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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美·日 "높게" 韓 "낮게" 외국인 월급 동상이몽 [마켓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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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외국인의 임금 문제가 한국과 일본에서 화제다. 방향성은 정반대다. 일본에선 올리자고 하고, 한국에선 내리자고 한다. 일자리의 특성이 작용했다. 일본에선 고학력 전문직, 한국에선 비숙련 돌봄 서비스직 얘기라서다. 이민자와 외국인의 힘으로 성장해온 미국은 이를 어떻게 판단할까. 외국인 임금 문제를 자세히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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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관련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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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창업자인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지난 26일 니혼테레비와 인터뷰에서 "일본은 중산층의 나라에서 그만도 못한 나라가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고학력 외국인 근로자가 일본에 오지 않으면서 "노동력만 감소하는 게 아니라 지적인 능력도 감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나이 회장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 리테일링 재단이 방글라데시의 한 여자대학을 지원했다. 그런데 이 대학 졸업자들은 2008년 이후 영국 옥스포드대학이나 미국 컬럼비아대학에 진학하고, 세계은행과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적인 대기업에서 활약했다. 정작 일본에서 일하는 졸업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일본은 30년간 성장하지 않았다. 고학력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와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일본은 그동안 비숙련 노동자만 데려왔다. 외국인들이 일본 문화를 좋아하고, 일본에서 오래 머물고 싶어 하면, 일본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

니혼테레비의 기자는 "국세청에 따르면 일본의 2022년 평균 급여는 458만엔이지만, 1달러가 80엔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250만엔 수준으로 반감한 것"이라고 고학력 외국인 근로자가 일본을 기피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 일본의 외국인 임금=일본 가계의 소득 수준(순조정 가처분소득 평균)은 지난해 2만8872달러였다. 가계가 한해 벌어들인 돈에서 세금과 송금 등 경상이전을 제외한 것을 가계 순조정 가처분소득이라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가계 가처분소득은 3만490달러다.

그런데 외국인의 임금 수준은 일본 전체 평균보다 상당히 떨어진다. 일본의 평균 가처분소득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생활하기에 일본이 유리하지 않다는 얘기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해 월평균 임금은 45만8000엔(약 3163달러)인데, 외국인 근로자의 2021년 기준 월평균 임금은 22만8100엔(약 1576달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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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입장에서 일본은 외국인 노동정책에서 앞선 나라다.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204만명을 넘겼다. 일본의 전문적·기술적 분야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비중도 2022년 현재 26.3%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지난해 전문인력 7만2000명, 단순기능인력 45만명이었다. 전문인력은 2019년 4만7000명에서 증가했고, 단순기능인력은 2019년 52만1000명에서 감소했다. 여전히 일본보다 적은 수다.

■ 한국의 외국인 임금=우리나라의 외국인 임금도 전체 평균보다 한참 낮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한 외국인 임금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179만7000원이었다.

연말정산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2022년 1인당 평균 연봉은 4213만원이다. 일본과 한국 모두 미국과는 정반대다. 미국에서 고학력 전문인력에 해당하는 취업비자(H1B) 소유자의 평균 연봉은 올해 16만7533달러로 미국 전체 평균 5만9384달러(지난해 4분기 기준)보다 3배 가까이 더 많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내리자는 주장이 나온다. 올해 이 문제를 띄운 건 다름 아닌 한국은행이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3월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서 "월평균 간병비가 370만원으로 중위소득의 1.7배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가정에서 사적 계약으로 고용하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편법을 소개했다. 또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에 돌봄 서비스업을 포함하고,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식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6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의 쟁점과 과제: 또 다른 최저임금의 설정은 가능한가?'라는 보고서를 내고 "현행 법규정 및 제도 취지를 고려할 때 더 낮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한계가 있고,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방향의 차등적용 논의는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월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 차등화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다.

서울시는 사회적인 논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9월부터 시행하기로 하고는 오히려 답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모양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 국회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와 해결책은?'이라는 세미나를 열고 "이번 시범사업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이용 가정에서 월 238만원을 부담해야 해야 한다"며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해외 돌봄 인력을 도입해봐야 중산층 이하 가정에는 그림의 떡"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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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이 지난 26일 일본 니혼테레비와 인터뷰에서 고학력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정조준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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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일 접근법=지금 문제가 되는 돌봄 서비스 외국인 근로자 문제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접근법은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가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돌격대로 외국인 돌봄 서비스 노동자 문제를 들고나온 데 반해 일본은 개호(돌봄) 인력을 전문적·기술적 분야로 분류해 더 높은 임금을 준다.

일본에서 전문적·기술적 분야의 취업비자를 가진 외국인의 평균 월급은 32만6500엔으로 전체 외국인 월급 평균보다 10만엔 이상 많다(후생노동성 자료).

미국은 이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을까.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올해 7월 2일 '전례 없는 이민 증가가 일자리와 생산량을 늘렸다'는 보고서에서 "이민의 증가로 2024~2033년 미국의 노동인구는 520만명 증가할 것"이라며 "이 기간 미국 GDP는 8조9000억 달러 증가하고, 연방 세금수입은 1조2000억 달러 늘어나며, 재정적자는 9000억 달러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취업비자 발급 현황과 영주권 및 귀화 비율을 종합해 보면, 미국 H1B 취업비자를 소지했던 사람의 절반가량은 결국 미국 이민을 결정한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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