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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유튜브‧청소기‧챗GPT’ 월급 10분의 1은 구독료에…A 씨의 구독 영수증 [구독경제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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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0원 몇 개 구독했더니 한 달에 수십만 원
OTT‧가전‧AI서비스 등 커지는 구독시장
“소비자가 관리 매니저 인건비까지 감당하게 돼”
‘락인 효과’ 구독 무한 굴레에 비용 부담 가중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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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일반적인 소비 행태를 고려해 구성한 가상의 구독 서비스 결제 목록이다. 월급 약 350만 원을 받는 A 씨는 월급 10분의 1에 달하는 34만3531원을 구독 서비스에 쓰고 있다. 점차 많은 분야에서 구독 서비스가 대세가 되고 있는 만큼 A 씨의 구독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지도 모른다.

물건 가격에 관리 서비스가 포함해 생활이 편리해진다는 점은 구독서비스의 큰 장점이다.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신제품을 계속 대여한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다.

그러나 구독경제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구독료 부담과 불공정 이슈 등 소비자들의 피로도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A전자의 의류관리기 제품은 이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179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을 최장 구독 기간인 6년, 최소 관리 빈도수인 1년에 1회, 제휴카드 할인까지 받는다고 가정하면 2만6900원을 구독료를 매달 납부해야 한다. 6년간 내는 구독료는 총 193만6800원이다. 가장 저렴한 옵션을 선택해도 일반 구매보다 비싸다. 게다가 서비스 기간이 끝나면 제품은 A사에 반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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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스타일러 오브제컬렉션 구독 소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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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서비스가 일반 구매보다 더 비싼 것은 관리 서비스나 추가 혜택 등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물건을 구매할 때 일시에 목돈을 쓰지 않는 것일 뿐, 구독 기간 전체 지출 비용으로 따져보면 구독 서비스로 인한 비용 부담이 더 큰 셈이다.

가전제품 구독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없는 40대 직장인 B 씨는 “청소기를 구매하고 제품을 이용하면 청소기 필터를 교체하고 기기 내부를 청소하는 것은 원래 구매자가 하던 일”이라며 “필터 교체‧청소가 어려운 일도 아닌데 이제는 제조사가 그 일까지 해주겠다며 제품에 그 비용을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제품만 판매했다면 이제는 관리라는 이름으로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가 제품을 관리하는 직원들의 인건비까지 감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가 생겨나며 기존에 없던 지출을 하게 된다. 테크 기업들이 ‘챗GPT–4o’와 같은 인공지능(AI) 기능에 비용 부과를 예고한 만큼, AI 흐름에서 소비자들의 구독료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AI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지만, 향후 유료화에 대해 “2026년 결정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편리함에 익숙해진 만큼 서비스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쿠팡은 8월부터 와우 멤버쉽 가격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인상했다. 그러나 쿠팡이 이미 국내 시장을 장악한 만큼 이미 ‘락인(Lock-in)’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위기다.

초기에는 한 달에 1만 원 남짓한 비용에 큰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구독 이용료는 점차 인상됐고, 그 종류도 많아지다 보니 어느덧 구독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해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C 씨는 “869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무심코 구독을 시작한 유튜브 프리미엄은 이제 1만4900원이 됐는데 광고를 보던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다”며 “불과 몇 년 전에만 해도 없던 온갖 멤버십과 구독서비스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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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구독 서비스 '정수기 렌탈'. 이미지는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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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시작한 구독 무료 체험이 어느 날 자동 결제 될 수도 있다. ‘첫 결제일 전에 구독을 취소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유료 전환된다’라는 ‘숨은 갱신’ 때문에 소비자들이 모르는 자동결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밀리의 서재 등 전자책 사업자들이 불공정 약관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시정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조혜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독서비스 시장이 활성화하며 소비자 공정거래 이슈도 발생하고 있다”며 “제품 렌털(구독)과 이에 대한 서비스를 다른 회사가 각각 제공하며 소비자가 서비스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투데이/이수진 기자 (abc123@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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