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에 '공산당 한가족 하계수련회'
112, 113에 잇단 간첩신고
계모임, 재미 삼아 '공산당' 이름 지어

이달 초 전남의 한 펜션에 '공산당'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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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로 피서 여행을 떠난 계모임이 '공산당'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어 경찰과 국정원이 출동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21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공산당 현수막을 내건 일행의 대공 혐의점을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해당 현수막은 이달 4일 전남 한 펜션에 내걸렸다. 현수막엔 '제1회 대한민국 공산당 한가족 하계수련회'라고 적혔다.

현수막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이를 본 누리꾼 일부가 경찰청 범죄신고 전화 112와 경찰청 간첩신고 전화 113 등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첩신고가 잇따르자 국가정보원 요원들도 펜션에 방문해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했다.

현수막을 내건 이들은 전남지역 계모임 회원과 그 가족 등 20여 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펜션에서 2박 3일간 함께 여름휴가를 보냈다.

현수막에 적힌 '공산당'은 실제 계모임 이름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여름 계모임 이름을 짓다가 한 계원이 "우리 모임은 회장 말이 곧 법 아니냐"며 '공산당'이라는 이름을 제안했고, 다들 "웃기다"며 동의했다고 한다.

문제의 현수막은 계원 중 한 명이 사비로 만들어 내걸었다. 이를 발견한 펜션 측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니 내려달라"고 했지만, 일행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러 온 것이니 이해해 달라"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경찰에도 "재미있어서 모임 이름을 공산당으로 정했고, 이를 현수막에도 담았다"며 "웃자는 취지로 장난삼아 그랬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입건 전 조사(내사)를 통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한 뒤 국가보안법 위반 등 대공 용의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사건을 공식 수사로 전환하지 않고 종결할 방침이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