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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위증시키고 도운 감평사와 변호사·위증한 개발업자 모두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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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 대가로 수천만원 주고 받거나 수고비 챙기다 덜미

연합뉴스

증인 출석 (CG)
[연합뉴스TV 제공]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부당대출로 구속된 부동산 개발업자가 수사기관에 사건의 전모를 밝히자, 돈을 주고 되레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부탁한 감정평가사와 이를 도운 변호사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김서영 판사)은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감정평가사 A(57)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위증방조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B(53)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법정에서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선서하고도 거짓말한 개발업자 C(49)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의 인연은 2018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C씨의 의뢰로 정읍시에 있는 한 토지의 가치를 터무니없이 부풀린 허위 감정평가서를 써주고 2천900만원을 챙겼다. C씨는 이를 근거로 전북지역 한 농협에서 6억원을 대출받아 부동산 개발에 나섰다.

성공적으로 끝난 듯했던 부당대출은 C씨가 이후 수분양자들로부터 받은 분양 대금을 빼돌리면서 경찰에 꼬리를 잡혔다.

C씨는 이 일로 구속되자 부당대출에 감정평가사인 A씨와 농협 직원, 또 다른 브로커 등이 가담한 사실을 수사관에게 털어놨다.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불안해진 A씨는 교도소로 사람을 보내 C씨에게 '(내가 허위 감정평가서를 써줬다는) 진술을 번복하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8천만∼9천만원을 주겠다'라고 제안했다.

C씨는 A씨의 솔깃한 제안을 자신의 변호사였던 B씨에게 전달했다.

B씨는 이 제안이 위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A씨로부터 돈을 받아서 분양사기 합의금을 마련하라고 C씨에게 조언했다.

그러나 C씨는 약속했던 것보다 적은 5천200만원만 입금되자 검찰에서도 기존 진술을 유지했고, 결국 A씨는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수재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A씨는 기소된 이후에도 혐의를 벗겠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C씨에게 '그때 준 2천900만원을 허위 감정의 대가가 아닌 빌려준 돈이라고 법정에서 위증해주면 2천500만원을 주겠다'고 재차 미끼를 던졌다.

이 제안을 받아들인 C씨는 B씨를 통해 검찰에서의 진술을 뒤엎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B씨는 이 과정에서 수고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마침내 2022년 9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C씨는 'A씨에게 2천900만원을 보낸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처음에는 제가 감정비라고 말씀드렸는데 빌려준 돈'이라고 위증했다.

달라진 C씨의 태도가 의아했던 검사는 '그럼 그 돈은 돌려받았느냐'고 다시 물었고, C씨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한참 후에'라고 또 거짓말을 했다.

이 재판은 이 위증 탓에 다소 혼선을 빚었으나 재판부는 여러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결국 부당대출 물증을 확보한 검찰의 집요한 추궁 끝에 위증시킨 A씨, 위증을 도운 B씨, 위증한 C씨는 이 재판 이후에 열린 다른 재판에서 나란히 피고인석에 섰으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됐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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