위성 고도(3만6000㎞)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스는 지구를 스치기 하루 전날, 달에 바짝 접근했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는 운석 충돌구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담겼다. 주스는 달과 지구 옆을 잇따라 비행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ESA는 주스가 사상 최초의 ‘이중 중력 보조’ 기동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중력 보조는 천체 근처로 탐사선을 바짝 접근시켰다가 멀어지게 하면 갑자기 비행 속도가 뛰는 현상이다.

친구 A와 B가 손을 맞잡고 뱅글뱅글 돌다가 A가 손을 놓으면 B가 몇 걸음 밖으로 빠르게 튕겨 나가는 원리를 이용한 비행술이다. 천체의 고유한 중력을 흡수해 생기는 일인데, 추진제(연료와 산화제)를 절약하면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주스는 달과 지구를 하루 차이로 스치는 방법으로 중력 보조를 연달아 실행한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주스의 중력 보조 비행이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달과 지구를 스친 데 이어 내년에는 금성, 2026년과 2029년에는 다시 지구 옆을 지나갈 예정이다.

사실 목성까지는 최단거리로 2년이면 도착하는데, 복잡한 궤도가 수반되는 중력 보조를 사용하면 8년이 걸린다. 그런데도 중력 보조가 이용되는 것은 중량이 약 6t에 이르는 거대 탐사선인 주스를 목성에 보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어서다.

ESA는 공식 자료를 통해 “만약 주스를 (지구와 평균 거리 8억㎞인) 목성으로 바로 보내려면 추진제 60t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주 탐사선이 이렇게 많은 추진제를 탑재하고 정상 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러 차례 중력 보조를 거치며 멀리 떨어진 목성까지 비행할 힘을 얻도록 한 것이다.

주스는 2031년부터 목성 위성 가니메데와 칼리스토, 유로파 등 3개 위성을 관찰한다. 이들 모두 지하에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ESA는 “주스 비행 경로는 지난 20년 동안 신중하게 계획된 것”이라며 “앞으로 주스에서 전달되는 데이터를 관찰해 항로 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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