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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음주로 면허취소 된 상사와 카풀…“연차 내니 ‘난 출퇴근 어떡하라고?’ 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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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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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대 지역에 사는 직장 상사를 공짜로 카풀해주고도 연차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면박을 들었다는 사연이 공분을 일으켰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면허 취소된 회사 상사와 카풀 때문에 퇴사 생각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많은 관심을 얻었다.

강화도에 사는 20대 후반 사회초년생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 A 씨는 “강화도에서 차 없이 김포로 출퇴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차를 구매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회사 면접을 봤는데 내 사수인 과장이랑 대표가 면접을 봤다. 이력서를 보더니 대표가 ‘강화도 사시네요?’라고 물어서 ‘네 강화도 살아요’라고 했더니 바로 대표가 과장한데 ‘야 너랑 같이 다니면 되겠다’고 해서 나는 친해지라는 말 인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면접 합격해서 출근하게 됐다. 1달 지나고 갑자기 대표가 오더니 나한데 과장이랑 카풀을 하라고 했다. 일단 사회 초년생이고 첫 직장이라 얼떨결에 ‘아 네 알겠습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장이 집 어디냐고 물어봐서 집 위치를 말했더니 가는 길일 거라고 하더라. 여기서 내가 정확하게 물어봤어야 되는데, 사수고 엄청 무서운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전에도 사소한 걸로 많이 혼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집이 정반대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도 사진을 첨부하면서 “첫 번째 사진이 회사에서 집까지 경로다. 21km 거리에 소요 시간 30분이 나온다. 두 번째 사진이 카풀할 때의 경로다. 42km 거리에 소요 시간이 58분 나온다. 거리가 2배로 늘었다. 출퇴근 포함하면 하루에 40km를 더 가야 한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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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 집에서 회사까지 걸리는 시간과 거리(위), 과장을 카풀하면 걸리는 시간과 거리(아래).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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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게다가 퇴근하면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맨날 중간에 편의점에 들른다. 편의점에서 커피 한 잔하면서 대화하자고 하면서 담배를 5개씩 핀다. 과장 나이가 30대 중반인데 맨날 인생 얘기를 한다. 진짜 스트레스 받는데 사회 초년생이고 아무것도 몰라서 원래 직장생활이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커피마저 더치페이다. 하루는 그 사람이 냈으면 하루는 내가 사야한다. 기름 값 한번 받아본 적 없다. 그렇게 두 달을 카풀을 했다. 아침에 40분, 비오면 50분 일찍 출발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과장 집이 전원주택이여서 엄청 경사가 높은데 위험할 정도다. 내 차가 승용차인데 차체가 낮아서 언덕이 급하게 경사가 있는 곳이라 그 집 올라갈 때마다 차체 밑이 쓸린다. 그래도 참고 다니려고 했다. 카풀 때문에 퇴사하면 내 경력에도 흠갈까봐 1년만 참고 이직하자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씨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A 씨는 “한 번도 연차를 안 쓰다가 수습 끝나고 처음으로 이틀을 붙여 썼다. 근데 연차 쓸 때부터 과장이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자기는 출퇴근 어떻게 하냐고’ 했다”면서 “어이가 없어서 ‘그럼 그전에는 어떻게 출퇴근 하셨냐’고 하니까 ‘엄마가 데려다 줬다’고 하더라. ‘과장님도 차를 사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말했더니 당당하게 ‘차 있었는데 음주해서 면허 취소됐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틀 연차 쓰고 회사 출근했는데 과장이 나 때문에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출근했다고 눈치를 엄청나게 주면서 이제부터 연차 쓸 거면 자기한테 1달 전에 말하라고 하더라. 기분이 나빠져서 ‘이건 아니지 않냐. 카풀도 보통 거리가 어느 정도 되어야지 해주는 거 아니냐. 카풀 때문에 하루에 40km를 두 달 동안 더 타고 있다’고 했더니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지냐’고 뭐라고 하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또 “그거 듣더니 다른 직원이 와서 카풀비용 얼마 받느냐고 해서 돈 안 받는다니까 회사에서 카풀 비용 10만원씩 준다고 하더라. 사실 10만원도 절대 부족한데 여태까지 난 수습사원이라서 못 받았던 거다. 한 달에 월급으로 세후 210만원 받으면서 기름 값으로 40~50만원을 쓰고 있었다”며 “진짜 화가 많이 나서 대표한데 말하고 퇴사 할 예정이다. 과장한테 그동안 내가 태워준 거 기름 값 받으려고 하는데 받을 수 있겠느냐?”며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청구해서 안 주면 갑질로 노동부에 제출해라”, “사장도 과장도 미쳤다. 퇴사하고 과장이 안 주면 사장에게 달라고 해라”, “과장 태우는 데 들어간 시간도 업무의 연장으로 해서 꼭 청구해라”, “진짜 양심이 없나” 등 비판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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