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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춤추는 코끼리로 오라” 아시아 금융허브로 성장한 인도...韓 ‘큰손’들의 활약 [헬로인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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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인도 뭄바이 증권거래소.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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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인도의 ‘코끼리 시대’가 왔다. 코끼리는 춤추기 시작했고, 앞으로 오랫동안 춤을 출 것이다. (매니시 제인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 리서치본부장)”

인도 자본시장이 국내 금융투자업계에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국내 기업들은 친기업 정책을 앞세운 싱가포르를 전초기지로 삼아 금융 영토 확장에 나서왔다. 하지만 올 들어 인도가 중국을 겨냥한 공급망 재편의 수혜로 세계 4위 증시(시가총액 기준)로 올라섰고, 여기에 높은 경제 성장성·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정부의 인센티브 등도 더해지면서 투자 거점 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 증권사 인수해 거점 확보=국내 금융투자업계는 검증된 투자 서비스를 토대로 인도 시장에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8년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인도에 진출한 뒤 5년 만에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현지 영업을 획기적으로 키울 기반을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인도 10위 증권사 ‘쉐어칸’ 지분 100%를 약 48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이다. 쉐어칸은 인도 전역에 140개 지점과 4000명 이상의 비즈니스 파트너(외부 전문가 네트워크)를 갖췄다.

유지상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 대표는 본지에 “그간 미래에셋은 인도에 약 900만 계좌의 고객을 보유할 만큼 업계 내 신흥 강자로 부상했지만 지점이 없어 일반 고객을 만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쉐어칸의 인수로 단숨에 강력한 조직을 갖추게 됐다”면서 “단순한 주식, 파생상품, 상품 중개를 넘어 WM(자산관리) 시장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쉐어칸 인수를 계기로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키워 5년내 인도 5위권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6년 뭄바이에 법인을 설립했다. 2008년 1호 펀드를 출시한 뒤 꾸준히 성장하면서 인도 현지 9위 운용사로 올라섰다. 현재 총 61개 펀드와 약 31조원 규모를 운용하고 있다. 2019년엔 인도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운용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승인받아 비은행 금융회사(NBFC), 벤처캐피털(VC)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인도를 떠나거나 합작법인으로 전환했지만 현지화 전략에 공을 들이며 시장 신뢰를 쌓은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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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의 땅…WM 명가 노린다=‘부동산·예금(현금)·금(金).’ 이 3개의 축은 과거 인도 가계가 자산을 형성해온 주된 원천이다. 하지만 전 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에서 맞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악전고투하는 사이 인도 증시에 뭉칫돈이 몰리면서 국민들도 ‘투자’에 눈을 띄기 시작했다. 인도 중앙예탁기관(CDSL)에 따르면, 인도 개인 증권매매 계좌 수는 지난해 1억개를 돌파, 코로나 팬데믹(2019년) 이전보다 5.3배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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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장의 중심엔 모디 정부의 ‘디지털 인디아’ 정책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체인식 ID 시스템 ‘아드하르(Aadhaar)’가 대표적이다. 이 덕분에 인도의 은행 계좌 보유율도 9년 만에 20%에서 80%로 급증할 수 있었고 모바일 증권 어플 등 금융 접근성도 혁신적으로 개선시켰다는 평가다. 이에 2022년 4월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이 출시한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 ‘m.Stock’은 2년도 안걸려 100만 계좌를 돌파, 현재 176만3866개(19일 기준)까지 증가했다.

