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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현장] "'반도체 기판'에 진심"…삼성전기, 기술력 앞세워 'FC-BGA'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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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등 하이엔드 시장 집중 공략…"2026년 제품 비중 50% 이상 확보 계획"

대규모 투자·베트남 신공장 등 추격 '속도'…"AMD와 공급 계약 맺고 생산 돌입"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타 경쟁사와 비교해) 엄밀히 말하면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후발주자는 맞습니다. 그러나 현재 기술력은 뒤처지지 않습니다."

황치원 삼성전기 패키지개발팀장 상무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의 삼성전자 태평로빌딩에서 '삼성전기 제품학습회 SEMinar'를 갖고 이같은 말을 꺼낸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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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원 삼성전기 패키지개발팀장 상무가 22일 서울 중구에 있는 삼성전자 태평로빌딩 기자실에서 열린 '삼성전기 제품학습회 SEMinar'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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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최근 고성능 반도체 기판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기는 기존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주도하던 'FC-BGA'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오는 2026년까지 서버, 인공지능(AI), 전장, 네트워크 등 부문에서 FC-BGA 제품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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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반도체 기판-메인 보드' 구조 요약. [사진=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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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신경·혈관 역할을 하는 '반도체 기판'

이 자리에서 황 상무는 반도체 기판에 대한 기본 개념 설명을 비롯해 자사의 고성능 FC-BGA에 적용된 기술들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황 상무는 "반도체 기판은 반도체와 메인 기판 간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고, 반도체를 외부의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제품"이라며 "반도체 칩을 인간의 두뇌에 비유한다면 반도체 기판은 뇌를 보호하는 뼈와 뇌에서 전달하는 정보를 각 기관에 연결해 전달하는 신경과 혈관에 비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도체 칩은 메인 기판과 서로 연결돼야 하는데, 통상 메인 기판의 회로는 반도체보다 미세하게 만들기가 불가능하다"며 "반도체 칩의 단자 사이 간격은 100um(마이크로미터)로 A4 용지 한 장 정도의 두께인 것에 비해 메인 기판의 단자 사이 간격은 약 350um로 4배 정도 차이가 나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 사이를 연결해 주는 다리 역할이 필요한데 이것이 반도체 기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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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으로 본 'FC-BGA' 단면도(왼쪽)와 회로와 머리카락의 두께를 비교한 모습. [사진=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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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굵기…마이크로 기술의 결정체 'FC-BGA'

반도체 기판 중 하나인 'FC-BGA'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하며 전기 및 열적 특성을 높인 패키지 기판으로, 주로 △PC △서버 △네트워크 △자동차용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사용된다. 이러한 반도체 기판을 만들기 위해선 핵심 기술인 '미세 가공'과 '미세 회로 구현' 기술이 필요한데, 전자 기기의 기능이 많아질수록 필요한 부품도 많아지고 신호 전달에 필요한 길, 즉 회로가 많이 요구되고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정된 기판 면적 안에 많은 회로를 만들어야 하기에 통상 한 면으로는 부족해 4층, 6층, 8층, 10층 등 여러 층으로 쌓아 만든다. 아울러 층간에도 회로가 연결돼야 하기 때문에 구멍을 뚫어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도금 과정을 거친다. 이 때 각 층들을 연결해주는 구멍을 '비아'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80um 크기의 면적 안에 50um의 구멍을 오차 없이 정확히 뚫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가공 기술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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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판은 최근 '미세 가공'과 '미세 회로 구현'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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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황 상무는 "삼성전기는 A4용지 두께인 10um 수준의 비아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 신호가 지나가는 길인 회로는 부품의 단자가 많아지고 연결해야 할 신호가 많아지면서 회로 선폭과 간격도 미세화되고 있다"며 "제작 과정은 원하는 회로 두께만큼 도금한 후 남는 부분을 코팅한 다음 화학 작용(에칭)을 통해 필요한 회로만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회로 폭과 회로간 간격이 8~10um 수준의 얇은 선 폭을 구현해야 하는 만큼 매우 어려운 기술"이라며 "최근에는 반도체 입출력 단자 수가 증가하면서 더 미세한 회로 구현이 필요로 하는데 삼성전기는 머리카락 두께인 5um 이하 수준의 회로선 폭을 구현할 수 있는 미세회로 형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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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원 삼성전기 패키지개발팀장 상무가 22일 서울 중구에 있는 삼성전자 태평로빌딩 기자실에서 열린 '삼성전기 제품학습회 SEMinar'에서 반도체 패키지 기판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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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성능 향상의 핵심…'반도체 패키지기판'

