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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 부모 경제력이 좌우”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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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서울대 공동 심포지엄

소득 상위 20%가 하위 80%의 5.4배

“학생 능력보다 사회경제적 배경 중요”

과도한 입시경쟁에 사교육비↑

소득·거주지역 따라 진학률 갈려

주요 상위권대 서울 출신 비중 커

연구팀, 지역적 다양성 부족 지적

이창용 “지역별 비례선발제 시행

수도권 부동산 가격 안정에 효과”

우리나라 상위권대 진학률에 학생 본인의 능력보다 부모 경제력 효과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연구팀은 이처럼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현상’이 깊어지고 있는 만큼 대학 신입생을 지역별 학생 수와 비례해 뽑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적극 옹호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금리를 조정하는 것보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더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님들이 결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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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2023년 11월 16일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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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2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 심포지엄을 열고 ‘입시 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발표에 나선 이동원 한은 미시제도연구실장은 과도한 입시경쟁이 사교육비 증가를 초래하고, 사교육비 부담이 결국 소득계층과 거주지역에 따른 진학률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살펴보면 월소득 8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은 97만원을 써 저소득층(월소득 200만원 미만) 38만원의 2.6배 수준으로 조사됐다.

거주지별로도 차이는 발생했는데, 서울 평균은 104만원으로 읍·면지역(58만원)의 1.8배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소득 수준과 거주지에 따른 이 같은 사교육비 격차는 상위권대 진학률 차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더불어 상위권대 입학생의 서울 출신 쏠림현상도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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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교육종단연구 원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10년 기준 소득 상위 20%에 속한 고3의 상위권대(언론 보도 등에 따른 상위 8개 대학·의학·치의대·한의대·수의대) 진학률은 하위 20%의 5.4배에 이르렀다. 2018년 서울대 진학생 가운데 서울 출신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출신은 각 32%, 12%를 차지했다. 이 두 집단의 전체 일반고 졸업생 내 비중은 각각 16%와 4%에 그쳤다. 졸업생 비중에 비해 각각 2배, 3배의 서울대 진학생을 배출한 셈이다.

또 연구팀은 실증 분석 결과를 진행한 결과 부모의 경제력과 사교육 중심지 거주에 힘입은 고소득층 학생은 상위권대 입시에서 자신의 잠재력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는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는 학생의 잠재력보다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주로 설명되며, 소득 상위 20%와 하위 80% 간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 중 75%는 학생 잠재력 이외 ‘부모 경제력 효과’의 결과로 추정된다”며 “서울과 비서울 간 서울대 진학률 격차의 92%는 부모 경제력과 사교육 환경 등을 포괄하는 ‘거주지역 효과’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0년 고3의 상위권대 진학률은 소득 상위 20%에서 5.9%, 나머지 집단에서 2.2%로 각각 확인됐다. 이 3.7%포인트의 격차는 학생의 잠재력(같은 학생의 중1 당시 수학 성취도 기준)과 부모 경제력 요소가 뒤섞인 결과로, 잠재력만 보자면 상위 20%에서 최상위 잠재력 집단의 비중(22.3%)이 하위 80%(14.6%)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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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오른쪽)이 2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개최한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행정제도 및 입시제도 개편을 중심으로’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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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이런 상위 20% 집단의 잠재력 분포를 그대로 하위 80%에도 적용해 잠재력 변수를 통제해도, 상위권대 진학률 격차는 3.7%포인트에서 2.8%포인트(상위 20% 5.9%-하위 80% 3.1%)로 약 25% 줄어드는 데 그쳤다. 나머지 75%의 격차는 부모 경제력 효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게 한은의 결론이다.

아울러 한은은 전국 시·군·구를 서울과 비(非)서울로 나누고 학생의 잠재력 순위를 기준으로 2018년도 서울대 진학률을 다시 산출해 봤다. 그 결과 서울의 잠재력 기준 가상 상위권대 진학률은 비서울 지역(0.40%)보다 겨우 0.04%포인트 높았다. 실제 2018년 서울대 진학률에서 서울(0.85%)과 비서울(0.33%) 간 격차(0.52%포인트)의 8% 수준이다. 따라서 8% 외 나머지 92%는 거주지역 효과로 해석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다. 이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그 기준과 전형방법 등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제도이다. 현행 서울대가 실시 중인 지역·기회균형전형 등과 비슷하지만,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입학정원 대부분에 적용돼 낙인 효과가 작고 대학이 신입생 선발 기준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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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교육 환경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함으로써 ‘로스트 아인슈타인(Lost-Einsteins·잃어버린 인재)’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폐회사를 통해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고착시킨다”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들의 결단으로 변화가 시작돼 대치동 학원이 전국으로 분산되고, 지방의 중·고교생이 입시를 위해 서울로 이주해 올 필요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매년 학기 초가 되면 각 지역 고교의 입학 환영회 플래카드가 대학 정문에 걸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도 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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