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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취업과 일자리

"나갈 돈 많아 은퇴 꿈도 못 꿔" 신노년 취업 10년새 2배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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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케어’는 직장에서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에게 경제적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25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55~69세 가구주의 월평균 가구간이전소득은 줄고(21만1000원→19만3000원), 가구간이전지출은 증가(29만3000원→33만원)했다. 가구간이전소득ㆍ지출은 용돈 등 가구 사이에 받거나 주는 돈이다. 다른 세대로부터 받는 돈은 점차 줄고 있는데 자녀 등 다른 세대를 지원하는 데는 돈을 더 썼다는 뜻이다.



고령 취업 내모는 더블케어



나갈 돈이 여전히 많다 보니 은퇴 이후에도 일자리를 전전하는 고령층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666만7000명으로, 2014년 같은 달(362만1000명)보다 84.1% 늘었다. 고령 취업자가 꾸준히 늘면서 10년 새 2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41.6%에서 48.1%로 대폭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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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문제는 다음 세대로의 부담 전이다. 더블케어로 인한 지출이 늘면서 노후 준비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로 20~30대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 입장에선 향후 부모를 다시 부양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중 돌봄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으면서 자녀 세대를 짓누르는 현상은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와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일본에선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日 따라 더블케어 부담 확장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올해 초 특집기사를 통해 “더블케어는 옛날부터 지속해서 이어진 고령화 기조, 만혼 등이 겹치며 나타난 현상”이라며 “더블케어는 일본 사회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현대 일본의 축소판”이라고 짚었다. 특히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에서 아이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는 30~40대 여성들이 자녀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한다며 ‘더블케어’를 새로운 저출산 요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더블 케어와 그로 인한 노후 준비 어려움은 이미 신노년층을 넘어 중장년층으로 확산 중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중년의 이중과업 부담과 사회불안 인식’ 논문에 따르면 “가족 돌봄 부담에 있으면서 노후준비도 안 한 사람의 비율은 X세대(1975년~77년생)가 18.1%로, 1차 베이비붐세대(9.6%)보다 오히려 더 많게 나타났다”고 했다. 최근에는 부모세대의 더블케어를 보고 자라온 3040세대가 부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전에 가족계획을 축소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한국 사회에서 가난한 부모와 경제성장을 누리지 못한 자녀 사이에 낀 세대”라며 “상당수가 부모 부양 의무를 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자녀 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한 세대다. 이중 부양 부담이 늘면서 노후 준비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들이 일을 못 하게 되면 부양 부담이 자녀에게 이어지고, 출산 기피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 사회진출 지원…악순환 끊어야



우선 청년층의 빠른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블케어의 주요 원인이 자녀 세대의 늦은 사회 진출과 캥거루족의 확산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0대와 30대의 쉬었음 인구는 70만4000명으로, 1년 전(63만6000명)보다 6만8000명(10.8%) 증가했다. 2030대 쉬었음 인구가 70만명을 넘어선 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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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30~34세 중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 비중은 2012년 45.9%에서 2020년엔 53.1%로 7.2%포인트 증가했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캥거루족 증가세를 30대 초중반이 주도하면서 30대 중후반 이후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캥거루족 상당수는 사회 취약 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고 부모 노후 준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일자리 개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경제적 독립이 가능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균수명 증가로 초고령 인구 역시 계속 늘어나는 만큼 노인 부담의 돌봄을 줄이는 대책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돌봄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되고는 있지만 그 가족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한 수준까지 확대돼야 한다”며 “지난해 치매 환자 수가 101만명(중앙치매센터)을 넘어서는 등 집중 케어가 필요한 고령층이 늘어나는 만큼 간병 지원 강화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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