과거 반도체는 기판 위에 반도체 칩이 하나 올라가는 단순한 구조였으나,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위해 회로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트랜지스터 개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극자외선(EUV)' 공법 등 최근 미세화를 위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미세화 기술 성장의 제한과 고가 설비 도입 등 공정비용 상승으로 반도체 원가가 높아져 패키징과 같은 후공정에서 반도체 성능 향상과 원가를 낮추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황 상무는 "기존에는 칩 자체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중요했지만 최근엔 잘 만들어진 제품을 어떻게 조합해서 좋은 제품 제품을 구성하느냐가 중요해졌다"며 "패키지 전체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반도체 칩을 반도체 기판 위에 올려 기능을 향상시킨 멀티 패키지 형태의 제품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많은 칩들이 잘 작동하기 위해 기판의 회로 패턴이 미세화되고, 기판 면적도 커지고 층수도 늘어나는 등의 반도체 기판의 기술 고도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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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원 삼성전기 패키지개발팀장 상무가 22일 서울 중구에 있는 삼성전자 태평로빌딩 기자실에서 열린 '삼성전기 제품학습회 SEMinar'에서 삼성전기의 주요 생산 거점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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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시장조사업체인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반도체 기판 시장 규모는 올해 4조8000억원에서 오는 2028년 8조원으로 연평균 약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G 안테나, ARM CPU, 서버, 전장, 네트워크 등의 분야에서 시장 견인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업계는 로봇, 메타버스, 자율주행 등 반도체 성능 향상에 대응할 수 있는 기판 기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빅데이터와 AI에 적용되는 FC-BGA는 대형화, 층수 확대, 미세 회로 구현, 소재 융복합화 등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이에 황 상무는 "삼성전기는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하기 위해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부산과 베트남에서 첨단 하이엔드 제품 양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베트남 공장은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과 첨단 제조환경을 기반으로 지능형 제조 시스템을 운영하는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적용해 안정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기는 지능형 제조 시스템을 통해 공장 내 모든 운영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 분석해 라인 운영에 실시간 반영하고 있다"며 "베트남 공장은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레시피를 자동으로 적용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실시간 분석을 통해 최고 품질의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전기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세계 유수의 기업들로 제품을 공급하며 기판 업계를 이끌고 있다"며 "차세대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요구하는 요소 기술을 확보해 고객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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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용 FC-BGA와 서버용 FC-BGA 비교 요약. [사진=삼성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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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차별화된 반도체 기판 기술로 '초격차' 유지

삼성전기는 차별화된 기술력 앞세워 세계 유수의 기업들로 제품을 공급하며 기판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110mm 이상의 초대면적화 기술 △26층 이상의 초고층화 기술 △수동소자 부품을 패키지 기판 내에 내장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이 기술들을 확장시켜 △반도체의 성능을 배가시키는 'EPS 기술', 초미세회로를 기판에 직접 구현해 다양한 실리콘 디바이스를 하나의 패키지 기판에 장착해 성능을 배가시키는 기술 등 차세대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요구하는 요소 기술을 확보해 고객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지난 7월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AMD와 고성능 컴퓨팅(HPC) 서버용 FC-BGA 공급 계약을 맺고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서버용 FC-BGA'는 반도체 기판 중 가장 기술 난도가 높은 제품으로 속한다. 특히 전 세계에서 하이엔드급 서버용 기판을 양산하는 글로벌 업체는 일부 업체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본, 대만 등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 후발주자인 삼성전기는 이 분야에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황 상무는 "서버용 CPU·GPU는 연산처리능력과 연결 신호 속도 향상 등 고성능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나의 기판 위에 여러 반도체 칩을 한꺼번에 실장 해야 한다"며 "이에 서버용 FC-BGA는 일반 PC용 FC-BGA보다 기판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층수도 20층 이상으로 2배 이상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만큼 서버용 FC-BGA는 기판의 대형화와 고다층에 따른 제품 신뢰성 및 생산 수율을 높이기 위한 제조 기술 확보와 전용 설비 구축 등 후발 업체 진입이 어려운 분야"라며 "삼성전기는 2022년 10월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 양산에 성공했고 이후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클라우드 시장 성장에 따른 고성능 서버 및 네트워크, 자율주행 등 하이엔드 반도체 기판 시장에 집중해 오는 2026년까지 고부가 FC-BGA 제품 비중을 50% 이상 확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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