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재단 이사장 취임 후 첫 인터뷰…이달 청와대 관람객 600만명 돌파
관람 감소 추세에 "콘텐츠 다양화, 편의시설 개선"…해외 명소 벤치마킹도
'QR코드 기반 다중언어 서비스' 구상…유료화엔 "국민 품 돌려준 취지에 충실"
포즈 취하는 윤병세 청와대재단 이사장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윤병세(71) 청와대재단 이사장은 '권력의 심장'이던 청와대와 인연이 깊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외교안보정책 수석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했고, 박근혜 정부의 외교부 장관으로 연간 130여 차례 청와대를 드나들었다.
지난 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만난 윤 이사장은 "늘 중요한 역사적 현장이란 생각으로 출입했는데, 이곳에 재단 사무실을 갖게 돼 감회가 남달랐다"며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란 가사처럼 격리된 공간이 지금은 열린 공간, 소통의 장소가 됐다는 게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재단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국민에 개방된 청와대의 보존과 관리, 활용을 위해 지난해 말 설립된 문화기관이다. 올해 6월 취임한 윤 이사장이 언론과 인터뷰한 건 처음이다.
그는 청와대의 역사성과 가치에 대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4년간 12명의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걸쳐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한 진원지이자 아픈 역사와 자랑스러운 역사가 섞여 있는 산실"이라며 "일반적인 의미의 관광지가 아니니, 역사를 체험하는 관람이 되도록 하드웨어 못지않게 고품격 소프트웨어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재단 이사장 맡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
윤 이사장이 당면한 과제는 개방 2년이 지난 청와대의 관람객 증가 방안 마련이다. 청와대 관람객은 이달 14일 6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컨벤션 효과가 있던 개방 첫 해 이후 월별 관람객은 10만~20만명 대로 감소 추세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외국인 관람객 비율이 20% 남짓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윤 이사장은 "주요 국가들이 역사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장소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관람객이 체험하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재방문의 가장 큰 동인이었다. 앞으로 할 일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존·관리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청와대의 스토리텔링과 같은 고품격 콘텐츠를 담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청와대에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 나온 역사적인 발언이나, 영빈관과 상춘재에서 국빈 행사가 있을 때의 에피소드와 만찬 메뉴도 소개할 수 있어요. (청와대 전신인 경무대에선)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가서명이 이뤄졌고, 대통령이 치열한 논쟁 끝에 어려운 협상을 타결한 결단의 장소도 있죠. 객관성과 균형을 유지하도록 자문과 검증을 통해 역사 현장 이야기를 관람객 친화적으로 선보이고 싶어요."
청와대 관람객들 |
그는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내레이션해 'QR 코드 기반 다중언어 서비스'로 제공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세종실 내 역대 대통령 초상화 |
문제는 예산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청와대 예산은 2022년 96억7천만원(예비비), 2023년 235억1천200만원, 2024년 300억2천400만원으로 증가했다.
윤 이사장은 "국립예술단체 공연 등 다른 문화기관에 포함됐던 예산이 재단이 생기고서 청와대 예산으로 편성됐다. 증액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론 다소 감액됐다"며 "계속 고품격 공간을 강조하는 것도 국가 유산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예산을 쓰는 데 대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윤병세 청와대재단 이사장 |
그는 해외의 역사적인 명소와 같이 향후 유료화 계획이 있는지 묻자 "상당 기간은 국민 품으로 돌려준다는 취지에 맞추는 것이 좋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영빈관이 국빈 만찬과 정부부처 업무보고 등으로 일부 관람이 제한되는 데 대해서도 "국가의 중요한 목적에 사용하는 건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1978년 신축된 영빈관은 대규모 회의나 국빈 행사 장소로 이용돼왔다.
그는 "올해 5월 영빈관에서 한일중 정상회담이 우리 정부 노력으로 4년 5개월 만에 열렸다"며 "영빈관이 국가 이익이란 측면에서 역할을 많이 하는데, 관람이 일부 제한되더라도 청와대 개방 취지가 훼손되는 건 아니니 이해를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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