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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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는)내수 회복 지연보다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더 크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금리동결은)내수 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리를 사이에 두고 내수부진과 부동산가격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핑퐁 게임'이다. 정부가 내수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반면 한은은 부동산가격 상승세를 잡아야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기간 내 집값 안정과 가계대출 억제의 성적표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뾰족한 내수 활성화 대책도 없다.
그 사이 금리인하 시기는 미뤄진다.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물가만 잡히면'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금리인하 시기가 4분기로 밀리면서 회복이 더딘 내수 경기에는 악재가 됐다.
각자의 근거는 있다. 중앙은행의 주요 책무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다. 한은 입장에서는 내수진작보다 금융안정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물가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금융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2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가격을 통화정책으로 잡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부동산가격 문제는 공급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집값 상승을 통화정책 결정 요인으로 보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선 "한은의 주요 목표인 '금융안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라서 주의 깊게 보는 것"이라며 "부동산가격이 통화정책의 수량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금리 동결 배경에는 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특히 집값과 연계된 가계부채 증가세가 핵심이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리는 모든 경제주체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치지만 정부의 거시정책은 타겟팅이 가능하다"며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 한은이 할 수 있는 수단은 유동성을 조절하는 것뿐이고 통화정책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는 내수 경제 회복을 더 시급한 문제로 본다. 한은의 금리 결정을 두고 대통령실은 "내수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며 이례적인 별도의 평가를 했다. 소비 위축 등 내수 부진의 이유가 장기화된 고금리 탓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곧바로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리인하가 소비에 긍정적인 것은 맞지만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 또 최근 소비 부진의 이유 중에는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적 문제도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가 소비 증가에는 제약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금리 인하보다는 정책을 통한 내수 진작이 더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부터 내수 회복을 위해 내놓은 국내 관광·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대책은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결국 세수 결손 등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채무조정 지원책까지 꺼냈다.
한편 다음 금통위는 오는 10월로 예정돼있다. 두 달 안에 수도권 집값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힐지는 미지수다. 진전이 없더라도 마냥 금리인하 시기를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출 규모가 큰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위험도 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에 대한 수량적 목표를 두고 기준금리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기대만큼 둔화하지 않는다 해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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