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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상대팀도 교가 맞춰 손뼉"... '고시엔 우승' 감독이 뽑은 감동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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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국제고 감독 "야구인들 따뜻함 느껴"
"신기하고 멋진 교가" 일본에서도 화제
교토지사, 혐오글에 "용서할 수 없는 일"
한국일보

재일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부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오른쪽 깃발 든 이)가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폐회식에서 우승기를 들고 선수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니시노미야=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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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교가를 부를 때였습니다.
고마키 노리쓰구 일본 교토국제고 야구부 감독

재일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의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첫 우승을 이끈 고마키 노리쓰구 감독은 결승전 승리 후 교가 제창 때 상대팀 선수들이 호응해 준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일본에서 화제가 된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한일 화합과 스포츠 정신의 상징으로 떠오른 셈이다.

일본 스포츠닛폰은 25일 "고마키 감독이 교가 제창을 결승전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며 고마키 감독과의 인터뷰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인터뷰는 전날 밤 일본 오사카 시내 숙소에서 이뤄졌다.

고마키 감독은 "교가를 부를 때 (결승전 상대인) 간토다이이치고 응원석에서 (교가에 맞춰)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춰 줬다"며 "같은 야구인으로서 느끼는 뜨거운 열정이라고 해야 할까,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후지모토 하루키 교토국제고 주장은 후배들을 향해 "우리보다 개개인 능력이 뛰어나니 우리 기록을 깨 주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앞서 교토국제고는 지난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인 간토다이이치고를 10회 연장전 끝에 2-1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 4강 진출 이후 3년 만에 더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교토 지역 대표가 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한 것도 무려 68년 만이다.
한국일보

일본 도쿄도 대표로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 출전한 간토다이이치고 소속 응원단이 지난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패하자 울먹이고 있다. 니시노미야=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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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엔에서는 경기 종료 후 승리 학교의 교가를 부르는 것이 관례다. 올해 결승전이 끝난 뒤에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한국의 학원"이라는 교토국제고의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간토다이이치고도 첫 우승에 도전한 만큼 아쉬움이 컸지만, 교토국제고 교가에 손뼉을 맞추면서 우승을 축하해 준 것이다.

교토국제고 교가는 금세 화제가 됐다. 엑스(X)와 틱톡 등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교가가 멋지다" "여기 학생들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거냐" 등 글이 잇따랐다. 다만 "일본에서 왜 한국어 교가가 나오느냐"고 반발하는 등 혐오·차별 정서를 보이는 글도 없지는 않다.

교토부는 SNS 업체에 혐오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고, 일본 익명 사이트 '5찬네루'와 X는 4건을 삭제했다. 니시와키 다카토시 교토지사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용서할 수 없는 일로, 따끔한 일침을 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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