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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무너지든 말든 틱톡이 먼저"…천년된 앙코르와트 '템플런' 챌린지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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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추억의 게임 재조명에 Z세대 명소로

"로마 성당서도 안 하는 챌린지 왜 여기서" 비판

전력 질주·점프로 사원 훼손 우려

관광객에 눈먼 당국은 나몰라라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 사원이 글로벌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챌린지 열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기게임 ‘템플런’을 재현해 앙코르와트 사원을 마구 뛰어다니거나 점프하는 영상이 틱톡에서 인기를 끌면서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챌린지에 참여, 천 년 가까이 이어져 온 문화유산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을 찾은 한 여행객이 유튜브 숏츠에 올린 ‘템플런’ 챌린지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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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틱톡과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좁은 돌길을 달리거나 통로를 뛰어넘는 숏폼(짧은 영상)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일부 동영상은 조회수가 200만회를 넘기는 가하면, 매일 새 챌린지 영상이 올라올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은 세계 최대 규모 사원으로 1992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12세기 초 크메르 제국의 왕 수리야바르만 2세가 지은 앙코르와트는 원래 힌두교 사원으로 지어졌으나 이후 불교 사원으로 사용, 독특한 조형미를 자랑하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앙코르와트가 템플런 챌린지로 인기를 끌게 된 건 게임 속 사원의 석조물과 통로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다. 지난 2011년 출시된 3차원 입체(3D) 게임 템플런은 고대 신전에서 금불상을 훔친 모험가들이 악마의 추격을 피해 멀리 도망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조작 방법이 단순하지만 긴장감 넘치는 진행으로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왔으며 최근 추억의 게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템플런 챌린지 영상은 소셜미디어(SNS)에 익숙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실제로 숏폼에선 드레스와 숄을 입고 앙코르와트 사원을 달리는 20대가 등장하는 영상이 주를 이룬다.

청년층 관광객을 중심으로 템플런 챌린지가 확산하면서 앙코르와트 사원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앙코르와트 유적 보호 전문가인 사이먼 워락은 “이탈리아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이나 서구의 어떤 교회에서도 이런 짓을 하지 않는데 캄보디아에서는 왜 그렇게 해도 되는가”라고 반문하며 “사람들이 돌에 부딪히거나 넘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손상 뿐만 아니라 사원의 영적, 문화적 가치에 대한 훼손도 우려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문제는 캄보디아 당국이 사원 방문객들의 무질서 행위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앙코르와트를 감독하는 당국은 방문객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부 당국자는 SNS 상 유행이 오히려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대응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스페인 등이 인기 관광지에서 방문객의 무개념 행동에 제동을 거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외국인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논란이 되자 핫라인을 개설해 주민 신고를 받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기념물기금의 캄보디아 국장인 지네브라 보아토 “이런 트렌드로 SNS 상에서 앙코르와트에 대한 관심을 높였더라도 고대 유적지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과 함께 종교적, 정신적, 사회적 중요성에 대한 존중을 장려하는 것이 필수”라며 “방문객의 챌린지 영상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 깊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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