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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JMS 고발 다큐 PD 송치 논란…"불기소 전례" vs "개인 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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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경찰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
경찰 "위법성 조각사유 해당 안돼"
PD "다른 사건서 이미 공익성 인정"


더팩트

서울서부지검은 22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조성현 PD 사건을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배당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마포경찰서는 지난 14일 조 PD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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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황지향 기자] 경찰이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성폭행 의혹을 고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송치하자 조 PD 측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마포경찰서가 송치한 조 PD 사건을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민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4일 조 PD가 해당 다큐멘터리를 영리 목적으로 제작하면서 JMS 신도들의 나체 영상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배포한 것으로 판단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다큐의 공익성을 인정하면서도 송치 결정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공익성을 부정하지 않으며 해당 다큐가 JMS의 악행을 고발하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도 동의한다"면서도 "(나체 영상의) 여성 신도들의 인권적인 측면에서 검토한 결과,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볼 만한 위법성 조각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해도 당사자는 충분히 자기 몸을 알아보고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면서 "추가 모자이크 등 다른 표현 방법이 충분히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익성과 해당 부분은 분리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공익이란 이유로 자신의 신체를 그대로 노출하는 것에 동의할 사람이 있을지 생각해 보면 쉬울 문제"라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앞서 JMS 측은 조 PD가 여성 신도들의 나체 영상을 다큐에 담아 성폭력처벌법 14조를 위반했다며 마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성폭력처벌법 14조 제2항은 성적 욕망·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반포하는 등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한 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촬영물을 반포하는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조 PD 측은 즉각 반발했다. 조 PD는 입장문을 통해 "마포경찰서는 기소 의견 송치를 통해 '나는 신이다'가 얻어낸 공익이 미미하고, 얼굴과 음성을 변조해 내보낸 장면들을 지칭하며 JMS 열성 신도들의 사익이 더 크다는 비교를 하고 있다"라며 "더 나아가, JMS 사건을 조명한 PD인 저를 성범죄자로, '나는 신이다'는 음란물로 낙인찍었다"고 말했다. 계속 싸울 뜻도 함께 밝혔다.

조 PD는 특히 "해당 동영상 화면을 캡처해서 배포한 사건이 있었는데 무혐의로 불기소 결정된 바 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에서는 동일한 동영상이 인터넷 카페에 올라가 있는 것을 계속 게시하도록 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방통심위는 JMS 측이 반JMS 사이트인 '엑소더스'에 나체 동영상이 게시됐다며 접수한 진정을 '공익을 위한 것'에 해당한다며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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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측이 22일 "공익을 앞세워 개인의 권리를 이런 식으로 침해하는 게 허용될 수 있는지를 두고 결정했다"고 밝힌 가운데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법성 조각 사유로 들고 있는 형법 제20조의 적용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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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위법성 조각 여부' 두고 의견 엇갈려

경찰의 이번 송치 결정을 두고 법률가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위법성 조각 사유로 들고 있는 형법 20조의 적용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는 위법성 조각 사유로 보기엔 어렵다"며 "공익이라는 이유로 나체 공개를 허용했을 때 생길 파장을 우려해 전례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인정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과거와 달리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의 영상물은 확산 속도 등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수사할 수밖에 없다"며 "수사관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공익적인 부분이 크더라도 그 장면을 넣었어야만 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를 보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상물 관련 피해는 한번 발생하면 북구나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공익 목적을 알면서도 과정이나 표현에서 발생한 개인적인 피해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다큐의 이런 공익적 측면은 재판 단계에서 참작이 돼 양형에 반영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성순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신체 노출 여성들의 동의 여부는 결국 공익성이 얼마나 강조되는 영상이었는가인데 범죄 보도는 필연적으로 선정적인 요소를 담을 수밖에 없다"며 "대중에게 주의를 환기하는 어떤 목적이었는가, 단순히 자극적인 것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는가 등 전체 영상 맥락을 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 영상을 시청한 일반적인 대중들은 이것이 공익 목적이라고 다들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경찰의 송치 결정이 기계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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