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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사찰서 시줏돈 빌린단 說까지...공무원 월급도 못주는 中지방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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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부동산 버블 붕괴로 수입 급감

임금 10~30% 깎고 수개월 밀려

조선일보

작년 9월 중국 광시 구이린시 광파전시국 앞에서 소속 근로자들이 "6개월 동안 월급을 못 받았다. 우리도 살고 싶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파전시국은 TV와 라디오 방송 등을 관할하는 시정부 산하 기구이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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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강도에 비해 월급이 괜찮고 복지 수준도 높다는 평가를 받아온 중국 지방 공무원들이 요즘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각종 수당과 보조금이 줄거나 없어지면서 월급이 10~30% 깎이고, 설 명절과 연말에 나오던 성과급 지급이 중단된 곳이 속출한다고 해요. 국책 금융기관 중에는 이미 지급한 보너스를 반납받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긴축 재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주문도 쏟아진다고 해요. 안후이성과 쑤저우시 정부는 7월초 여름 실내 온도 26도 이상 유지, 공무 접대 시 구내식당 이용, 공무용 차 8년 25만㎞ 운행 등의 각종 지침을 산하 지자체에 내려 보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한 건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지방정부 세수 감소가 주요인이에요. 중국 지방정부는 그동안 아파트용 부지를 건설업체에 판 수입으로 재정의 40% 이상을 조달했는데,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이 수입이 크게 줄어 재정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겁니다. 월급 줄 돈이 없는 일부 지자체가 관내 사찰에 돈을 빌리러 다닌다는 말까지 나와요.

◇버블 붕괴 전 대비 56% 감소

올해 상반기 중국의 국유토지매각수입은 1조5263억 위안(약 286조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8.3% 감소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감소폭이 55.7%나 돼요.

2021년을 기준으로 토지매각 수입이 지방정부 재정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5%에 이릅니다. 재정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토지 매각 대금이 55% 이상 줄었느니 지방 정부 살림이 온전할 리가 없겠죠. 광둥성과 저장성, 장쑤성 등 경제 발전 수준이 높은 남동부 연안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합니다.

사실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난은 작년부터 이미 시작됐어요. 수개월간 임금을 체납하고 월급을 깎는 지자체가 속출했습니다.

작년 9월 지린성 지우타이시에서는 퇴직 교사에 지급하는 연금이 나오지 않자 교사들이 시 정부 청사로 몰려가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어요. 산둥성 빈저우시 산하 지자체 중엔 8개월 동안 월급을 지급하지 못한 곳도 있었습니다. 난징시 가오춘구 정부도 작년 8월 월급 줄 돈이 없어 인근 장닝구 정부에서 돈을 빌려 월급을 지급했다는 소식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했어요.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당국, 소비세 지방 이전 등 대책 고민

베이징과 가까운 톈진시도 일부 지자체 재정이 고갈돼 공공 교통, 청소 등을 담당하는 산하기관 직원 월급을 못 줬습니다. 한 시민은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허베이구 등 톈진시 산하 최소 4개 지자체가 재정이 어려워 수개월째 월급을 못 주는 상황”이라면서 “한 공무원이 관내 사찰인 대비사(大悲寺) 주지에게 시줏돈이라도 빌려보려고 했지만, 사찰도 사정이 어렵다며 거절했다”고 했어요.

상황은 올 들어 더 악화하는 분위기입니다. 포털사이트 왕이의 한 블로거는 7월초 “익명을 요구한 상하이 재정국의 한 관리가 상반기 재정보고서 수지를 맞추기 위해 시내 정안사(靜安寺), 용화사, 옥불사 등 사찰에서 100억 위안(약 1조8700억원)의 단기자금을 빌렸다고 했다”면서 “그중 정안사가 48억 위안으로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줬다”고 썼어요. 상하이시 재정 당국은 곧바로 “가짜뉴스”라고 부인했지만, 돈줄이 끊긴 지자체가 사찰에 돈을 빌린다는 설이 끊이질 않습니다.

중국 정부도 지방 재정난을 인정하면서 해결책 마련에 나서고 있어요. 중국 공산당은 지난 7월 시진핑 주석 집권 3기 경제정책을 제시한 3중전회(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 결정문에서 “소비세를 점진적으로 지방정부로 이전한다”고 했습니다. 리창 총리는 올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 보고에서 “각급 정부는 비용 절감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했었죠.

조선일보

지난 7월초 중국 포털사이트 왕이 블로그에 올라온 글. '지방재정이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는 제목 아래에 "상하이시 재정국이 상반기 재정보고서 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안사 등 관내 사찰에서 100억 위안의 돈을 빌렸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다. /왕이


◇재정 초긴축 “접대도 구내식당서”

소비세는 부가가치세, 기업소득세, 개인소득세 등과 함께 중국의 4대 세금으로 꼽힙니다. 술과 담배, 화장품, 귀금속 및 보석, 정유, 차량, 골프채, 고급시계, 요트, 전지 등에 부과된다고 해요. 주로 사치품이나 환경오염 요인이 큰 상품에 붙는 세금입니다.

중국 4대 세금 중 나머지 3개는 모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눠 가지는데, 소비세는 모두 중앙정부로 들어간다고 해요. 지방정부 재정난 해소를 위해 이 소비세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겁니다. 작년 기준 소비세는 1조6100억 위안으로 중국 전체 세수의 8.9%를 차지했어요.

중국은 전체 세수의 45%를 중앙정부가, 나머지 55%를 지방정부가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재정 지출은 지방정부가 전체의 85%로 훨씬 많아요. 교육, 의료, 양로연금 등 일반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지출이 모두 지방정부의 몫입니다. 소비세를 일부 지방으로 넘긴다 해도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재정난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지방정부는 갖가지 대책을 쏟아냅니다. 쑤저우시는 고속철 노선이 있는 곳으로 출장을 갈 때에는 공용차를 못 쓰게 했고, 공무 접대도 구내식당에서 하라고 지시했다고 해요. 안후이성은 겨울 난방 온도는 20도 이하, 여름 냉방 온도는 26도 이상을 유지하라고 했습니다. 산시(陝西)성 정부는 사무실 인테리어 금지령을 내렸다고 하고, 후난성은 공무용 차량을 8년, 25만㎞ 이상 사용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중국 관영 펑파이신문은 7월10일 "쑤저우시가 산하 지자체와 기관에 긴축 재정을 위한 10가지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보도했다. /광명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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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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