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3 (금)

[르포] 국내 최대 전통주 생산기지…국순당 횡성양조장을 가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해 횡성양조장 설립 20주년…전통주 알리는 전초기지 역할

전 세계 50여개국 수출, 우리술 복원사업 활발

박선영 생산본부장 “전통주 복원 과정에서 얻은 기술을 새로운 제품을 개발·연구”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23일.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주 생산지인 국순당 양조장을 찾았다. 강원도 둔내IC를 빠져나와 ‘횡성양조장’ 입구에 들어서자 드넓은 대지에 펼쳐진 푸른 나무와 하늘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세계일보

국순당 횡성양조장 내 발효 탱크의 모습. 발효가 한창인 술의 표면에는 이산화탄소 기포가 터지며 진한 술내를 뿜어내고 있었다. 박윤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순당은 2003년 총 285억원을 투자해 2004년 9월 횡성양조장을 완공하면서 본사를 강원도 횡성으로 이전했다. 횡성양조장은 해발 500미터에서 직접 키운 누룩을 좋은 햇빛과 맑은술이 샘솟았다는 전설이 있는 주천강 인근 지하 340㎡의 청정수를 사용하는 환경친화 양조장이다. 부지 면적은 14만4367㎡로 12시간 기준 1개 라인에서 백세주(375㎖ 기준) 약 30만병, 생막걸리( 750㎖ 기준) 약 35만병이 생산된다.

위생복과 신발,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먼지제거 작업을 한 후에 작업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술 제조 과정에 위해가 갈 만한 요소들을 차단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매일 거치는 과정이라고 한다.

양조장은 전통약주를 생산하지만 술을 담고 발효해 살균 과정을 거쳐 병에 주입해 포장하기까지 모든 생산과정은 전자동으로 구축된 생산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각종 약주 배합부터 살균 과정을 거쳐 포장 단계까지 터치스크린 방식의 모니터를 통해 제어되며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동 역추적 시스템을 통해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총 3개의 라인 중 메인라인 입구에 있는 4만ℓ 크기의 발효탱크에서 막걸리가 발효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엔 4만ℓ 발효통 18개와 3만ℓ 5개, 1만ℓ 3개 등에서 생산라인당 하루 평균 24만병의 전통주와 막걸리가 생산된다. 발효탱크별 온도와 발효기간, 교반(섞는 작업)은 제어실에서 자동으로 통제했다. 발효가 한창인 윗면에는 이산화탄소 기포가 터지며 진한 술내를 뿜어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머리가 어지러울 수 있다는 관계자 말에 거리를 두고 발효를 지켜봤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발효기간은 주종에 따라 며칠에서 3개월까지 제각각이었다. 백세주의 경우 담금과 발포, 압착, 숙성, 여과 병입 과정을 통해 생산되는데 완제품 생산까지 15일가량이 걸린다.

세척과 병주입이 이뤄지고 있는 공간으로 이동하자 수천여 개의 병이 줄지어 벨트 위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곳은 이물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빈병에 술을 주입한 후 뚜껑을 닫는 작업은 투명플라스틱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제품 주입 후에는 자동 검사대를 거쳐 이물질이나 찌그러진 패키지가 있는지 검수과정이 이뤄졌다.

세계일보

현장에선 모니터를 통한 자동 검사 외에도 전문가가 투입돼 검수하고 있었는데, 하루 생산물량 24만병 중 1~2병의 불량만 있을 정도라고 한다. 자동 검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횡성양조장에서 전문가가 이중으로 제품 검수를 하고 있는 모습. 박윤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장에선 모니터를 통한 자동 검사 외에도 전문가가 투입돼 검수하고 있었는데, 하루 생산물량 24만병 중 1~2병의 불량만 있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불량으로 분류된 제품을 확인하자 라벨 각도가 약간 달라진 정도였다. 한해 중 전통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추석 판매물량은 이미 6월부터 제조를 시작, 포장작업만 남겨둔 상태였다.

◆ 우리술 복원작업으로 얻은 노하우 제품에 접목…‘발효제어기술’로 전세계 50여개국 수출

메인라인에서는 백세주와 막걸리, 멀티라인에선 약주, 탄산라인은 페트병이나 캔 형태의 막걸리가 제조되고 있었다. 전체 생산량의 20%는 수출용 제품으로 구성된다. 주 5일 기준으로 2회 생산되는 수출물량은 현재 호주와 미국, 일본, 브라질 등 50여개국에 판매된다.

