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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목)

8·8 부동산 대책 5가지 논란…그린벨트 풀지만 수요 억제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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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정비 촉진법 통과 도와줄까


8·8 부동산 대책을 두고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강력한 주택 공급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가 하면, 대책이 실현되기 위한 걸림돌이 많아 기대보다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정부 대책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매경이코노미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부동산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문 1. 쏙 빠진 수요 억제책

시장 왜곡 우려에 공급만…

8·8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양극화 문제 해결’이다. 공급 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치솟는 서울·수도권 집값은 공급 확대로 잡고, 미분양 물량이 넘치는 지방 공급 과잉은 CR리츠 도입으로 해결하겠다는 것. 서울·수도권 대책은 물량 확대가 주를 이룬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간소화, 오피스텔·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등 공급 물량을 늘리는 정책을 총망라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수요 억제책이 전무하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현재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이끄는 것은 ‘패닉바잉’에 가까운 수요 폭등이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신축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비정상적인 수요를 눌러야 하는데 이를 막을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요 억제책이라 볼 수 있는 정책은 9월 시행 예정인 대출 규제 방안 ‘2단계 스트레스 DSR’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책이 빠진 이유로 2가지를 꼽는다.

우선 현 정부의 기조다. 윤석열정부는 전임 문재인정부가 시행한 수요 억제책이 부동산 시장 왜곡을 불러왔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했다. 분양가상한제 도입,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규제 강화가 역효과를 불러왔던 만큼, 굳이 현시점에서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으로 시장 상황이다. 서울 일부 지역 집값이 치솟지만 수도권 전체나 전국적으로 들썩이는 수준은 아니다. 부동산 시장 전체가 활황이라 보기 힘들다. 무작정 수요를 억제하기보다는 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다만 실수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의 과도한 대출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 위험이 커지는 만큼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 대출 규모를 조절하거나 다주택자에 한해 대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의문 2. 다시 나온 그린벨트 대책

단기 안정 효과는 미미

이번 대책 중 가장 화제를 모은 방안 중 하나가 ‘서울 그린벨트 해제’ 카드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하는 것은 이명박정부 시기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수요가 몰리는 강남권에 택지를 대규모로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린벨트 해제로 인해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 택지는 후보지 발표 이후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등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통상 8~10년이 걸린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증가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당장 서울 강남권, 마용성 일대에 쏠리는 부동산 과열 현상을 막을 수는 없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그린벨트 해제는) 장기적으로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5년 내 공급이 중요한 현재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린벨트 해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수도권 3기 신도시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집값 안정 효과를 낼 것이라는 주문도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 물량이 35만가구인데 여기서 25만가구를 더 늘려 2기 신도시 규모인 60만가구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공원 녹지와 자족용지 등을 축소하고, 용적률을 상향하면 얼마든지 물량 확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의문 3. 입법 필요…국회 어떻게

민주당 송곳 심사 예고…파고 험난할 듯

획기적인 공급 방안,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에도 평가가 갈리는 이유 중 하나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서다.

8·8 부동산 대책에 담긴 49개의 세부 추진 과제 중 법 제·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18건에 달한다.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 13건 중 8건은 기존 도시정비법을 개정하거나, 정부가 입법을 예고한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이 제정돼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계획 통합처리’ ‘최대 용적률 30%포인트 추가 허용’ 등의 과제는 촉진법 제정을 전제로 한다. 비규제지역 내 재건축 조합원의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대책은 지방세특례제한법을 손봐야 한다.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대책의 경우 전체 18개 중 6개가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야당이다. 다수당인 야당 협조 없이는 법안 통과가 힘든 게 사실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특례법 제정과 기존 법안 개정을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했지만, 반응은 냉랭하다.

국회 교통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책 내용에 입법 사항이 있음에도 야당과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집값은 못 잡고 지방은 죽이는 정책을 발표해놓고, 야당의 무조건적인 협조를 요구하는 것은 무능을 넘어 오만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의문 4. 非아파트 시장 살아날까

시장 인식 안 바뀌면 정상화 힘들어

8·8 부동산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로의 수요 분산이다. 아파트로 몰리는 수요를 비아파트로 돌려 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가격이 치솟는 아파트와 달리,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냉기가 돈다. 빌라 시장은 전국을 뒤흔든 전세사기 사건이 일어난 뒤로 투자 수요가 가라앉았다. 오피스텔의 경우 고금리 직격탄을 맞았다. 오피스텔은 특성상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 금리 비용 상승으로 임대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오피스텔 매매가가 연일 하락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을 두고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시장 인식이 비아파트를 아예 외면하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한다고 해서 나아질 게 없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빌라 전세사기 사태 여파로 실수요가 확연히 아파트로 쏠린 상황이다. 굳이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공공 개입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보다 시장에 맡겨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의문 5. CR리츠로 미분양 회복?

양도세 면제 등 파격 대책 필요

정부는 오는 9월 미분양 기업 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CR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인 뒤 우선 임대로 운영하고,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분양 전환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전국 약 1만2000가구에 달한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CR리츠 도입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현재 CR리츠를 통한 매각 희망 물량만 5000가구에 달한다.

다만, 이번 정책이 지방 미분양 문제를 완전히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리가 높고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서다. 금리가 높으면 자금조달비용이 상승한다. 비용이 증가하면 리츠를 조성하는 펀드 입장에서는 수익을 보장하기 힘들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방보다 매력적인 투자처인 수도권 부동산이 있다. 굳이 리츠까지 사가며 지방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 요인이 적다. 또 지방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임대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주요 광역시 인기 지역만 겨우 효과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리츠 운영의 기본적인 목적은 수익 창출이다. CR리츠 역시 지방 우량 사업지에 한해서만 수요·공급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려면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김인만 소장은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면 지방 미분양 아파트를 구매하는 경우 취득세 면제나 향후 5년간 양도세 면제 등 파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3호 (2024.08.21~2024.08.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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