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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미국·캐나다선 ‘장애물’로 판단 가차없이 부순다 [심층기획-불법주차에 가로막힌 소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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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불법주차’ 어떻게 대응하나

파손 손실보상 국가 부담·소방관 면책

화재 진압 정당한 업무집행으로 인정

지난 6월 미국 뉴욕시소방국(FDNY)이 브롱크스 3번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진압하는 현장 영상은 큰 화제가 됐다. 불길을 잡으려는 소방관이 건물 앞에 주차된 회색 혼다 세단의 조수석과 운전석 창문을 깨부수는 모습 때문이었다.

소방관이 거침없이 창문을 산산조각 낸 이유는 이 세단이 소화전을 가로막고 있는 불법주차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소방관은 깨진 창문 사이로 노란색 호스를 통과시켜 소화전에 간신히 연결했다.

세계일보

지난 6월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뉴욕시소방국(FDNY) 소방관이 소화전 앞에 불법 주차된 차량의 조수석 창문을 부순 후 호스를 연결하고 있다. FDNY 제공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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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에서는 소화전 인근 약 4.5m(15피트) 이내에 주차하는 것이 불법이다. 이를 어길 경우 115달러(약 15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으며, 차량 견인도 가능하다. 혼다 세단의 차주 역시 2년 동안 소화전 인근에 불법주차한 사례가 무려 33건이나 적발돼 9255달러(약 123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당시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일각에서 ‘차량을 파손할 필요까지 있었느냐’는 반응이 일자 당시 뉴욕주 나소 카운티의 소방국장 마이클 우타로는 “화재 진압에는 시간이 제일 중요하고, 그들이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택한 방법이 그것이라면 이에 대해 두 번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단언했다.

2014년 캐나다 올드 몬트리올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거리에 들어선 소방차 영상도 한때 화제를 모았다. 소방차는 경찰차와 불법 주차 차량으로 진입이 힘들자 망설임 없이 액셀을 밟아 앞에 서 있던 경찰차를 밀어내며 진입했고, 이 과정에서 옆에 있던 BMW 승용차의 범퍼도 부서져 나갔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불법 주차 차량을 소방관이 화재 진압의 ‘장애물’로 판단하면 이를 파손하는 행위가 정당한 업무집행으로 인정받는 게 당연한 추세다. 파손에 따른 손실보상도 국가가 부담하며, 소방관은 추후 차주 등으로부터 민사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면책 조항에 따라 대부분 책임을 면한다. 이에 소방관들이 위급 상황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화재 진압에 나설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선진국에서는 원활한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차의 긴급 출동로 확보를 법적으로 철저하게 보장하고, 엄격히 관리한다. 미국의 경우 소방차 전용 구간에 불법 주정차한 차량은 일반 주정차 위반 벌금의 몇 배에 달하는 액수를 부과한다. 단속 인력도 추가로 민간업체를 고용해 훨씬 풍부하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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