세계일보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이 생막걸리 2종을 소개하고 있다. 박윤희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은 “해외의 경우 국순당 쌀막걸리 2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우리 제품이 수출되면 남아공은 90일, 호주는 45일 가량이 소요되는데 막걸리 맛은 물론 변질을 막기 위해 발효 제어 기술을 접목했다”고 말했다.

발효제어 기술은 생막걸리 내 살아있는 효모의 활성을 조절하고 외부 공기의 유입을 차단하는 국순당의 특허 기술이다. 이를 통해 생막걸리 특유의 몸에 좋은 식물성 유산균이 오랫동안 살아 있도록 개발했다. 이 기술로 막걸리 유산균 발효를 억제해 유통기한을 최대 1년까지 획기적으로 늘렸다.

박 본부장은 “일반적인 제품의 경우 이 기간이면 벌써 유통이 끝나버린다. 미생물 활성이 최소화되도록 억제를 하고, 유통 중에 나타날 변수를 세밀하게 조절하면서 지금은 생막걸리까지도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조기술로 국순당은 2011년 수출 500만 달러에서 2021년 1000만 달러로, 배 이상 성장했다. 2022년에는 1200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오는 2026년 20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

국순당은 우리술 복원사업도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다. 2008년부터 ‘우리 술 복원사업’을 전개해 문헌에 남겨진 전통주 약 600여종 중 25개의 전통주를 복원했다. 바로 제품으로 진행되지 않는 전통주도 있는데, 복원과정에서 얻은 제조법 등이 기술 개선 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박 본부장은 “전통주 복원 과정에서 얻은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연구하는데 활용하고 있다”며 “선조들의 지혜를 통해 새로운 제법을 알게 되고 전통주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백세주 탄생 32년, 7억병 판매…생막걸리 활용 콜라보로 MZ세대에 인기

국내 대표 전통주로 자리잡은 국순당을 비롯한 생막걸리 등 주요 제품은 ‘생쌀발효법’으로 빚어지고 있었다 ‘생쌀발효법’은 고려시대 명주인 백하주의 제법을 바탕으로 국순당이 복원한 특허 기술로 술이 완성될 때까지 높은 열을 가하지 않고 가루 낸 생쌀과 상온의 물을 그대로 사용한다. 열을 가하지 않아 영양소 파괴도 적을 뿐 아니라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또 일반적인 제법인 고두밥을 짓는 과정이 필요 없어 에너지 절감효과가 80%가량에 이르고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최소화한 친환경적 저탄소 제법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아 한국을 대표할 전통주로 개발된 백세주는 지금까지 7억병 이상 판매되며 국민 술로 자리 잡았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자)를 대상으로 한 ‘백세주 조선하이볼 기획세트’ 출시 등으로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에 한정세트로 출시돼 젊은층이 즐겨 찾는 전통주 술집에서 인기를 끈 ‘백세주 조선하이볼 기획세트’는 지난해 하이볼 열풍을 타고 구매 문의가 계속돼 지난해 재출시됐다.

생막걸리와 콜라보 제품도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오리지널 막걸리에 크라운제과 죠리퐁을 더한 쌀 죠리퐁당은 출시되자마자 전량 완판됐고, 2022년 6월엔 롯데칠성음료와 손잡고 ‘국순당 칠성막사’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0월엔 IPX(구 라인프렌즈)와 협업해 막걸리 세계화 및 활성화를 위해 라인프렌즈 캐릭터와 함께한 신제품 ‘국순당 쌀 단팥’을 출시했다. 특히 바밤바 아이스크림과 협업한 '쌀 바밤바밤'은 출시 100일만에 200만병 판매고를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대박, 옛날 막걸리 古, 국순당 쌀바나나(일명 바나나 막걸리), 국순당 쌀복숭아(일명 복숭아 막걸리)등 젊은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박 본부장은 “국순당 쌀막걸리를 기반으로 인기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들이 색다른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며 MZ세대를 대상으로 막걸리 시장을 확장하는 등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횡성=박윤희 기자 py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