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하던 금리가 인하를 앞두고 마지막 고비를 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했습니다. 열 세 번째 동결입니다.
미국의 9월 금리 인하는 이제 기정사실에 가깝습니다. 현재 유일한 관심사는 인하 폭입니다. 미국은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2년을 훌쩍 넘기면서, 경기 침체와 고용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자리 통계를 재확인해보니,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9월에는 이른바 ‘빅컷(0.5%포인트 인하)’이 이뤄질 거란 관측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고물가는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입니다.
침체한 내수가 문제입니다. 일부 수출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중견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간절히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안팎의 상황이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지만, 한은이 속 시원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집값’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집값, 특히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세는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관치’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대출을 조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맞물리면 한은과 금융당국으로선 부담이 큽니다.
물가 안정과 고용 및 경기에 초점을 두고 정해져야 할 금리 정책이 부동산 상황에 영향을 받게 된 것은, 결국 관련 정책이 적절한 시기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아파트값이 급락할 때 이를 막기 위해 너무 많은 자금을 풀었고, 가격 상승이 뚜렷해지고서야 너무 늦게 공급 대책이 나온 겁니다. 금리 인하가 뻔히 보이는 시점에, 당장 더 많은 대출 이자를 내야 하는 실수요자들의 원성만 커집니다.
이승녕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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