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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용오름이 덮쳤나…'英빌게이츠' 태운 호화요트 침몰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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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호화요트 바이에시안호.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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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해안에서 7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영국 선적 호화요트 '바이에시안'호 침몰 사고의 원인 추정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20일(현지시간)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로 흔해진 용오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기상이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용오름은 소용돌이치는 물기둥으로 기상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목격자들은 지난 19일 바이에시안호가 침몰하기 전 폭풍과 함께 용오름이 나타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이 용오름에 높이 75m의 대형 돛대가 부러지고, 열려 있던 해치(사람 출입이나 화물 운반을 위한 갑판의 구멍)를 통해 바닷물이 들어차 요트가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 정박해 있던 다른 요트의 선장 카스텐 보너는 "매우 강한 허리케인 돌풍이 있었다"며 "바이에시안호의 돛대가 구부러지며 부러지는 것을 봤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이런 물기둥이 바이에시안호의 사고 당일 이탈리아 앞바다에서만 18개 나타났는데, 지구 과잉 열의 약 90% 흡수하는 바다가 지구 온난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용오름 같은 기상 이변이 흔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선 무더위에 통풍을 위해 밤새 해치와 창문을 열어 둔 것을 침몰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침몰 하루 전 기온은 약 33도까지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 잡지 '세일링 투데이'의 편집자 샘 제퍼슨은 "날씨가 뜨거워 모든 문이 열려 있었고 이로 인해 바닷물이 (요트에) 매우 빨리 차며 그렇게 가라앉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승무원이 열어 놓은 해치가 침몰의 원인인지 조사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로이터 통신에 초기 조사의 초점은 용오름이 요트를 강타하기 전 승무원이 해치를 닫지 못했는지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루카 메르칼리 이탈리아 기상학회장은 기상 경보를 고려해 요트 승무원들이 승객을 깨우고 구명조끼를 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수사에 착수한 이탈리아 검찰은 이번 사고가 기상이변에 따른 것인지, 인재인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현장에 조사관을 파견한 영국 해양조사국도 현지 검찰의 수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바이에시안호 침몰 사고로 탑승객 22명(승객 12명·승무원 10명) 중 15명이 구조됐으며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에는 '영국의 빌 게이츠'란 별명을 가진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의 창업자 마이크 린치와 그의 10대 딸이 포함됐다. 이틀째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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