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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NW리포트]8·8대책에도 집값 꺾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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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DB 재건축, 재개발, 공사, 건설, 아파트, 주택, 철근, 물가, 부동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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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정부가 치솟는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지난 8일 또다시 부동산 공급 대책(8·8대책)을 내놨다. MB정부 이후 12년 만에 서울에서 대규모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나서는가 하면 재건축·재개발 특례법까지 제정해 주택 공급 속도전에 나섰다. 오피스텔·빌라 등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에도 진력을 다하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 부동산 시장은 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들썩거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전세 가격은 되레 상승폭이 커지고, 집값 고공행진은 경기도권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둘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0.32% 오르며 5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작한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 일부 단지에서는 전고점을 넘어선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KB부동산의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 자료를 봐도 서울 집값은 급등세다. 오히려 8·8 부동산 대책 발표 전 0.22% 수준이었던 상승폭은 12일 0.26%, 8월 19일 0.25%로 소폭 확대됐다. 특히 한강 이남은 2주 연속 0.32% 오르며 상승폭이 커지는 추세다. 정부가 추가대책을 내놔야하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잇따른 특단의 조치에도 부동산 시장이 되레 과열되고 있는 그 근본적인 원인과 이유가 무엇인지 뉴스웨이가 분석해봤다.

①다주택 규제에 똘똘한 한채 수요 자극…서울 상경 투자도

서울 집값이 들썩이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다주택자 억제 정책에 따른 '서울 쏠림' 현상이란 분석이 많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서울로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서울 시내에서도 특히 강남·서초·송파·용산·마포 등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지역일수록 더 많은 수요가 집중된다는 의미다.

서울지역 현금 부자는 물론 지방 큰 손들의 수요도 서울로 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에 살지 않는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거래는 1396건을 기록했다. 5월 기준 매수 건수가 1063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31.3% 증가한 수준이다. 외지인이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지난 1월 564건, 2월 621건, 3월 785건, 4월 1061건, 5월 1063건 등이다. 꾸준히 늘고 있다는 뜻이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는 다주택자 규제에서 시작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부동산값 폭등의 주범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했다. 취득세와 양도세 부담을 늘린 것이다. 여러 차례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기에 성급하게 종합부동산세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는 대신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큰 한 채에 집중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현재 무주택자가 집을 한 채를 살 때는 기본세율(1~3%)을 적용해 취득세를 부과하지만, 2‧3주택 이상 구매 시 세율은 각각 8%, 12%로 높아진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초 경제정책 방향에서 3주택자 취득세율을 8%에서 4%를 낮추고, 조정 지역 2주택자는 중과(8%)를 폐지해 기본세율(1~3%)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취득세 중과 완화와 관련한 법 개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②공급자 일변 정책 일관…실효성 있는 수요 대책 추가 절실

올해 정부 부동산 대책이 공급자 일변도라는 지적도 작지 않다. 윤석열정부 들어 집값, 전셋값과 관련한 크고 작은 대책들이 나왔지만, 대부분 건설사와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한 자금수혈 대책이거나 공급 물량을 거듭해서 더 늘린다는 발표 일색이었다는 의미다.

8·8대책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이번 대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방안이 공공 신축매입(2025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11만호+알파) 확대인데, 정부나 공공기관이 팔리지 않는 신축 비아파트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사주기로 하면서 관(官)이 주택 공급시장에서 큰손으로 등장하며 관 주도의 시장으로 변질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반면 수요가 있어야 공급도 생긴다는 기본적 시장논리에 대해선 애써 외면하는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규제를 과감히 풀고 있다고 강변 하지만 시장에서 요구하는 내용들은 정부 대책에 실제로 반영된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규제 철폐에 대해서도 미온적이란 시각이다. 야당의 반대를 표면적으로 내세우지만 수요 관련 규제를 폐지하면 강남 등 부동산 불쏘시개를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작지 않다. 기업과 금융권 살리기 위한 유동성 공급과 주택을 짓는 방해 요소가 되는 제도나 절차 등을 대폭 바꾸는데 심혈을 기우려온 점과는 대조적이라는 분석이다.

③대출대책도 실책…스트레스 DSR 연기하자 영끌 수요 촉발

부동산 금융 대출정책도 실책했다는 지적이 많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적용시기를 2개월 연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2단계 조치가 시행되면 스트레스 DSR 적용 금리(2024년 9월 1일~2024년 12월 31일)는 0.75%로 조정된다. 이는 기본 스트레스 금리(1.5%)에 적용되는 가중치가 25%에서 50%로 상향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됐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DSR 강화' 정책을 연기하면서 게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서울 쏠림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정부는 6월 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 7월에서 9월로 두 달 연기했다.

이에 신축 단지들은 앞다퉈 시행 전 잔금대출을 받도록 입주를 앞당기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려는 '영끌' 2세대가 등장한 배경이다.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024년 5월 기준 1030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한 가계부채는 2020년 2000조원에서 올해 1분기말에 2250조원까지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고가의 1주택을 보유하는게 낫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다"며 "특히 대출 규제마저 잘못된 시그널을 주면서 서울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베블런 효과'가 나타나는 등 똘똘한 한 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수요 관련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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