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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마감 후] 꺼지지 않는 ‘국내소비자 역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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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국제경제부 부장

이투데이

전 세계가 부쩍 솟구쳐버린 물가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물가가 올랐다는 건 화폐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지요. 떨어진 돈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려 대응합니다. 은행 금리가 오르니 회사채와 국채 금리도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지요. 단순한 원리입니다.

물가가 오르고 돈의 가치가 떨어진 배경은 뜻밖에 복잡합니다.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불가피하게 돈을 풀었던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지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여파도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습니다. 글로벌 주요 국가가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예컨대 바로 옆 나라 중국에서 값싸게 들여오던 원재료를 멀리 남미에서 사와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는 합니다. 당연히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별 물가 비교에 ‘빅맥지수’ 많이 이용


그런데 고물가 시대를 맞아 제품 가격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서 무작정 우리 기업을 비난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하나의 제품을 여러 나라에서 판매하지만, 가격이 각각 다르고 원가 비율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이를 파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빅맥 지수(Big Mac Index)’입니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에서 팔리는 ‘빅맥’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나라별 빅맥의 가격을 비교하는 것인데요. 1986년 영국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고안해 매년 발표하고 있습니다.

나라별 물가를 비교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그 나라 환율의 적정 수준도 파악할 수 있지요. 절대적 비교가 아닌 단순 비교지만 제법 여러 곳에서 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도 합니다.

값싼 패스트푸드와 달리 고급 소비재는 어떨까요. 나라별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우리는 이를 단순 비교하며 유·불리를 따지고는 합니다.

우리는 한때 현대차 ‘쏘나타’를 예로 들어 “한국 쏘나타가 미국보다 비싸다” 또는 “같은 가격인데 한국차의 안전장비가 미국보다 부족하다” 등의 평가를 많이 접했습니다.

이런 평가의 배경에는 “한국에서 만들어 미국까지 보내는 운송료가 더해진 마당에 왜 미국에서 더 싸게 파느냐”라는 불만이 서려 있고, 그 끝에는 기업을 향한 비난이 존재했습니다. 미국 현지공장이 들어선 이후에도 이런 불만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같은 자동차인데 미국과 한국의 사이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국내 소비자가 조금이라도 불리해지면 가차 없이 제조사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는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제품이 다양한 시장에서 각각 다른 가격으로 팔리는 상황은 지극히 정상적입니다. 시장에서 가격을 정하는 기준은 원재료와 제조 원가, 세금 나아가 수출품이라면 관세까지 변수로 작용하지요.

가격변수 많아 국가별 단순비교는 무의미


결국, 하나의 고가 소비재를 놓고, 나라별로 가격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게 많은 경제학자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해당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느냐도 최종 판매가격에 결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나아가 경쟁사와의 시장 점유율 싸움을 염두에 두고 손익분기점을 어디에 설정하느냐도 가격 결정의 배경이 됩니다.

심지어 같은 미국에서도 같은 쏘나타가 지역별로 많게는 수백만 원 비싸게 팔리기도 합니다. 나라 자체가 우리보다 90배를 넘게 크다 보니 한 나라에서도 운송비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지요. 이제 무턱대고 “같은 제품인데 왜 우리나라만 비싸냐”라는 억지 주장도 걸러낼 줄 알아야 합니다. junior@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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