거래량도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의 일 평균 거래량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 116만건에서 올해 210만건으로 늘었다. 현재 7월 말 기준 1조1700억원 규모의 고객자산과 약 2937억원 상당의 신용잔고(MTF) 등도 보유하고 있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도 정부는 개인 투자 문화를 장려하면서 (투자) 적립 기간을 충족하면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인도 주식시장에서의 개인 비중은 아직 9% 규모”라며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한 WM 사업도 핵심 먹거리다. 인도의 초고액 자산가들의 부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많은 글로벌 자산관리 회사들이 인도 WM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인력 영업 등에 막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에 미래에셋은 기존 1만명 규모의 세어칸 초고액 자산가 고객층을 토대로 현지 WM 시장을 확장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유지상 대표는 “인도 금융시장의 확장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면서 “패밀리 오피스 사업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극복해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도 법인은 미래에셋그룹의 핵심 거점으로도 거듭났다는 평가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인도 시장 성장성에 강한 믿음을 보내며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법인과 함께 미국 웰스스팟, 호주 스톡스팟 등 3개 거점을 중심으로 글로벌 AI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주 회장은 “한국 기업은 해외 경영으로 국부를 창출하고 과감한 해외 시장 진출과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현재 글로벌전략가(GSO)로서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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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에 위치한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 사무실에서 현지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습. [미래에셋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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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국부펀드도 뭄바이 안착=국내 ‘큰 손’도 인도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4월, 한국투자공사(KIC)는 신흥국 첫 해외 거점인 인도 뭄바이 사무소를 공식 설립했다. 뉴욕·런던·싱가포르 지사와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에 이은 KIC의 5번째 해외 거점이다. 국내 공적 기관투자자로서도 첫 인도 진출이다. KIC는 정부가 굴리는 외환보유액을 효율적으로 운용·관리하기 위해 2005년 출범한 한국 유일의 국부펀드다. 지난해 말 운용자산(AUM)은 1894억달러(약 260조원) 규모다.

KIC는 뭄바이에서 대체투자 기회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인도의 풍부한 IT 생태계와 내수 시장의 확대에서 기인한 벤처캐피털(VC) 및 사모주식(PE) 투자 기회가 유망하다는 본 것이다. 인도의 IT서비스(통신·컴퓨터·정보서비스 등) 수출은 세계 2위 수준이며, 내부적으로는 2022~2023년 동안 인도 총 서비스 수출의 47%를 차지한다. KIC는 경제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프라 및 부동산 등 실물자산 투자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KIC는 인도 시장 투자경험이 풍부한 현지 운용역(2명) 채용도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사모주식과 부동산·인프라 부문 전문가가 합류하는 대로 딜 소싱과 현지 실사 등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진승호 KIC 사장은 “뭄바이 사무소는 역동적인 인도 경제에 진출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에서 유망 투자 기회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뭄바이는 인도 금융 산업의 대표적인 중심지다. 최근엔 중국·홍콩에 있던 금융기관들도 뭄바이로 이동한다고 한다. 글로벌 평가사인 모닝스타는 중국 선전에 있던 아시아 본부·자회사 등을 뭄바이로 옮겼다. 그만큼 서비스 수요가 커졌다는 건데, 글로벌 '큰손'들이 인도를 향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상황이다. 일찍이 싱가포르 국부펀드(테마섹), 싱가포르투자청(GIC), 캐나다 연기금(CPPIB) 등은 뭄바이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국민연금도 5번째 해외 사무소 후보지로 뭄바이를 유력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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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국제금융기술도시 기프트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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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해외거점 ‘3박자’ 갖췄다=인도는 투자업계가 말하는 해외 진출 ‘3가지 원칙’에도 부합하다는 평가다. 첫째는 내·외부 변동성을 흡수할만한 완충 장치를 갖추고 있는지다. 외부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나 글로벌 이슈에 따라 투자금을 거둬들이더라도 내국인들이 유동성을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인도는 지난해부터 현지 기관·내국인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올 들어 외국인들이 증시 상승 폭을 끌어올려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둘째 원칙은 해당 국가 통화가 안정적이고 달러 대비 투자 수익성도 양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부터 시작된 인도 중앙은행(RBI)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인도 RBI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시 현지 기업들의 비용 축소에 따른 투자 확대 기대감 커지고 외자 확대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인도가 금리를 내리더라도 미국과의 금리 차이로 인한 자본 유출 우려도 그리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우 연구원은 “향후 미 연준의 정책 강도가 RBI의 정책 강도보다 높기 때문”이라며 “연준 금리인하가 RBI의 금리인하 영향을 상쇄시키면서 오히려 양국 간 기준금리차는 확대될 수도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와 페드 워치에 따르면, 올 하반기 미국 연준과 인도 RBI는 각각 50bp, 30bp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는 꾸준한 경제 성장세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 경제 성장률을 6.8%에서 7%로 올려 잡았다.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현재 세계 5위인 인도 경제가 2028년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3위까지 부상할 것으로 평가했다. 도시·농촌 수요 증가, 정부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 민간 소비 등도 당분간 견조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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