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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한국 떠나보니 뭐가 문제인지 알겠다...최고 과학인재들, 해외로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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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연구비 따내려
밤낮 제안서만 써내고
대학원생 처우도 열악
핵심 인력 이탈 ‘심각’


매일경제

최태림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재료과 교수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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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젊은 과학자상’ ‘한성과학상’ 등을 수상하며 화학분야에서 주목받는 연구자였던 최태림(47) 교수는 지난 2022년 서울대에서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재료공학과로 자리를 옮겼다. 최 교수는 “보다 좋은 연구환경을 찾아 떠났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특강을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최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ETH에서 생활해 보니 한국의 연구환경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한국은 교수들이 연구비를 따기 위해 제안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연구비에서 지출해야 할 간접비도 많아 정작 연구에 쓸 돈은 제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원생들의 처우를 개선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최 교수는 “저는 한국에서 9년간 다른 사람보다 많은 8억원을 연구비로 지원받았지만 이걸로는 대학원생들에게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할 수 없었다”며 “생활이 어려운 돈을 받고 닭장처럼 좁은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연구원들에게 뛰어난 연구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취리히연방공대(ETH)는 매년 일정한 연구비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따로 제안서를 쓸 필요없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고, 대학원생이나 박사후연구원 급여도 대학에서 따로 지급하는데 그 수준이 한국 박사후연구원 보다 약 3.5배 높다.

최교수는 “이런 환경이다보니 대학 내 교수와 연구원들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다 좋은 연구환경을 찾아 한국을 떠나는 과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 교수 외에 응용물리학계에서 주목받는 연구자인 박혜윤 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도 2022년 미국 미네소타대로 적을 옮겼고, 허준이 교수에 이어 ‘필즈상’ 후보로 거론되던 오성진 전 고등과학원 교수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로 옮겼다.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각 국가의 R&D 영향력과 경쟁력을 분석한 ‘네이처 인덱스’에서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이 5.2%(2022년 기준)로 세계 2위지만, 연구성과에서는 낮은 순위(8위)를 기록한 이유 중 하나로 “한국 주요대학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심해 자율성이 부족하다”며 “규제로 인해 대학의 연구가 산업으로 제대로 흘러가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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