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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지상엔 댈 데 없는데"…전기차 지하 주차금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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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화재사고로 전기차 포비아 늘면서 지하 주차금지 잇달아

2000년 무렵부터 '지상에 주차장 없는' 아파트 설계 속속 채택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최근 발생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면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주차를 금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미 20여년 전부터 '지상 주차장 없는 아파트'가 속속 도입된 마당이어서 전기차 소유주들은 마땅한 대안 없이 눈치만 보며 속을 태우고 있다.

9월 정부가 발표하는 대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아이뉴스24

지난 16일 오후 7시40분께 경기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한 노상에 주차돼 있던 테슬라 전기차에 불이 났다.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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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곳곳에서 지하나 타워 주차장에 전기차 출입을 제한한다는 공지문이 붙은 사례가 나타났다.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인해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진 때문이다.

최근 네이트Q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7%가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주차구역 별도 지정 또는 주차금지 등과 같은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답할 정도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

◇1999년 무렵부터 일반화한 '차 없는 단지'

문제는 요즘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들은 지상에 주차공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신축 아파트일수록 제한적으로 소방차 등 응급차량을 위한 공간 외에는 지상에는 산책로와 피트니스센터, 어린이집, 공원 등으로 조성되고 있다. 지하 주차공간은 1~2층이나 3~4층까지 갖추는 단지가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전국의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의 대부분이 지하에 마련돼 있기도 하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의 공동주택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 20만6074개 중 82.9%인 17만870개가 지하에 설치됐다. 전체 면적이 345만7800㎡인 것을 고려하면 여의도공원(22만9539㎡)의 15배에 달한다.

국회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기는 비용은 기기 1대당 100만~200만원으로 추산된다는 얘기도 있다"며 "비용을 고려하면 이미 지하에 설치된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하 주차장이 없는 '차 없는 단지'는 지난 1998~1999년무렵부터 공급돼 점점 번졌다. 지상 주차장을 없앤 최초의 아파트는 동일토건이 시공한 용인 언남동의 '동일 하이빌(2001년 9월 입주)'로 전해진다. 비슷한 시기에 공급된 서울 방학동의 대상타운현대아파트(2001년 10월 입주)도 지하 주차장 없는 단지로 기록이 남아있다.

건설업계도 고민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축 아파트는 준공 연도를 기준으로 시공사가 개입할 수 있는 AS 기한이 정해져 있다"며 해당 기간이 지났다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사무소와 지차체 등과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 단계에 있다 해도 전기차 주차 문제로 설계를 변경한다면 그만큼 공사 기간과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바꾸기 쉽지 않다"며 "설계를 바꾸기보단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를 주차해도 안전하게 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지난해 12월 수주한 '래미안 원 마제스티(과천주공 10단지 재건축)에 전기차 주차구역 후면 등을 방화 소재로 시공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지난 8월 수주한 '래미안 자이 더 아르케(거여새마을 공공재개발)'의 경우 전기차 화재에 대비해 상향식 스트링클러가 작동하도록 시공할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도 "최근 전기차 주차 문제가 불거져 기술파트에서 관련 연구개발을 하는 단계"라며 "소방방재협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다른 건설사 등과 연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어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리규약에 전기차 주차 내용은 '전무'

서울시는 과도한 충전을 방지하기 위해 90%까지만 중전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시는 9월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 개정을 통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90% 이하로 충전한 전기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은 일종의 표준안으로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한 일종의 표준안이다. 현재 관리규약 준칙에는 전기차 주차와 관련된 내용이 전무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90%까지 충전을 제한하는 방안 등 전기차 주차 문제와 관련한 내용을 개정하려고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관리규약은 일종의 표준안으로 강제사항은 아니고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향후에 관련 내용의 반영 여부는 각 아파트의 상황이 달라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 수준과 화재는 상관이 없다고 판단하고, 다음달 전기차 화재 관련 종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완성 전기자동차는 국토교통부 소관이고, 배터리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차 충전기 지원금 관련해선 환경부 소속이다. 한 부처에서 주도하기 어려워 국무조정실에서 대책 관련 총괄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관계자는 "인천 전기차 화재 사건은 스프링클러 미작동, 소방차의 진입 어려움 등의 문제로 피해가 커졌다"면서 "스프링클러가 있다 해도 일시적으로 작동하는 설비인만큼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전용 소방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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