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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과학기술이 미래다]〈136〉'기술혁신과 행정체제' 심포지엄…과학기술 개발은 지상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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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이관 과학기술처 장관이 1988년 6월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과학기술의 21세기 모임에 참석했다. 국가기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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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봇물이 터진 듯 했다.

“과학기술처를 부(部)로 확대해야 한다.” “과학기술 연구개발비를 5%로 늘려야 한다.”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기술혁신과 바람직한 행정체제에 관한 심포지엄'이 1988년 5월 30일과 31일 이틀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각계의 다양한 의견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이 심포지엄은 과학기술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과학기술정책연구평가센터(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지원하고 고려대학교 행정문제연구소가 주최했다.

심포지엄에는 학계와 관계, 산업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주제발표와 패널토론을 통해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과학기술 혁신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기조연설과 주제발표, 토론자 등에만 50명이 넘는 학계, 관계, 업계 대표가 참여했다.

과학기술처 당시 고위인사의 증언. “이관 장관은 취임 후 '과거 과학기술은 대통령 의지 아래 발전했지만 이제는 독자 힘을 가진 부처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정부기구 개편과 기능 조정을 위해 1988년 5월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행정개혁위원회를 출범했습니다. 신현확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이고 김성진 전 과학기술처 장관, 김광웅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 등 각계 인사 19명이 위원이었습니다. 위원회는 경제과학 분야도 다루기로 했어요. 과학기술처가 과학기술 행정체제에 대한 담론장을 마련한 것은 이런 배경이 있었습니다. 과학기술처는 이를 통해 과학기술 도약의 힘찬 디딤돌을 마련하고자 했어요.”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주제는 총 6개였다.

△제1주제=1990년대 행정환경과 국가과학기술 시스템(최영환 과학기술처 기획관리실장) △제2주제=기술개발정책-민간주도 입장에서(임용성 한국석유공사기술개발담당 부사장) △제3주제=기술혁신과 행정체제(1)-민간연구소 운영 중심(배순훈 대우자동차부품 사장) △제4주제=기술혁신과 행정체제(2)-정부출연 연구소 운영 중심(김영우 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제5주제=과학기술 교육정책(박승재 서울대 교수) △제6주제=기술혁신과 바람직한 행정체제(안문석 고려대 교수) 등이다.

첫날인 5월 3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 36층 아스토룸. 심포지엄을 주최한 고려대학교 행정문제 연구소 백완기 소장(전 고려대 정경대학장)이 개회사를 했다.

“과학과 기술은 모든 가치의 근원입니다. 선진국가를 추구하는 우리에게 과학기술 개발은 지상과제입니다. 과학기술 개발을 민간주도로 할 것인가. 아니면 관주도로 할 것인가, 행정기관 간 상호기능 조정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을 심포지엄에서 논의하고 결론을 내는 의미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 주시길 기대합니다.”

이어 김호길 포항공대 학장(전 포스텍 총장)이 '과학기술과 행정'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김 학장은 “경제 바탕은 과학기술이고 기술 바탕은 연구에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연구개발비의 GNP(국민총생산액) 대비 5%를 꼭 확보해야 하며 연구비 지급에 국립과 사립 차별이 없어야 한다”며 “정부출연연구소는 국가 대형과제를, 기초연구는 대학이 주도하고 정부는 창의적 연구에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조강연에 이어 제1주제를 시작으로 4개 주제를 발표했다.

제1주제(1990년대 행정환경과 국가과학기술 시스템')는 최영환 과학기술처 기획관리실장(전 과학기술처 차관)이 발표했다.

최 실장은 “우리 과학기술 행정은 조화형을 채택하고 있지만 종합조정과 집행기능이 미비해 정책기획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개편해 정책기획과 집행 업무 폭을 확대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특별회계'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또 “전산화와 표준화, 지적소유권, 에너지, 환경 등 과학기술과 관련 있는 부문에 대해 과학기술 행정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2주제(기술개발정책-민간주도 입장) 발표는 임용성 한국석유공사 기술개발담당 부사장이 했다.

임 부사장은 “한국 기술개발의 방향은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신기술 모방과 창조라는 두 가지를 잘 활용해야 한다”면서 “민간기업들이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지 말고 각 기업에 가장 적합한 분야를 선택해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도록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주제(기술혁신고과 행정체제(1)-(민긴연구소 운영 중심) 발표는 배순훈 대우자동차부품사장(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했다.

배 사장은 “국가의 경제 성패는 산업정책이 좌우하고 산업정책은 첨단기술이 관건이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특정분야를 선택해 집중 육성하는 기술정책이 바람직하다”면서 “기술정책은 기업에 기술혁신의 동기를 부여하고 행정은 기술혁신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4주제(기술혁신과 행정체제(2)-정부출연연구소 운영 중심) 발표는 김영우 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이 했다.

김 부회장은 “정부출연연구소는 현행처럼 과학기술처가 담당하고 관련 부처를 포함한 운영위원회를 정부출연구소에 설치해 연구개발과제 선정과 사업화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와 출연연구기관과 관계는 상명하복이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로 전환해야 하며 출연연구소의 연구에 위탁연구제도를 도입해 연구개발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2일차 심포지엄은 5월 31일 오후 1시 30분부터 시작했다. 아스토룸은 만원이었다.

5주제(과학기술 교육정책)는 박승재 서울대 교수(전 한국과학교육학회 회장)가 발표했다.

박 교수는 “과학기술 교육은 자기성장의 필요 조건이며 기술 발전의 핵심이고 국가발전의 기반”이라며 “과학기술 실험 여건 미비와 연구비 부족 등을 해소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과학기술 교육자는 소명 의식을, 공직자들은 과학기술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제6주제(기술혁신과 바람직한 행정체제)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안문석 고려대 교수(전 전자정부특별위원장)가 발표했다.

안 교수는 “과학기술정책에서 장기적으로 인력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지금처럼 특수대학이나 특수대학원 설치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단기 성과는 거둘 수 있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 따라서 국·공립 사립대학 대학원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기준을 정해 국방 관련 연구와 결과를 민간기업에 공개해 기업의 기술혁신을 돕도록 하고 국방 관련 연구를 세분화해 일반대학과 민간연구소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6개 주제별 발표가 끝난 후 정근모 아주대 석좌교수(전 과학기술처 장관) 사회로 종합토론을 했다.

이종욱 과학기술정책연구평가센터 소장, 성기수 시스템공학센터 소장(전 동명대 총장), 심상철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전 KAIST 총장), 김용운 한양대행정대학원장, 강신택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황병인 총무처 기획관리실장, 김하준 문교부 과학교육국장 등 각계 인사 11명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성기수 소장은 “1970년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자율 운영이었다. 지금은 연구원 인원과 급여를 정부가 통제하고 각 연구소 간 임금 수준도 동일하게 만들었다. 연구비 배분도 정부가 담당하면서 자율성이 사라지고 있다”며 “연구기관의 연구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하준 문교부 과학교육 국장(전 대한교원공제회 이사장)은 “대학은 기초연구와 미래지향적 연구에 초점을 두고 출연연구소는 국가목적 연구와 대형 연구과제에 중점을 두자는 과학기술처 주장에 찬성”이라며 “오늘 나온 과학기술 교육 행정 문제는 5월 발족한 행정개혁위원회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황병인 총무처 기획관리실장(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심포지엄에서 부처 간 갈등 문제를 지적하셨는데 이 일은 국가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며 “기술개발 핵심은 개발 분야 선택, 기술개발 동기부여, 정부 지원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행정개혁위원회에서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과학기술 행정체제에 대한 논의는 행정개혁위원회로 넘아갔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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